박예진

《사랑의 기술》로 수많은 독자에게 알려져 있는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에리히 프롬의 대표작으로, 3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5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인문 분야의 스테디셀러이다.
에리히 프롬은 신프로이트학파를 주창하는 사회심리학자이다. 사회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충동이나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기존의 프로이트학파가 주장하던 범성주의를 극복하려고 한다. 프로이트의 통찰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가 받았던 사회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더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을 해석하고 바라본다.
따라서 프롬은 사회경제적 조건, 이데올로기, 사회적 성격을 중시한다. 이 3가지 힘이 인간 역사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관점을 잘 담고 있는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1941년에 출판된 것과 무색하게도 그의 인간 정신에 대한 강력한 통찰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은 안겨준다. 중세 사회의 붕괴로부터 시작하여 생겨난 인간의 불안이라는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중세사회에서의 인간은 ‘본능과 자연, 신의 권위’로부터 자유를 찾았지만 르네상스 및 종교개혁과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 속에 인간은 독립성과 합리성을 갖추게 되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소극적 자유가 아닌 적극적 자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시작했으며 전체주의라는 새로운 세력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은 근대인의 사라지지 않는 불안에 주목한다.
근대 사회는 모든 인간과 사물을 도구화시켰다. 더 이상 인간은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그 스스로 만들어낸 기계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자유에 뒤따라오는 ‘고립’과 ‘소외’의 상태를 겪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부터 도피하고자 나치즘이라는 우상을 수용하기도 했다.
즉, 근대사회를 지나며 인간이 겪게 된 소회와 고립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자유라는 무거운 부담을 피해 다시 의존과 복종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인간의 독자성과 개인성에 바탕을 둔 적극적인 자유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에리히 프롬은 인간이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를 찾아야 함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근대사회에서 자유를 포기하고 도망하려는 경향을 비판하며, 참여의 가능성에 의한 민주주의의 자기극복을 모색하고자 있는 것이다.
불안한 인간은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불안을 이겨내기보다는 수용하여 마치 톱니바퀴의 일부분이나 자동인형처럼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와의 분리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개체적 자아와 세계 사이에 생겨난 간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아로부터 진정한 안전과 보호를 경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소외의 양상을 분석하고, 근대 사회 속에서 참다운 자기를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프롬은 인간이 사랑과 일 속에서 자신의 감정, 감각, 지적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다면 바깥세상과의 자연스러운 소통과 연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체적 자아의 독립성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면 자연 및 그 자신과의 합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현기증에 비유한 바 있다. 자유는 인간에게 합리성과 독립성을 부여하였지만, 동시에 개인을 고립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신과 자연의 절대적인 보호과 안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자유의 원리를 깨닫게 함과 동시에 고독감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유를 성취했는가보다 자유를 어떻게 누릴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에 한 번 더 집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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