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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리운 그림자, 마음을 비추는 등불: 방어기제 - 나를 지키기 위한 자아의 무의식 속 방패
  • 기사등록 2025-06-17 08: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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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외적, 내적 갈등 상황에 놓이곤 한다. 인간은 이러한 정신적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심리적 전략을 사용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심리적 전략을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s)라고 부른다. 방어기제는 고통스럽거나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벗어나서 그러한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돕는 무의식적인 정신 작용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그의 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방어기제의 역할


방어기제는 인간의 자아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수단이다.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감정, 기억, 충동을 차단하거나 왜곡하여 개인이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모든 방어기제가 유익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방어기제의 유형


  1. 억압 (Repression): 고통스럽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원초적인 욕구, 불쾌한 감정이나 경험 등이 의식에 떠오르지 못하도록 무의식 속에 눌러두는 것이다. 트라우마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 이후 이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대표적인 방어기제이다.

  2. 부인 (Denial): 현실, 즉 자신의 감각이나 사고 또는 감정을 심하게 왜곡하거나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하고 그로부터 회피하려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말기 암 판정을 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의 태도 등이 해당된다.

  3.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수용하기 어려운 심리 상태와 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불안 등의 심리적 불편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행동이다. 예를 들어, 실연이나 실의 등으로 슬픔이 찾아왔을 때 애써 혹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는 것이다.

  4. 투사 (Projection): 스스로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이나 욕구를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실제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싫어하면서, 오히려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믿는 경우이다.

  5. 합리화 (Rationalization): 자신이 한 행동, 그로 인한 불쾌한 상황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정당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을 망친 학생이 “어차피 출제 방식이 불공정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6. 퇴행 (Regression): 이전의 발달단계로 되돌아감으로써 현재의 불안이나 책임감을 회피하는 것이다. 

  7. 전치 (Displacement): 부적절한 충동과 감정을 원래 대상이 아닌 다른 ‘안전한’ 대상으로 옮기는 것이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화풀이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8. 동일시(Identification): 다른 사람의 특징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면서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9. 승화 (Sublimation):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충동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격성이나 예민(민감)성을 스포츠나 예술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베일런트의 방어기제위계 분류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는 인간의 일생에 걸친 심리적 성장과 방어기제의 발달을 연구했다. 그 결과 다음과 성숙도를 기준으로 같은 네 단계로 방어기제를 구분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정신 건강 상태와 심리적 적응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 자기애적 방어기제 (Narcissistic defenses): 현실을 왜곡하는 특징을 보이며, 심한 정신병적 상태에서 주로 나타난다. 부인(denial), 분리(detachment), 투사(projection), 망상(delusions), 환각(hallucinations), 분열(splitting) 등이 있다.

  2. 미성숙한 방어기제 (Immature defenses): 현실을 왜곡하고 대인 관계에 문제를 야기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면 부적응적 신호를 가리킨다. 퇴행(regression), 동일시(identification), 신체화(hysteria), 행동화(acting out) 등이 이에 해당된다.

  3. 신경증적 방어기제 (Neurotic defenses): 자신과 현실을 어느 정도 수용하지만, 감정 조절에는 어려움이 있다. 억압(repression),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 지식화(intellectualization), 전치(displacement) 등이 있다.

  4. 성숙한 방어기제 (Mature defenses): 자아가 강하며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사회적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 유익하다. 승화(sublimation), 유머(humor), 이타주의(altruism), 상징화(symbolization) 등이 이에 해당된다.

방어기제는 무조건 나쁠까?


방어기제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보편적인 심리 현상이다. 적절한 방어기제는 개인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도하거나 비현실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경우 현실 회피, 대인 관계 문제, 정서적 고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베일런트는 방어기제를 단순히 병리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개인의 발달과 심리적 적응의 일부로 통합하여 보았다. 또한 성숙한 방어기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숙한 방어기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숙한 방어기제가 정신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깊이 관여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승화, 유머, 지식화 등 비교적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미성숙하거나 병적인 방어기제에 의존할수록 불안, 우울,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보다 건강한 감정 조절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방어기제가 어떤 수준에 있는지 자각하고, 더 성숙한 방식을 연습해 나가는 과정은 심리적 회복력과 자기 성장의 길이 된다.


감정의 그림자에서 감정의 등불로


우리 모두는 상처를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방어기제는 외부 세계와 부딪히며 배우는 자아의 본능적이며 정서적인 생존 전략이다. 감정을 무작정 덮어놓고 억누르기보다 그 역할과 힘을 이해하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이용(利用)하며 활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아의 힘을 키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하고, 필요하다면 변화의 여지를 찾는 것이다.


방어기제는 나를 지키는 방패일 수 있지만, 때론 그것이 또 다른 고립의 벽이 될 수도 있다. 심리적 방어는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성장할 수 있는 내면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가 어떤 방어기제를 쓰고 있는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차리는 데서 출발한다.






참고문헌 

1. 권석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이론. 학지사.

2. 이은경 외. 상담 사례에 기반한 심리상담이론과 실제. 시그마프레스.

3. 천성문 외. 심리상담과 치료의 이론과 실제. 시그마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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