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은A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출처. 김가은A 기자)
작년 가을, 나는 ‘토트넘 경기 직관’이라는 오랜 버킷리스트를 품고 영국으로 향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경기 날, 나는 아침 일찍부터 유니폼과 머플러를 챙겨 들뜬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149번 버스를 타고 약 40분을 달리자, 마침내 웅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눈앞에 펼쳐졌다. 유니폼을 입은 현지 팬들 사이에 섞여 경기장을 둘러보니 그제야 내가 꿈에 그리던 그 스타디움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 앞 말을 탄 경찰들 (출처. 김가은A 기자)
그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말을 탄 경찰들이었다. 경기 당일에는 인파로 인해 도로를 통제하고 경찰들이 질서를 유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날의 경비는 평소보다 훨씬 삼엄해 보였다. 사실, 이날 경기는 영국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전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였던 것이다.
영국 정부가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훌리건(Hooligan)의 수는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라이벌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팬들의 격해지는 응원에 경찰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몰입하게 되고, 상대 팀에 대한 반감까지 느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내집단 편향(in-group bias)’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 팀은 다 괜찮아!!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 이상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개인의 능력, 특징, 관심사 등으로 이루어진 개인 정체성(personal identity)과, 특정 집단에 속해 있을 때 형성되는 사회 정체성(social identity)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은 자신의 성취를 통해 자아존중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집단에 소속됨으로써도 자아존중감을 높이기도 한다.
이처럼 집단 소속이 자아존중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자신이 속한 집단을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사회심리학 용어로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 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 in-group)을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외집단, out-group)보다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매일경제신문과 조직﹒산업심리 전문연구소인 ORP 연구소는 20﹒30대 직장인 66명을 대상으로 심리학 실험을 진행했다.
“A국가와 B국가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두고 오랜 공방전을 치르고 있었으며, A국가가 극장골을 터뜨리게 된다. B국가의 팬들은 A국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A국가의 팬들은 B국가의 팬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연구팀은 이 상황에서 가해자(A팀의 응원단)와 피해자(B팀의 응원단)가 각각 한국과 일본일 경우, 참가자들이 다음 두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조사했다.
1. A팀 응원단이 폭력을 저지른 데에는 B팀 응원단의 책임도 있다.
2. A팀이 폭력을 저지른 것은 순간의 실수였다.
그 결과, 가해자가 한국이고 피해자가 일본인 경우, 참가자들은 A팀의 폭력을 한순간의 실수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반면, 가해자가 일본이고 피해자가 한국인 경우, 참가자들은 가해 행위를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내집단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면서 외집단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을 보여준 대표적인 실험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내집단 편향, 위험한 애정
내집단 편향은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강항 연결고리 뿐만 아니라, 옷 색깔이나 음악 취향처럼 사소한 영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이 국가 단위로 확장되면, 자신의 문화를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판단하고 우월하다고 느끼는 민족중심주의(ethnocentricism)로 이어질 수 있다. 내집단 편향은 단순한 애정 표현에서 그치지 않고, 부정적인 평가, 차별, 나아가 범죄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가 있다. 자신의 집단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타집단에 대한 증오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 출처 >
권형일. (2011). 사회정체성이론, 조직동일시, 그리고 팀동일시.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 16(5), 67-77.
박옥희. (1990).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에 관한 설득 주장이론적 접근. 한국사회학, 23(WIN), 37-52.
이은아 외. (2016, April 7). 우리편이 때린건 “실수” 상대가 때린건 “폭행”…내편만 감싼다.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729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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