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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지은 ]


“나도 모르게 ‘ㅋㅋㅋ’를 붙였다.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상대방의 메시지에 답하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가? 온라인 대화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회적 계산’이 필요하다. 특히나 필수가 되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이모티콘이다. 대화가 그리 유쾌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웃는 표시나 이모티콘을 덧붙인다. 피곤하거나 우울한 날조차도, 밝은 이모티콘 없이 답하면 무례하게 보일까 걱정이 앞선다. 이처럼 즐겁지 않아도 즐거운 척해야 하는 ‘디지털 감정노동’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감정도 ‘표현’해야 인정받는 시대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은 원래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직군에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공간에서도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디지털 감정노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성의해 보이지 않도록 이모티콘을 여러 개 붙이고, 짧은 문장 하나에 시간을 들이게 된다. 우리는 이제 온라인에서도 ‘적절한 감정 표현’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간다.

 


한국인의 이모티콘 사랑



이모티콘은 온라인에서도 감정을 전달하는 새로운 수단이 되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출처=카카오)


어도비의 <2021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보다 이모티콘 사용률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또,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76%가 “텍스트보다 이모티콘을 선호한다”라고 답했으며, 이는 조사 대상 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에서 2011년부터 10년간 출시된 이모티콘은 약 30만 개가 넘으며, 이모티콘 발신량은 2200억 건이 넘는다고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이모티콘에 의존하게 되었을까? 조현용 경희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는 “영어나 프랑스어가 직관적인 언어라면, 한국어는 맥락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복합적 언어다. 따라서 이모티콘을 통해 말의 ‘정서적 의도’를 보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애써야 할까?


 

디지털 감정노동이 생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사회적 규범이다. 우리는 온라인에서도 ‘친절하고 센스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얼굴도, 말투도 보이지 않는 디지털 공간에서는 비언어적 단서가 사라지기에, 그 공백을 이모티콘이나 웃는 말투로 메우게 된다. 때로는 ‘ㅋ’을 하나만 보냈는지, 두 개를 보냈는지의 차이가 관계의 온도를 좌우하기도 한다.

 

또한, 실시간 반응을 기대하는 환경도 심리적 부담을 높인다. 메시지를 바로 확인하지 않거나 답장이 늦으면 “이 사람이 나를 불편해하는 건가?”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실시간 반응과 감정 표현에 대한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모티콘 뒤에 감춰진 진짜 감정


 

이모티콘은 감정을 쉽게 표현하게 도와주는 동시에, 때로는 진짜 감정을 감추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일본 도쿄대 융합정보연구과 연구팀은 “온라인 상호작용이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이모티콘을 긍정적인 감정 표현에 주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디지털 감정노동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감정을 숨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을 잃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고, 반복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는 행위는 정서적 탈진(emotional exhaust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결되어 있지만, 외로운 우리


 

디지털 세상 속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외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화면 너머의 상대방에게 나를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진짜 감정을 눌러 담는 일이 반복될수록, 우리의 감정은 점점 피로해진다.

 

우리는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가꾸고, 말 줄임표 하나로 분위기를 맞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진짜 내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게 된다면, 그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심리적인 신호일 수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우리는 더욱 솔직하게 소통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모티콘 뒤에 숨지 않고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참고문헌

동아일보, [Website], 2022, 이 ‘웃픈’ 감정 써보셨죠?… 이모티콘, 제2의 언어로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1001/115745492/1

2. 이투데이, [Website], 2023, [과학 놀이터] 이모티콘 없이 웃거나 울 수 있나요

https://www.etoday.co.kr/news/view/2228359

3. 시빅뉴스, [Website], 2023,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보여주는 ‘SNS 이모티콘’...이모티콘 만으로 채팅하는 등 소통의 새로운 창구로 주목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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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09 0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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