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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은 왜 대중의 분노를 샀는가?” - 국민사장님에서 신뢰 위기까지, 심리학으로 본 공인 논란의 이면
  • 기사등록 2025-05-16 16: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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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용욱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6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 = 백종원 유튜브] 


사건 개요


2025년 들어 백종원 대표와 그의 외식 기업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판매된 ‘빽햄 선물세트’에 대한 소비자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돼지고기 함량이 낮은 데 비해 고가로 판매된 이 제품은 “가격 대비 품질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원재료의 원산지 표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백종원 대표는 원산지 표시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되었다.


이후에도 백종원이 방송 제작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전 MBC PD의 폭로, 특정 출연자 섭외를 막았다는 갑질 의혹, 더본코리아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 인사 시스템의 부적절함 등이 잇따라 언론과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나며 대중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골목식당’ 등을 통해 서민적 이미지와 소상공인을 돕는 따뜻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백종원에게 이 같은 일련의 논란은 단순한 기업 리스크가 아니라, 대중 심리의 거대한 반전을 불러일으킨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1. '우리 편'의 배신이 더 아프다: 집단 정체성과 심리적 충격


사회심리학에서는 ‘집단 내 인물의 일탈’이 외부 인물의 실수보다 더 큰 정서적 충격을 준다고 본다. 백종원은 단순한 방송인이 아니라, 대중에게는 ‘서민 편에 선 기업가’, ‘국민 사장님’, ‘정 많고 소박한 리더’로 인식되어 왔다.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이면서도 직접 점포를 순회하며, 냉장고 안을 열어보고, 장사 철학을 설파하던 인물이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그의 조언을 경청했고, 일반 시청자들도 그의 언행에 감동을 느끼며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런 인물에게서 “원산지를 속였다”는 뉴스가 터지자, 대중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다. 이는 곧 정체성의 위협으로 작용한다. “믿었던 사람이 틀렸을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큰 타격이며, 자기 신념 체계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2. 방송 이미지와 기업인 현실의 충돌: 인지부조화와 정서적 분열


대중은 백종원이라는 인물을 통합된 하나의 존재로 인식한다. 방송에서의 친근하고 따뜻한 모습과,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영자로서의 현실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 운영상의 문제점이 그에게 도덕적 흠결로 연결되고, 그 결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가 발생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믿음과 충돌하는 정보를 접하면 불편함을 느낀다. 백종원이 선한 영향력의 대표주자라고 믿었던 사람일수록, 그가 법적 문제나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심리적 충돌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 정당화: “그냥 관리상의 실수일 거야.”

  • 비판적 거부: “이 사람도 결국 똑같았네.”

  • 혼란과 침묵: “실망스럽지만 아직 판단을 못 하겠어.”


이처럼 인지부조화는 개인의 신념 유지와 현실 수용 사이에서의 심리적 갈등이며, 이는 대중 정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심리 메커니즘이 된다.


3. 공정성에 대한 분노: 윤리적 민감성과 도덕적 허탈감


한국 사회는 최근 몇 년간 공정성에 대한 집단 감수성이 유례없이 높아진 상태다. 조국 사태, 학벌과 입시 비리, 재벌의 특혜 논란 등을 겪으며, 대중은 사회 정의와 윤리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학습되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백종원의 논란은 단지 기업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위선”으로 인식되며 대중의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를 유발한다. 특히 그는 '힘 있는 자이면서 약자의 편에 선다'는 이미지로 사랑을 받아왔기에, 윤리적 흠결은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대중은 일종의 도덕적 허탈감(Moral Fatigue)에 빠진다.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회의주의와 냉소가 증가하며, 사회적 신뢰 기반은 더욱 약화된다.


4. 사회적 비교와 박탈감: 가맹점주와 일반 시민의 감정적 거리


이번 사태는 더본코리아와 가맹점주 간의 갈등도 부각되었다. 백종원은 자수성가형 리더의 표상이었지만,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과도한 로열티, 운영 간섭, 지원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의 심리를 자극한다. 일반 시민들은 “나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왜 더 힘든가?”, “성공한 사람은 과연 약자였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은 신뢰 약화로 이어지며, 공감보다는 비판이 더 많이 발생한다.


5. 신뢰는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회복되는가? 회복적 신뢰 심리학


조직심리학에 따르면 신뢰는 능력(competence), 진정성(authenticity), 도덕성(integrity)의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형성된다. 백종원은 능력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지만, 최근 사건으로 인해 도덕성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회복적 신뢰(restorative trust)는 단순한 해명이 아닌, 행동과 시간, 그리고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다.


<회복을 위한 심리적 요소>

  • 1) 진정성 있는 사과: 책임 회피가 아닌, 직접적인 언어로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 2) 구체적 조치: 문제 원인에 대한 개선 약속과 실행을 보여야 한다.

  • 3) 시간에 따른 변화: 일관된 개선 행동이 반복될 때 신뢰 곡선은 서서히 상승한다.


대중은 금방 분노하지만, 동시에 회복을 위한 기회도 열어놓는 존재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대응이 이루어진다면, 위기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결론: 공인을 소비하는 시대의 심리학


‘백종원 사태’는 한 기업가나 방송인의 실수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공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집단심리의 축소판이다.


이제 대중은 단순히 유명하다고 해서 믿지 않는다. 신뢰는 ‘진정성 + 행동 + 일관성’으로 쌓이는 구조물이 되었고, 그 구조물은 무너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하지만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신뢰하고, 언제 실망하는가?”
그리고
“도덕적 기준이 높을수록, 우리는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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