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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권다미 ]


 


(아내) : “잘못했으니 지난 일이니 잊으라고? 나도 잊고 싶어요. 믿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내가 끈질기고 심하다고요?”


이 말은 남편의 외도 이후, 용서하고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 많은 아내들이 공통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그 말속에는 아픔, 혼란, 애씀, 그리고 외로움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갈등은 단순히 용서의 여부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남녀 간 심리 기준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남편은 "잘못했고, 아내가 용서했으니, 이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서로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힘들지만, 자신이 노력하고 있으니 결국은 아내도 잊고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렇지 않다. 여성은 현재의 감정 상태를 기준으로 과거의 사건을 계속해서 되새긴다. 상처가 해결되거나 감정이 이해되지 않으면 마음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용서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감정은 아프고 혼란스럽다. 남편은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고, 아내도 정말로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심리적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남편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극복하려 하고, 아내는 현재의 안정과 이해가 없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이처럼 부부 사이의 갈등은 종종 용서의 진정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감정의 시간차 때문이다. 이 시간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내는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정말 나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 남자는 ‘미래’를 기준으로 산다.


남자의 행복은 늘 미래에 있다. 기혼, 미혼, 이혼, 사별이든 상관없이 그의 행복 기준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이 있어야 살아있다고 느낀다. 현재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남자에게 과거를 회상하거나 되새김질하는 일은 오히려 스트레스다. 남자는 본질적으로 ‘명분’과 ‘목표’에 민감하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판단에 명확한 목적이 있다고 느끼면 빠르게 행동한다. 그러나 이처럼 자기 판단에만 의존하는 특성 때문에 배신, 사기, 실패 등을 겪기 쉽다.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기준에 대한 강한 믿음은 타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자기 경험과 지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또한 남자는 생각이 길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오래 고민하거나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어떤 일은 해결하기보단 회피하거나 잊어버린다. 반면 확신이 있는 문제에는 깊이 파고들며 철저히 계획하고 추진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도전과 몰입은 남자에게 있어 가장 순수한 형태의 행복이다. 하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 않는다. 목표를 이루는 순간 느끼는 벅찬 감정은 짧고, 곧 새로운 미래를 향한 불안을 느끼며 다시 움직인다. 결국 남자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야만 살아있다고 느끼는 존재다.

 

- 여자는 ‘현재’를 기준으로 산다.


반면 여자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달려 있다. 과거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었어도, 현재가 불안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현재 감정을 중심에 두고 과거를 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 불안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현재의 문제를 말하기보다 과거의 상황까지 끄집어내 이야기한다. 그건 문제 회피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는 감정을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과거에 받은 상처는 해결되더라도 마음속 어딘가에 남는다. 비록 그것이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갈등이나 문제 상황에서도 감정을 무시한 접근은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여자는 현재가 안정되고 신뢰받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만 그 전제는 ‘믿을 수 있는 기반’이 있는가이다. 그래서 여자는 여러 번 확인하고, 또 확인한 후에야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뗀다.

 

- 창의성조차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다.


종종 사람들은 남자가 더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창의성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남자는 ‘비현실적’이라 여겨질 만한 발상을 밀어붙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반면 여자는 현실 안에서 가능한 것들을 구체화하고 구조화하는 창의성을 발휘한다. 어쩌면 남자가 상상한 미래를, 여자가 현실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 남녀의 심리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


남자와 여자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남자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견디고, 여자는 현재의 안정 위에서 미래를 계획한다. 이 차이를 모르고 “왜 저렇게밖에 생각 못 하지?”, “왜 과거 얘기만 계속하지?”라며 불평한다면, 서로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남자도 여자도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관계는 부드러워지고, 감정은 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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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6 08: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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