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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 = 정세현]


이미지 출처:  Pixabay

‘내일 회의에서 혹시 실수하면 어쩌지?’, ‘길 가다가 갑자기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혹시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이런 생각들은 모두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도 낮은 상황들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 걱정으로 혼자서 수십 번 이상 시나리오를 돌려본다. 이런 반복적인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말하는 증후군이 바로 “램프 증후군”이다.


램프 증후군은 마치 동화 알라딘에서 램프에 있는 지니에게 소원을 비는 것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걱정거리를 꺼내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심리적 특성을 말한다. 이러한 걱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단순한 수준의 불안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우리의 걱정 중에서 40%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고민이며, 4%만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다" 이라 말했다. 이 말은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96%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앞서 걱정한다면 램프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과잉 근심 증후군인 램프 증후군



램프 증후군이라는 용어는 대중들에게 친밀하게 전달하기 위한 표현으로, 실제 심리학 및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과잉 근심 증후군이나 범불안장애로 본다. 범불안장애는 특정한 원인이 없는 상황이지만 막연한 불안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며, 걱정의 대상이 계속해서 바뀌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불안이 너무 커져서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기 한다.


램프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측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강한 불안을 느낀다. '만약'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부정적인 생각은 걱정의 파도를 타고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치게 만든다. 이러한 계속되는 파도에 부딪히면 결국 집중력 저하, 피로, 의욕 상실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왜 가능성 낮은 일을 걱정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불안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인간은 위험한 요소로부터 생존해야 하므로 사람의 뇌는 잠재적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회피하는 데 유리하게 진화해 왔다. 문제는 이런 기능이 현대 사회에선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과도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맹수의 위협처럼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급변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관계나 경제적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위협에는 쉽게 노출되고 있다. 또한 현대 시대는 자연의 법칙보다는 운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 번의 부정적인 예측이 들어맞는 순간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불안에 휩싸이기 쉽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실제 위협이 없어도 상상 속 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에 더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심리학과에서는 부정적, 긍정적, 중립적인 정서 자극에 대한 뇌의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총 2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정서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때의 뇌파를 측정한 결과, 맛있는 음식 사진이나 평범한 사물을 찍은 사진보다 죽은 동물의 사진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담긴 사진을 볼 때 뇌파의 반응이 가장 빠르고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뇌가 부정적인 정보를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정보보다 더 민감하게 처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반응은 "부정성 편향"이라고 부르며, 이를 통해 인간은 부정적인 자극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더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걱정과 불안



이미지 출처: Pixabay

램프 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현재의 삶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불안과 걱정을 하느라 늘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면서 그것을 피하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느라 현재의 삶에서 자신이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에 크게 반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걱정이 너무 많은 피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램프를 닫고, 현재를 사는 법



램프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을 조금 더 가볍게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지금 내가 하는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과도한 불안과 걱정들이 휘몰아칠 때, 그 생각에 휩쓸리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제삼자의 시선으로 실제로 그 일이 벌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걱정이 너무 많아지는 자신을 인식하는 순간 머릿속의 생각 자체를 멈추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억지로 생각을 멈추기보다는 몸을 움직이며 다른 일에 집중을 해보자. 책상 위의 작은 얼룩을 지우는 일, 혹은 옷을 다려 주름을 펴는 일과 같은 사소한 일들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실하고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도 세상은 우리에게 미래의 일을 먼저 알려주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와 같은 말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걱정으로 걱정을 없앨 수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삶에 대한 불확실함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떠올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받을 수 있고, 그런 서로를 의지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미래도 그리 무겁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자



램프 증후군은 마치 램프 속 지니처럼 한 번 걱정을 꺼내면 계속해서 새로운 걱정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아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지니가 아닌 당신의 걱정램프에 사는 걱정 요정 지니는 당신을 돕기보다는 삶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그림자가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그러니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머리 아픈 걱정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그 어떤 기쁨도, 슬픔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야 한다. 오늘 하루 당신이 미래에 대해 걱정한 그 시간에 우리는 따뜻한 햇살을 받을 수도, 달콤한 것을 먹으며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젠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보다는 오늘 하루 얼마나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어떨까?
 

 


*참고문헌

1) 김민경, “램프증후군”, 정신의학신문, 2021.07.26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1475

2) 서애리, “"걱정도 병" 매사 걱정 많고 불안하다면?...'이 증후군’ 의심해야”, HiDoc뉴스, 2023.12.14,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60

3) 최고야, ““나는 왜 자꾸만 불안할까” 피할 수 없는 불안과의 불편한 동행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동아일보, 2023.07.23,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30721/120350530/1

4) 최고야, ““딸깍” 오늘도 켜진 ‘불안 스위치’, 꺼버릴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동아일보, 2023.07.30,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30727/120448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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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04 08: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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