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윤
[한국심리학신문=허서윤 ]
사진 = Unsplash
인간은 누워서 자고 말은 선 채로 잠을 자고, 치타는 나무 위에서 잔다. 잠을 자는 모습은 각기 달라도 포유류들은 잘 시간이 찾아오면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꿈나라로 빠져든다. 그런데 물속에 사는 포유류인 돌고래는 도대체 어떻게 잠을 잘까?
돌고래는 물속에 살고 있지만 아가미가 없고 폐호흡을 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돌고래가 만약 우리처럼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물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면 숨을 쉬지 못해 익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 몰래 육지로 올라와서 자고 가는 것일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돌고래가 육지로 올라오면 호흡곤란으로 죽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돌고래는 물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자야만 한다는 것이다. 스폰지밥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물속에 자기 집이라도 숨겨 놓고 있을 리도 없고, 정말 미스터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돌고래의 독특한 수면 방식
돌고래는 특별한 방식으로 잔다. 바로 단일반구수면(Unihemispheric sleep)이라고 불리는 수면 방법이다. 이 수면법은 한쪽 뇌만 자는 방법이다. 즉, 좌뇌가 자는 동안에는 우뇌가 깨어있고 우뇌가 자는 동안에는 좌뇌가 깨어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 가면서 자기 때문에 한쪽 뇌가 자고 있더라도 다른 한쪽 뇌는 깨어있기 때문에 수영도 할 수 있고 수면 위로 올라가서 숨도 쉴 수 있다.
재밌는 부분은 이 때문에 자는 동안에는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뇌가 자고 있고 좌뇌가 깨어있다면 오른쪽 몸만 이용하여 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왼쪽으로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눈도 한쪽 눈만 감고 잔다. 우뇌가 자고 좌뇌가 일어나 있다면 오른쪽 눈만 뜨고 왼쪽 눈은 감는다. 윙크를 하고 잔다니 귀여우면서도 웃기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자는 덕분에 자면서도 위협을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다.
돌고래만 단일반구수면을 할까?
돌고래뿐만 아니라 고래, 바다표범도 단일반구수면을 한다. 바다에 사는 포유류만 단일반구수면을 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종류의 새들도 단일반구수면을 한다. 새에서 단일반구수면은 특히 철새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관찰된다.
군함조는 10일 동안 멈추지 않고 먼 거리를 날아 이동하는 새이다. 이 새는 이동하는 시기 동안 하루에 약 1시간 정도 수면한다. Rattenborg(2016)와 연구진들은 이 새에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EEG(electroencephalogram)와 GPS를 부착하여 추적 조사를 실시하였다. 새의 이동이 끝난 후 GPS를 추적해 기록된 EEG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데이터 분석 결과 군함조가 이동하며 단일반구수면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정 시간 동안 수면을 나타내는 SWS(slow wave sleep) 뇌파가 좌뇌에서만 측정되었고, 이 시간 동안에는 한쪽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비행한 것이 기록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뇌에서만 SWS 뇌파가 측정된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도 단일반구수면과 유사한 수면을 한다
인간은 단일반구수면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수면은 있다. 바로 ‘첫날밤 효과(first night effect)’이다. 첫날밤 효과는 낯선 곳에서 잠을 자면 깊게 잠을 자지 못하는 현상이다. Masako Tamaki(2016)은 연구를 통해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뇌의 한 쪽 반구가 얕은 수면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우뇌는 깊은 잠을 자고 있지만 좌뇌는 얕은 잠을 보이며 갑작스러운 외부 자극에 크게 반응하는 것이 나타났다.
낯선 공간에서 잠을 잘 때 단일반구수면과 유사하게 반구간 수면 깊이에 비대칭이 나타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수면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한쪽 반구가 외부를 경계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돌고래와 군함조가 단일반구수면을 함으로써 숙면 중에도 외부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 연구들은 인간의 수면도 진화 과정에서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인간의 수면이 다른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는 인간도 돌고래나 군함조처럼 단일반구수면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를 확신할 수는 없다. 단일반구수면이 아닌 또 다른 수면 패턴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수면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참고문헌
1) Siegel, J. Clues to the functions of mammalian sleep. Nature 437, 1264–1271 (2005). https://doi.org/10.1038/nature04285
2) Rattenborg, N., Voirin, B., Cruz, S. et al. Evidence that birds sleep in mid-flight. Nat Commun 7, 12468 (2016). https://doi.org/10.1038/ncomms12468
3) Tamaki, M., Bang, J. W., Watanabe, T., & Sasaki, Y. (2016). Night Watch in One Brain Hemisphere during Sleep Associated with the First-Night Effect in Humans. Current biology : CB, 26(9), 1190–1194. https://doi.org/10.1016/j.cub.2016.0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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