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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유전자 발현: 심리상태가 몸을 바꾼다? - 후생유전학(epigenetics)에 대해
  • 기사등록 2025-06-02 08: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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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배정원 ]



당신의 하루가 유전자를 바꾼다



(출처:프리픽)

“긴장하면 목이 뻣뻣해지고, 속이 더부룩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수 있다. 현대 과학은 ‘심리 상태’가 단지 마음의 문제를 넘어, 실제로 우리 몸속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과연 스트레스 같은 감정적 자극이 생물학적인 우리 몸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 걸까?




감정이 유전자를 흔드는 메커니즘 – 후생유전학이 말하는 진실



우리가 흔히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 ‘설계도’처럼 여겨지지만, 후생유전학(Epigenetics)은 여기에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DNA 염기서열은 그대로이지만, 환경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자가 ‘켜지거나 꺼지는’ 현상은 메틸화(Methylation)나 히스톤 변형(Histone Modification) 같은 후생유전학적 변화에 의해 발생하며, 이 조절은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출처:프리픽)


실제로 미국 UCLA의 사회유전학자 스티븐 콜(Steven Cole)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나 사회적 위협과 같은 만성적인 심리 스트레스는 염증 관련 유전자는 활성화시키고, 항바이러스 및 면역조절 유전자의 발현은 억제하는 ‘CTRA (Conserved Transcriptional Response to Adversity)’ 패턴을 유도한다고 발표했다. 감정이 면역 시스템과 직결된 유전자 기능에까지 그 영향이 전해진다는것이다 .




유년기의 정서적 경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아동기때의 기억과 경험은 유전자 발현에 더 깊은 영향을 가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의 마이클 미니(Michael Meaney) 교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양육 방식이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NR3C1)의 메틸화 수준을 바꾸며, 이로 인해 평생의 스트레스 반응 경향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밝혀냈다.


이와 유사하게, 자살한 우울증 환자들의 해마 조직을 분석한 미국 맥고완(McGowan) 연구팀은,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있었던 이들에게서 스트레스 조절 유전자에 과도한 메틸화가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출처:프리픽)


이는 단지 트라우마가 심리적 상처를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도 ‘기억’되어 몸속에 새겨진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 심리 안정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다행히 유전자 발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감정을 안정시키는 활동 역시 유익한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위스콘신대학교 데이비슨(Richard Davidson) 교수 연구진은 명상 훈련을 받은 참가자들이 스트레스에 관련된 유전자 발현 양상이 완화되고,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이 더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즉, 마음의 평온은 실제로 유전자 수준에서도 ‘치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단순히 ‘기분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불안이나 우울감이 쌓일수록 몸속 면역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고, 장기적으로는 질병에 더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과 유전자, 결국 하나의 시스템



이처럼 후생유전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우리는 유전자가 곧 운명이라고 믿어왔지만, 이제는 우리의 삶의 방식—식사, 수면, 사회적 관계, 심리적 안녕—이 유전자 발현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삶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감정을 돌보며, 몸을 챙기는 일상 속 실천을 통해 우리의 유전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선물할 수 있다. 마음을 돌보는 일은 결국 몸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프리픽)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명상, 요가, 심호흡,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있다. 이들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긍정적인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 특히 ‘감사 일기 쓰기’, 사회적 지지망 형성, 규칙적인 수면 습관 등은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들의 메틸화 패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고 돌보는 습관은 결국 유전자의 언어로도 몸에 기록된다는 점에서, 정서적 회복력은 곧 생물학적 회복력으로 이어진다.









참고문헌


1) Cole, S. W., et al. (2007). Social regulation of gene expression in human leukocytes. Genome Biology, 8(9), R189.


2) Cole, S. W. (2013). Social threat, transcriptional plasticity, and the human genome: mechanisms of vulnerability and resilience. Brain, Behavior, and Immunity, 37, 174–186.


3) Meaney, M. J., et al. (2004). Epigenetic programming by maternal behavior. Nature Neuroscience, 7, 847–854.


4) McGowan, P. O., et al. (2009). Epigenetic regulation of the glucocorticoid receptor in human brain associates with childhood abuse. Nature Neuroscience, 12(3), 342–348.


5) Hunter, R. G., & McEwen, B. S. (2013). Stress and anxiety across the lifespan: structural plasticity and epigenetic regulation. Epigenomics, 5(2), 177–194.


6) Harvard Medical School. (2020). How stress affects your health. Harvard Health Publishing


7)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Center for Healthy Minds. (2014). Well-being and gene expression: Investigating the effects of med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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