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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中

 

길들인다는 것은


여우가 말했다. "난 너와 같이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어린왕자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런데 ‘길들인다’는 게 뭐야?"

"이제는 많이 잊힌,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그래. 지금 너는 내게 수많은 아이와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거야. 그러면 나에게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가 되는 거야."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 관계는 ‘나’와 ‘너’ 사이에 맺어진다. 인간은 어떤 존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장미꽃과 여우는 물론,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멩이와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 어딘가의 별 하나와도 우리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세상은 수많은 별들처럼 헤아릴 수 없는 관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관계는 필요를 바탕으로 맺어진다. 이때의 필요는 이득과 손해, 득과 실을 따지는 이해타산적 관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존재이다. 아닌 게 아니라, 관계에는 ‘내’가 있어야 하고 ‘네’가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너’와 ‘나’의 관계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이어지고 맺어져 연결되려면 적어도 둘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나’와 ‘너’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


모든 관계는 ‘나’와’ 너’ 사이에 맺어진 일대일 관계다. 그러므로 유일하다. ‘나’와 ‘여우’의 관계는 ‘여우’와 ‘장미꽃’의 관계와도, ‘나’와 ‘장미꽃’의 관계와도 같지 않다. 이 세상에서 ‘나’와 ‘여우’와 ‘장미꽃’, 곧 모든 존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상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여우의 말을 들으며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보자.

 


길들이려면


  1. 1. 인내 : "길들이려면 일단 인내심이 필요해."

여우는 관계를 맺으려면 먼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것을 견딥니다. (고린도전서 13장 中)" 또한 ‘사랑장(章)’이라고 불릴 만큼, 사랑에 대한 핵심적인 진수를 담고 있는 성경 구절도 참고 견뎌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도대체 무엇을 그토록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답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정의’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로부터 저마다 주관과 신념에 따라 무엇이 선하고 옳으며, 무엇이 악하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에 기여했다. 단시간에 나에게 이로운 사람인지 그렇지 않는지 판단하고 정의의 기준으로 심판하는 것은 작게는 개인의 존속과 넓게는 공동체의 번영에 필요하다. 그렇기에 사람은 정의를 갈망하고 불의에 분노한다.


그러나 사랑은, 그와 같은 본능을 참아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을 잠깐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이해와 수용, 존중의 마음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인내할 때 비로소 참된 길들임, 올바른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



  1. 2. 성실 : "매일 같은 시각에 오는 것이 좋을 거야.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벌써 행복해질 거야."

우리는 변함없고 한결같은 사랑을 좇는다. 실제로 사랑은 본질적으로 변치 않을 뿐 아니라, 변치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불완전하고 연약하기에 변치 않는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간의 힘으로 변하지 않고 항상 동일한 상태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은 성실한 태도뿐이다. 매일매일 실천하고 행동할 때, 그 성실한 반복은 타인으로 하여금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관계와 길들임은 성실함으로 비옥해진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더불어 성실함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간 약속이나 언약과 같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고 그것을 해내는 것이다. 꾸준히, 어김 없이 해낼 때 성실함은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에 버금가는 경이와 사랑을 느끼게 한다.



  1. 3. 책임 :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버렸지만, 너는 잊어서는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어. 너는 네 장미를 꼭 책임져야 해."

인간은 영원을 추구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원하고, 우리의 사랑과 그로 인한 관계가 영원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죽기 때문이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도 언젠가 빛을 발하고 사라진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모든 것은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는 책임이 주어진다. 좋든 싫든, 맺어진 관계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책임감을 가진다. 그리고 책임감은 우리의 이성과 감정으로 하여금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사랑이 남겨놓은 발자취를 돌아보며, 사랑이 영원에 가 닿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관계에는 반드시 책임이 동반된다.


더불어 책임은 위의 두 특징들을 아우른다. 책임감은 인내하게 하고 성실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책임감은 그것이 무거운 만큼 관계에 깊이를 더한다.



  1. 4. 시간 :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네가 들인 시간 때문이야."

마지막으로 관계를 맺게 하며, 맺어진 관계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다. 분명 인간이 창조했으나, 결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개념. 세상에 시작과 끝이라는 모순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삶에 의미를 더하는 개념. 바로 시간이다.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삶과 생명, 힘과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말이다. 시간은 생명체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가치이자 존재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내’가 아니라 다른 존재를 위해, 다른 존재에게 사용하는 것은 관계에 숭고함을 더한다.


시간을 쓴다는 것은 또한 마음을 쓴다는 뜻이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에서 말하듯, 무엇이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그리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게 마련이다. 시간을 들였다는 것은 곧 마음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게 된다면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몰라."


사랑은 그저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관계는 그것에서 시작되며, 어쩌면 그것이 전부다. 관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충족감은 ‘지금’ 이 순간 너와 함께 존재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하거나, 시간이 ‘멈추기’를 소망한다. 이처럼 사랑은 순간을 영원으로 만든다.

                                    책 읽는 시간! 어린왕자 명언 타임 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 네이버 블로그어린왕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세상에는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 또는 사람의 마음처럼. 모르는 것은 두려움을 안겨준다. 미지의 존재는 불안과 염려를 남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을 믿음이라고 부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알 수 없는 한 길 사람의 속마음. 그 마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믿는 수밖에 없다. 부모의 마음, 연인의 마음, 친구의 마음, 동료의 마음, 타인의 마음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통제는 물론이거니와, 이해와 공감도,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와 나는 온전히 다르기 때문에.


다만 믿을 수는 있다. ‘이해했다’고, ‘공감한다’고 믿어볼 수는 있다. 그러므로 타인을 ‘안다’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본다’고 믿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흔들린다. 믿음이 없이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한 삶을 살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모든 관계의 기반이자, 삶의 초석이다. 믿음이 없이는 어떤 관계도, 삶도 성립할 수 없다. 믿음은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있기 때문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겉모습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오직 하나뿐인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꽃이 저 별 중 어딘가에 있겠지’ 마음속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 모두 마음속에 저마다 꽃 한 송이, 별 하나를 품고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렇다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봐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




참고문헌

1.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2015). 어린왕자.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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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08 08: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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