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윤
[한국심리학신문=허서윤 ]
사진=Unsplash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도 해산된 지 어느덧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탄핵 촉구 집회였든, 탄핵 반대 집회였든 다들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분노하며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모였다. ‘부당함’이란 어떤 의미이길래 사람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분노의 목소리,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정치적인 색을 떠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시위’의 가치를 되새겨 보자.
10만원 나눠 갖기, 최후통첩 게임
2명이서 10만원을 나눠야 가져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자. 제안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저는 9만원, 당신은 1만원으로 나눕시다.” 이 제안을 수락하면 당신은 1만원을 갖게 되고, 거절하면 제안자도 당신도 0원을 갖는 것이 규칙이다. 컴퓨터는 이 제안을 수락하는 비율이 높다. 합리적인 사고에 따라 이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계산 아래 내린 결정이다, 반면 사람의 경우 대다수가 이 제안을 거절한다. 1만원이라는 경제적 이득보다 부당함에 의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손해인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 우리 뇌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Sanfey(2003)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부당한 제안을 받을 때 ‘뇌섬엽(insular)’이 크게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뇌섬엽은 감정, 특히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부당한 제안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거절은 고차원적인 사고
앞선 연구에서 뇌섬엽의 활성화와 함께 배외측전전두피질 또한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는데, 이 부위는 고차원적인 사고, 자기통제, 충동적인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noch(2006)는 이 배외측전전두피질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경두개 자기자극법(TMS)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의 배외측전전두엽에 전기자극을 보내 해당 부위의 기능을 잠시 마비시켰다. 즉, 실험 참가자들이 일시적으로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부당한 제안을 제시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이 부당한 제안을 수락하는 비율이 증가했으며, 제안을 수락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감소한 것이 관찰됐다.
Sanfey(2003)의 연구와 Knoch(2006)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우리는 이런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부당한 제안을 받는 경우 먼저 뇌섬엽이 활성화되어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후 배외측전전두엽이 활성화가 '거절'이라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이끌어 고통에 대응하는 것이다.
저항은 인간 고유의 가치
우리는 일련의 심리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부당함’에 저항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적인 사고만 가능한 컴퓨터와 AI는 해내지 못하는 인간의 뇌만이 기능할 수 있는 영역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우리는 꾸준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가치란 무엇인가? 근대 철학이 공고히 쌓아 올려 인간 고유의 가치라고 굳게 믿어 온 이성이라는 가치는 오늘날 AI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감정의 판단이 이끄는 사회 변화는 매우 큰 가치를 지닐 것이다. 시위는 이런 측면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부당한 제안에 저항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부당함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가치이자 존엄성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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