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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권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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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은 기원전… 음… 언제였더라?”

중간고사 전날 밤. 수험생 민수는 한국사 시험 범위를 정리하느라 밤을 새웠다. 머릿속에는 연도, 사건, 인물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듯했다. 그런데 시험지를 받아 들고 첫 문제를 보는 순간—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어제 분명 외운 내용인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단어장을 3번 돌렸는데 왜 아직도 안 외워졌지…?”

지혜는 이번 영어 단어 시험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단어장을 만들고 하루에 3~4번씩 반복해서 외우고 있었다. ‘많이 보면 외워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읽고 또 읽었지만,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단어의 뜻이 헷갈리거나 기억이 불확실했다. 분명히 반복했는데, 왜 아직도 내 것이 된 느낌이 안 날까?

 


기억의 3단계


심리학에서 기억이란 시간에 걸쳐 특정한 정보를 획득하고 저장소에 저장했다가 인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억의 각 단계를 부호화, 저장, 인출이라고 한다. 부호화 단계에서는 다양한 자극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저장소에 입력한다. 저장 단계에서는 부호화 단계를 통해 입력된 정보를 저장소 안에 유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출 단계에서는 저장된 정보를 필요할 때 사용한다.

 


기억의 저장소


기억이 머무는 저장소는 다시 3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자극이 입력되면 정보는 가장 먼저 감각 기억으로 향한다. 감각 기억은 정보가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머무는 저장소로, 이곳의 정보들은 경험 및 학습을 통해 획득한 정보들이다.


감각 기억에서 주의의 선택을 받은 감각 정보들은 다음 저장소인 단기 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 기억은 감각 기억보다는 오래 유지되지만, 여전히 짧게 머무는 저장소이다. 


단기 기억에 있는 정보들은 다시 다양한 과정을 거쳐 장기 기억으로 넘어간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들은 머무는 시간이 무한하다. 초등학교 이후로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의 이름,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간식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그 정보들이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3가지 저장소 외에도 비교적 최근에 발견되어 주목받고 있는 기억 저장소가 바로 작업 기억이다. 수학 문제를 풀 때를 떠올려보자.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를 읽고서 알고 있는 공식들 중에 적절한 것을 떠올려서 문제에 적용해야 한다. 즉, 장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를 불러와서 적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 저장소가 바로 작업기억이다.



암기의 열쇠, 부호화


앞서 단기 기억에 입력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이란 부호화 과정으로, 부호화를 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시연으로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이는 과정이다. 모두 암기를 위해 깜지를 쓰거나 외워야 할 단어를 반복적으로 말해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정교화가 있다. 이 방법은 정보의 처리 수준을 높여 부호화의 강도를 올리는 것으로,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이미 알고 있는 개념 중에 유사한 것을 떠올려보는 식이다.


조직화 또한 효과적인 부호화 방법인데, 공부할 내용을 적절히 범주화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할 때 교재의 목차를 활용하여 각 단원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봤다면 조직화를 활용해봤다고 할 수 있다.


시각화는 암기할 정보를 이미지로 만드는 방법이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단순히 단어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와 관련된 이미지를 같이 떠올려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억의 구조, 전략이 답이다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감각 기억, 단기 기억, 장기 기억, 그리고 작업 기억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정보 처리 시스템이다. 


외부 자극은 감각 기억에 잠깐 머물다 주의를 받으면 단기 기억으로 이동하며, 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부호화라는 인지적 처리가 필요하다. 이때 단순 반복에 의존하는 시연보다는, 정교화·조직화·시각화와 같은 심화된 전략들이 부호화의 효과를 높이고, 더 오래 지속되는 기억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한편, 작업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 사이에서 정보를 조작하고 연결하는 중심 허브로, 단순 암기를 넘어서 문제 해결과 사고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각 기억 저장소와 부호화 방식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활용하는 모든 순간에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기억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흐름에 맞는 전략을 적용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학습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참고문헌

정태연, 이훈진, 한민, 김기태, 채운, 이승민, 박현성, 황순열, 박윤준, 정명숙, 이향숙, 김세령 (엮음). (2022). 현대심리학개론 (개정판).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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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29 08: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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