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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인간은 누구나 편하고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욕망 덕분에 인간은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삶의 터전을 구축해가면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처음엔 그들의 목적은 당장의 생존을 위한 식사와 안전을 해결하는 것이었고, 그 필요가 충족되자 사람들은 점차 더 나은 삶의 질에 관심을 가졌다. 더운 날씨에도 시원하게 있기를 원하고, 먹고 마시는 일엔 아무런 번거로움이 없기를 원했다. 그러나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관심은 자기 자신을 넘어 공동체, 나아가 자연과 미래 세대로 확장되었다. 그렇게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보다 '어떤 세상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트렌드로 ESG 경영과 환경 마케팅이 떠오르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사 변화에 기업들이 빠르게 발맞춘 전략의 결과이다. 

 

 

'친환경'이라는 포장지 뒤에 감춰진 진실: 그린워싱


기업들은 앞다투어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ESG 경영 활동을 마케팅에 내세워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우리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이만큼이나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들의 가치 기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친환경 소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단순 이미지 메이킹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 "그린워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기업이 환경에 관련된 실천이나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거짓말을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활용해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 밖에도 기업이 그린워싱을 하는 방식으로는 친환경적인 특정 속성만을 과장해 강조하거나,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실제로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척하기도 한다. 

 

출처: 롯데칠성음료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마케팅에 활용해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게 있다. 롯데칠성음료에서 라벨에 멸종위기 동물 그림을 삽입한 한정판 생수를 출시하였다. 환경을 위한다는 광고 문구에 비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해당 광고는 자연이미지 남용이며, 생수의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가 해양생물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외면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스토어는 무풍에어컨 광고를 게시하면서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발행한 친환경 인증 마크가 아닌, 자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마크를 교모하게 사용해 마치 공인기관에서 인증 받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또한, 1회용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으로 충전한다는 리모컨을 강조하였지만, USB-C타입의 추가 충전이 필수라는 내용은 매우 작게 표시해놓았다. 

 

이렇듯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기업의 마케팅이 더 활발해지고 교묘해지면서, 그린워싱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기업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진심을 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면, 소비자들은 결국 크게 신뢰를 잃을 것이다. 기업의 그린워싱은 바람직한 환경 인식과 선한 동기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판단과 선택에 혼란을 주고, 친환경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은 다른 기업들의 친환경 제품 개발 의지를 하락시켜 ESG 경영의 발전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결국엔 진정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ESG 경영 전반의 성장도 저해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을 만든다. 그러므로 그린워싱에 관한 감시와 규제가 더 명확하고 철저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진정성 있는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도 ‘그린워싱’을 한다


그린워싱이 만연해진 시장에서 진정으로 환경을 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제품을 구매할 때 내가 왜 이 제품을 사려고 했는지를 다시 확인해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텀블러,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대신할 수 있어 친환경 제품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계속 새롭게 출시되는 다채로운 디자인에 텀블러를 다시 구매하게 되고, 결론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는 모순이 생겼다. 텀블러가 ‘수집’의 대상이 된 순간, 더 이상 환경을 지키는 물건이 아닌, 환경을 해치는 소비인 것이다. 텀블러 말고도 우리는 시중에서 ‘친환경’이라는 문구에 쉽게 속아넘어간다. ‘친환경 살충제’라고 얼핏 들으면 괜찮아보이지만, 설령 실제로 환경에 덜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을지라도 살충제 자체의 해악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제품들을 단지 ‘좋은 일’ 했다는 심리적 위안의 수단으로 소비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비자도 스스로를 ‘그린워싱’해서는 안된다.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착한 소비자’라는 포장으로 도덕적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건넨다면, 근본적인 환경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환경 인증 마크나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한 번 더 고민하고, 그린워싱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갖는 태도만으로도 진정한 친환경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신민주,양연호,정다운. (2023).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그린피스

2) 권병규,백승민,최정임,전순영. (2024). 롯데칠성음료의 그린워싱 활동의 시사점 연구. 2024년 한국산학기술학회 추계 학술발표논문집.

3) 선정수. (2022). "그린워싱, 이렇게 하면 막을 수 있다.". 뉴스톱

4) 조창용. (2023). "롯데칠성음료 생수 광고 '최악'...그린피스 '멸종위기 동물 삽입'". 공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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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07 08: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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