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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전성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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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등불이 경주 형산강 금장대와 시내 일원을 수놓았다. 눈부신 빛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 깊은 심리적 메세지가 숨어 있다.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라는 발원처럼, 이 밤은 단순한 빛의 향연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어둠을 밝히는 불빛, 마음을 비추다.


지난 4월 24일, 경주시 형산강 금장대와 시내 일원에서 열린 연등회는 오랜만에 일상의 바깥에서 마음을 쉴 수 있는 기회였다. 등을 들고 함께 걷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필자 역시 그 중 한 사람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를 따라 이어지는 불빛의 흐름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묘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대규모 의례가 주는 정서적 효과에 주목한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의례에 끌리는 이유는, 그 속에 질서와 반복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패턴과 상징적인 행동은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연등회를 통해 체험하는 걷기, 등불, 함께함은 모두 이 구조 안에 포함된다.



말없이 연결되는 시간


제등행렬에 참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나란히 등을 들고 걸을 때였다.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고, 누군가는 등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다. 실은 필자도 그랬다. 등을 만들며 적은 작은 소원 하나를 마음속에 품고, 아무 말 없이 걷고 있을 뿐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험을 '비언어적 유대'라 부른다. 말없이 사람은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함께 할 때, 집단 속의 일원이 되었다는 느낌은 개인의 고립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높여준다. 요즘처럼 타인과의 관계가 느슨해진 시대에, 이런 연결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감정 정화 등을 통한 치유


등불 하나를 오래 바라보다 보면 생각이 줄어든다. 마음속이 조금씩 비워지고, 잡생각도 흐려진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의 정화'라고 설명한다. 감정의 정화는 눈물, 웃음 혹은 고요한 명상처럼 말 없는 감정의 흐름이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이다. 


연등의 따듯한 빛은 실제로 사람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주황색이나 노란 빛은 뇌에 안정 신호를 보내며, 심리적으로는 따뜻함, 희망, 평화를 상징한다. 연등회에서 이 빛이 시각적 자극을 넘어 마음의 자극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오래된 문화가 현재에게 주는 선물


연등회는 1,2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행사다. 하지만 그 의미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이 축제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경주 형산강 금장대와 시내 일원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사람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혹은 이유 없이 그냥 걸어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가 이곳에서 잠깐의 쉼을 얻는다.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등회는 우리 마음의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는, 매우 현실적인 사례다.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는 경험, 등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결국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상. 그 모든 것이 마음의 회복 과정과 닮아있다.



조용한 빛이 건네는 말 없는 위로


연등회가 끝난 뒤에도 불빛은 필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화려한 불꽃은 아니지만, 조용히 일상을 밝히는 등불처럼. 이번 연등회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마음이 지쳐 있던 이들에게 하나의 쉼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필자 또한 그 가운데서,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심리학은 마음을 복잡하게 분석하는 학문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단순한 경험 속에서 가장 깊은 위안을 찾을 수 있다. 연등이 어둠을 밝히듯,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다시 환해질 수 있다.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라는 발원처럼, 이 축제는 우리 각자에게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를 전해준다. 



출처
1) 형산강 연등문화 공식 홈페이지 (http://hsgllf.com/)

2) 연등회 공식 홈페이지 “연등회 역사” (http://www.llf.or.kr/bbs/content.php?co_id=hi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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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0 08: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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