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희
[한국심리학신문=전세희 ]
“내가 알던 공주가 아니야...”
“원작에 대한 모욕이다”
“디즈니는 언제나 봐도 향수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왼: 실사화 인어공주, 오: 원작의 인어공주
2023년 5월, 디즈니는 실사화 한 인어공주를 영화계에 내놓았다. 디즈니를 좋아하는 한국이지만 국내 관객 수는 147만 명에 그쳤다. 이전 2019년에 많은 인기를 불러왔던 디즈니의 또 다른 작품인 ‘알라딘’이 1,258만 명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확연히 차이 나는 수치이다.
사실 상영 전부터 저조한 실적은 예견되어 있었다. 인어공주는 예고편의 발표를 시작으로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NOTMYARIEL(내 에리얼이 아니야)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작은 반대운동이 일기도 했다. 그 이유는 인어공주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있다. 원작의 인어공주는 부드러운 빨간색 머릿결을 가진 백인이나, 에리얼로 캐스팅된 할리 베일리는 흑인에 레게머리를 하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영이 끝난 이후에도 꾸준한 화두에 서있었다. 이어 디즈니는 불이 꺼지기 전에 또 다른 실사화 영화를 내놓았다. 2025년 3월 19일, 또 다른 흑인의 백설공주가 탄생했다. 이 역시 국내 관객 수는 개봉 4주 차인 ‘미키 17’에 밀려 19만 명의 기록만을 세울 수 있었다.
2023년과 2025년 대중들의 반응은 모두 싸늘했다. 그리고 그 안의 핵심은 ‘원작과 다른 것‘에 있다. 왜 우리는 원작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사실 리메이크의 관점으로 본다면 너그러이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흑인의 인어공주와 백설공주를 중심으로 디즈니가 공주에 대해 재해석을 한 것뿐이며,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전의 향수를 그리워하며 원작의 디즈니 공주들을 찾는 대중들이 많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흑인의 인어공주와 백설공주의 논란을 바라보았을 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은 '노스탤지어'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소비 형태를 보면 Y2K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인 '응답하라 1988'까지, 노스탤지어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가 되었다.
노스탤지어(Nostalgia)
노스탤지어는 슬픔과 동경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쓸쓸하면서도 달콤한 감정이다. 주로 과거 사람들이 경험하거나 그들에게 가치 있었던 대상에 대한 선호 및 관련된 것에 대해 느낀다. 또한 노스탤지어는 사회적 유대감과 사회적 관계를 향상시키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흑인의 공주들이 논란이 되면서 많은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실제로 인어공주의 메인 예고편은 12,0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시절의 ‘디즈니 공주’ 모습을 떠올리고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이야기의 장이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스탤지어의 힘이다. 과거의 향수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며 타인과 상호작용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런 노스탤지어를 훼손하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계몽사에서 복간한 아동 전집 ‘디즈니 그림 명작‘
디즈니는 노스탤지어, 향수마케팅과 연관이 깊다. 2019년 계몽사에서 복간한 ‘디즈니 그림 명작’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세트당 60권으로 구성된 이 전집은 40만원이라는 작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완판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과거의 책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릴 적 추억을 다시 마주하고싶은 어른들이다. 예전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의 힘은 이렇게나 강력하다. 노스탤지어라는 향수의 가치를 가진 디즈니가 원작의 특성을 변경하여 실사화를 내세운 점은 파격적인 형태로 보여진다.
쾌락재와 쾌락소비
논란이 많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디즈니를 찾는다. 이전보다 이용자가 줄었다고 한들 여전히 디즈니랜드는 ‘오픈런’을 해야할 정도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이유는 디즈니에 대한 소비는 쾌락재이기 때문이다. 쾌락재는 즐거움과 짜릿함, 재미 등의 경험적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쾌락재를 소비하면 환상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디즈니의 소비는 즐거움으로 이어지는데 이 감정은 가격민감성을 낮춘다. 우리가 디즈니랜드에 가면 큰 돈을 작은 굿즈 하나에 소비하는 것을 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1900년대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디즈니는 하나의 러브마크 브랜드이다. 소비자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한번 쓰고 잊어버리는 일용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는 가치를 지닌 브랜드인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디즈니는 더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노스탤지어는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만 신세대에게는 신선한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백인의 공주가 익숙한 우리에게는 디즈니의 노스탤지어가 있기 때문에 불편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신세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흑인의 공주가 또 다른 무언가로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또한 기성세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되어 많은 반대에도 최근의 행보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동화 속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자유로운 사고를 장려하는 것, 많은 사람들의 향수와 노스탤지어의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디즈니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변화를 거듭하며, 여전히 우리에게 기억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게 하는 브랜드로 남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안윤정 and 이지은. (2018). 의인화된 브랜드 역할이 소비자 반응에 미치는 영향: 자아해석과 노스탤지어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광고, 19(3), 455-481.
2)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6419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sandych@duk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