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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화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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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완결되지 않아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의 첫사랑은 실제 연인으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첫 연애, 첫 데이트 그리고 첫 이별까지. 


그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즐거웠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설렜고, 그와 함께 걷기만 해도 하루가 특별해졌다.


이후에도 몇 번의 연애를 경험했지만, 그 사람과 나눴던 순수한 감정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사랑이 꼭 다른 연애보다 성숙하거나 건강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리만치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왜 아직도 그와의 연애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올까?




첫사랑과 초두효과


첫사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겪는 강렬한 경험이다. 이는 초두효과 (Primacy Effect)와 관련이 있다. 초두효과란 처음 접한 정보나 경험이 이후 사람의 생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심리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그 배경에 자리한 개념이기도 하다.


연애의 시작점인 첫사랑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우는 ‘첫 수업’과도 같다. 이때 겪은 감정, 관계의 방식, 기대와 실망은 이후 연애의 기준점이 된다.


초두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아시(Solomon Asch)는 한 인물의 성격을 묘사하는 동일한 단어들을 두 그룹에 서로 다른 순서로 제시했다. 한 그룹에는 “똑똑하다, 근면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스럽다, 질투심이 많다”는 순서로. 다른 그룹에는 그 반대 순서로 단어를 보여주었다. 


흥미롭게도 첫 번째 그룹은 이 인물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고, 두 번째 그룹은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었다. 제시된 단어는 동일했지만, 순서만 바꿨을 뿐이었다.


아시는 이를 인간의 뇌가 정보의 양이 많을 때,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뇌의 용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초두 정보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첫사랑의 이상화 현상


첫사랑을 잊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첫사랑을 이상화(Idealization)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특정 인물이나 관계를 실제보다 더 긍정적이고 완벽하게 기억하거나 해석하는 심리적 경향이다. 특히 감정적으로 중요한 첫사랑은 그 미화가 더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상화가 일어나면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가 현실보다 더 아름답고 순수했던 것처럼 재구성된다. 첫사랑은 낯설고도 강렬한 감정의 연속이기에, 그때 느낀 설렘과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특별하게 남는다. 비록 그 관계가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이상화하여 ‘완벽한 사랑’으로 기억하게 된다.


만약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기억에 집착해 현재의 관계 형성이나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일종의 무드셀라 증후군으로 볼 수도 있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아름답게 포장하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싶어 하는 증후군이다. 과거의 기억을 미화하고 집착하며 현재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이 용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무드셀라’에서 유래되었는데, 그는 기록상 969살까지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가 나이가 들수록 과거 아름다운 기억만 반복해 떠올리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현재를 외면했다는 데서 ‘무드셀라 증후군’이 비롯되었다.


문제는 이 증후군이 도피 심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너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과거에 집착하고 현실을 회피하게 만드는 감정적 함정이 될 수 있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일은 분명 아름답다. 그러나 그 기억에 머무르기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금 여기’에서 쌓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 성숙한 사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첫사랑은 인생의 한 장면일 뿐, 사랑의 모든 것이 아니다. 지나간 사랑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지금의 관계 속에서 나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중요한 건 첫사랑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 사랑할 수 있는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참고 문헌

1) 정태성. (2023. 3. 24).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114)] 면접관의 시선을 흐리는 초두·최신효과, 그리고 동종선호. 뉴스퀘스트. https://www.newsque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956/

2) 조진래. (2022. 7. 10). [원 클릭 시사] 초두효과. 브릿지 경제. https://www.viva100.com/20220709010002076

3) 브릿지경제 기자. (2018. 10. 1). [원 클릭 시사] 무드셀라 증후군. https://www.viva100.com/20181001010000088

4) 여인동 방사. (2025, 4, 29). 원시적 방어기제 원리와 치료(2): 이상화(Idealization)/평가절하(Devaluation). 전능통제.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gumsun5/22384982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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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04 08: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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