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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수저를 상대방에게 건네주거나 옷에 무언가 묻었을 때 물티슈를 건네주는 사람을 우리는 섬세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기에 괜스레 호감이 간다.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가 기사를 쓰고 있을 당시, 섬세함이 묻어나오는 사장님을 만났다. 머리가 새하얀 색인 노부부가 시킨 커피를 건넬 때, 왼손으로 받는 모습을 보고 “왼손잡이라면 잔을 바꿔드릴까요?”라고, 묻는 모습과 지팡이를 짚고 느지막한 걸음으로 지나가는 어르신의 물 한 잔 요구에 바로 일어나 의자를 할아버지 앞에 가져다 둔 후 시원한 물 한 잔과 함께 옆에 앉아서 약간 어눌어진 말을 들어주는 모습 그리고 어르신, 아이 하나 할 것 없이 지나가는 길에 안부를 건네고 작게나마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이 참으로 섬세하고 다정함을 느꼈다. 그날은 유독 내가 알던 동네가 맞는가 생각했었다. 모두가 연결된 듯했고 나 역시 고마움을 느끼는 날이었다.


 한국은 행복한가?



세계 행복 순위에서 58위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 

[2025년도 UN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전체 147개국 중 한국은 58위로 나타났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 순서로 1~5위가 나타났고 영국과 미국은 각각 23위, 24위에 순위 되어 있다. 최하순위인 146위와 147위에는 각각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이 차지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점은 동아시아 중 일본과 한국에서 일주일에 1~2회 정도 저녁을 같이 먹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혼밥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에서는 일주일에 5번을 같이 식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또한 자살, 약물 과다복용 그리고 알콜남용으로 인한 사망의 지표를 나타내는 Deaths of despair(절망사)의 지표에서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높은 자살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60대 이상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큰 폭으로 증가함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약물 남용으로 사망률이 증가한 경우와 다르게 나타났기에 한국에서는 다른 요인이 있음을 추정했다. 또한 절망사는 국가 소득 수준과는 무관함을 보여 소득과는 관계없는 요인이 있을 것으로 봤다.

 

정(情)이란 무엇일까.



한국의 정을 느끼게 해준 응답하라 시리즈

한국 사회에서 정이 사라졌다는 말이 많이 들리곤 한다. 그러면서 응답하라 시리즈와 SNL에서 서울 방언 영상같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한때 유행했듯이 사람들은 그때의 분위기에 즐거워하는 듯하다. 나는 그 시대를 살지는 못했지만, 그날 카페에서 정이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씽씽이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어디 가냐고 묻는 다정함이 내가 알던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느낀다.


타인을 향한 친절은 나에게로 돌아온다.


[2021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 연구, 이태진·김성아 외]에 따르면 한국인이 행복한 삶을 가지기 위해 실천적 함의로 “첫째, 행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행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예측할 수 있는 삶이 충족되어야 하며, 불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복지 차원에서 지역사회의 공동체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다양한 삶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중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과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문화 확립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할 필요와 함께 자원봉사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이러한 관점은 위에서 확인한 [2025년 UN 행복보고서]에서도 절망사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 친사회적인 행위(이타주의, 친절 행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한국, 핀란드 세 국가를 비교했다. 미국과 한국은 절망사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함이 두드러지는 한편, 핀란드는 절망사 사망률이 높지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미국과 한국의 증가 속도가 핀란드의 감소 속도와 거의 반대임을 언급했다. 이런 대조에 친사회적인 행위 추세의 차이로 미국과 한국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사회적인 행위가 감소했지만, 핀란드는 증가했다. 이 외에도 50개국 표본을 대상으로 회귀 분석 결과 기부, 자원봉사 그리고 낯선 사람을 돕는 행위를 포함한 친사회적인 행위 시간이 증가할수록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망사 사망률 감소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해당 보고서에서는 친사회적인 행위가 더 마련될수록 사람들이 더 협조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며 절망사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건네주는 친절 속 즐거움을 발견하기를


여러 연구에서도 말하듯 친절하게 남을 대해주는 게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에게 친절하게 살기에는 세상이 힘들어 보인다. 나라 간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고 경제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다리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선뜻 봉사나 기부 같은 걸 하자고 하기에는 어려운듯하다.


하지만 작은 친절은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져본다. 일본에 갔을 때 간 작은 찻집에서 차를 마실 때, 차와 함께 작은 찻잔을 준 곳이 있었다. 차를 마시다 보면 따뜻해지는 몸과 함께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서서히 몸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티백의 색이 진해질수록 맛은 더 강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지나가면 떫은맛이 올라오면서 기분 좋은 마무리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마시기에는 지금의 여유를 방해받고 싶지가 않기에 미리 티백을 빼두면 좋겠다 싶을 때쯤 보이는 작은 찻잔, 그 위로 다 우리지 못한 향을 내보내면서 티백을 올린다. 꺼내둔 티백은 좀 더 잎 향이 올라온다. 살짝 떫다. 차의 떫은맛은 잎이 주는 마지막 향인 걸 알게 된다. 작은 찻잔이 없었다면 잎의 향기도 느긋한 마음도 없었을 것이다. 굳이 함께 주지 않아도 되는 사소함이 참 고맙다.

 

이렇게 사소한 친절에도 감사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나부터라도 타인에게 작은 친절을 건네주고 싶다. 그러다 보면 그 안에 숨어있는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작은 친절을 전해줘 이 기분을 발견하길 바란다.



참고문헌

1) World Happiness Report 2025, John F. Helliwell, Richard Layard, Jeffrey D. Sachs, Jan-Emmanuel De Neve, Lara B. Aknin, and Shun Wang 

2)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 국제비교를 중심으로 = A Comprehensive Study of Happiness and Quality of Life in Korea: Evidences from the International Comparisons, Lee, Taejin ; Kim, Seonga ; Lee, Byeongjae ; Um, Da-won ; Jung, Hae-sik ; Choi, Jun-young ; Wang, Shun, 10.23060/kihasa.c.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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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30 1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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