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이건… 우연이 아니다.”
장하율은 한밤중에도 잠들지 못한 채,
멍하니 등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은 점점 더 뚜렷해졌고,
그 꿈에서 그녀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달빛 아래 서서,
천천히 손을 뻗는 여인.
“…윤설화.”
그 이름은 이제,
단순한 여인의 이름이 아니었다.
다음 날, 낮
관아 앞마당에 조용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들었소? 김 판관이 며칠째 출근을 못 하고 있답니다.”
“허면, 그이가 꿈에서 피를 토했다는 말도…?”
“헛소리 말게. 그건… 저 골목 귀신년의 주술이겠지.”
하율은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며칠 전 설화의 말이 떠올랐다.
“나리의 꿈이… 곧 현실이 될 테니.”
설화의 방
하율은 다시 그녀를 찾았다.
이번엔 더 조심스러웠다.
문을 열자,
골방 안엔 향 냄새와 묘한 한지가 걸려 있었다.
설화는 아무 말 없이
작은 그릇을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그릇 속엔…
붉은 물에 젖은 종이인형이 담겨 있었다.
“…도대체… 이건 뭡니까.”
하율이 묻자, 설화가 고개를 들었다.
“조종(操縱).
무의식을 흔드는 건, 의식보다 쉬워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반응하니까요.”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설화는 종이인형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리께선… ‘무릎 꿇는 꿈’을 꾸셨지요?”
“…그건—”
“그게 진짜였는지, 아닌지는…
지금 이 순간, 나리의 마음이 더 잘 알 거예요.”
꿈과 현실의 경계
그날 밤.
하율은 다시 꿈을 꿨다.
칠흑 같은 절벽.
거센 바람.
그리고 무릎을 꿇은 자신.
그 앞에 선 건,
윤설화였다.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꿈은 거짓이 아니에요.
내가 아니면, 이 진실을 누구도 믿지 않겠지요.”
그녀가 손을 뻗는다.
하율은 움직일 수 없다.
몸이 얼어붙는다.
“도와주세요…”
누군가 속삭인다.
그건…
설화의 목소리였다.
아침, 현실로 돌아오다
하율은 이마에 식은땀이 흥건히 젖은 채 깨어났다.
손끝이 떨렸다.
“…왜…
그녀가 무섭지 않은 거지…”
무서워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 중심에 윤설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꿈속의 그녀는,
슬퍼 보였다.
설화의 속내 (동시 장면)
설화는 방 한가운데 앉아
촛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꿈에서라도, 누가 나를 기억해줬으면…”
속삭이듯,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작가의 말 :
설화는 조종자인가요, 피해자인가요?
그녀가 움직이는 악몽의 실은
어쩌면… 그녀를 묶고 있는 족쇄일지도 모릅니다.
하율은 이제,
그녀를 두려워하는 대신,
조심스레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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