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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



그녀의 세상은 온통 보라색이었다.

 

장화도, 가방도, 휴대폰 케이스도… 심지어 인스타그램 프로필도 보라색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년에는 머리카락까지 보라색으로 염색했다. 옷장을 열면 보라색 계열의 옷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이라고 여겼지만 단순한 취향을 넘어선 어떤 의미가 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사람은 색깔에 대한 특별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넥타이 색깔을 고민하는 순간들, PPT를 만들 때 색상을 고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모습들은 이러한 주장의 뒷받침이 된다. 


이런 일상적인 선택들은 우리가 색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걸 보여준다. 평소 자연스럽게만 생각했던 이 인식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아보고 싶었다.

 

색깔이 만드는 세상의 비밀




이러한 궁금증의 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색깔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옷장을 여는 순간부터 색깔 선택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차분함과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검은색 정장이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빨간색 블라우스 등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색깔이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과 마주한다. 옷장은 단순한 수납공간이 아니라 수십 개의 정체성이 걸려있는 변신의 공간인 셈이다.

 

출처: THE GURU기업들의 색깔 전략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맥도날드의 빨강과 노랑은 행복, 흥분, 재미와 같은 긍정적인 심리 메시지를 전달하고, 스타벅스의 초록은 고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 컬러 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구매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각으로 87%를 차지하는데, 시각에서 색상의 비중은 60%에 달한다고 밝혔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여 색깔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일상의 색깔 코드들이 언어로써 존재한다. 신호등의 빨강은 "멈춰", 초록은 "가도 돼"라는 전 세계 공통의 명령어다. 병원의 하얀색은 청결과 치유를, 소방서의 빨간색은 긴급과 용기를 상징한다.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만드는 PPT에서도 파란색 배경은 신뢰성을, 빨간색 강조는 중요함을 전달하며 색깔이 메시지의 의미를 좌우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거대한 색깔 언어 시스템 안에서 살아온 것이다.


빨간색의 놀라운 이중성




실제로 색채가 우리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두 학자가 있다.

 

로체스터 대학의 앤드류 엘리엇 교수는 색채 심리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을 했다. 그가 밝혀낸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빨간색이 상황에 따라 정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었다.

 

실험을 통해 로맨틱한 상황에서는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남성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빨간색이 열정과 로맨스의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같은 빨간색이 평가나 경쟁 상황에서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보였다. 시험지에 빨간 펜으로 적힌 문제 번호를 본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빨간색이 생리적 각성을 일으키는 동시에 문화적으로 '실패'와 '위험'을 연상시켜 불안과 회피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엘리엇 교수는 “색상 – 맥락 이론”을 통해 동일한 색이라도 물리적 환경이나 심리적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과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마음을 읽는 8가지 색상




스위스 심리학자 막스 뤼셔는 1947년 더욱 놀라운 발견을 했다. 단 8가지 색상의 선호 순위만으로도 사람의 현재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뤼셔 검사는 간단하다. 파랑, 초록, 빨강, 노랑, 보라, 갈색, 검정, 회색 중에서 현재 가장 좋아하는 색부터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색상의 선호도와 실제 사람들의 심리를 검사한 것을 비교해 보면 신기한 결론이 나온다.


  • 1. 회색을 1순위로 선택한 사람: 현재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라고 답변
  • 2.빨간색을 마지막 순위라고 말한 사람: 더 이상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답변
  • 3. 파란색을 1순위로 선택한 사람: 평화와 안정이 간절한 상태라고 답변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선택이 의식적 판단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뤼셔의 실험 결과를 통해 보라색을 좋아하는 그녀는 창의성과 신비로움을 추구하며, 평범함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강하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의 보라색 사랑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구의 표현일 수 있다.


색깔로 읽는 내 마음의 지도




이제 우리는 이 신비로운 색채 언어를 일상에서 활용하여 더욱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내 색깔 취향의 변화를 관찰하자. 최근 들어 유독 끌리는 색이나 피하고 싶은 색이 생겼다면, 그것은 현재 감정 상태나 무의식적 욕구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평소 차분한 파란색을 좋아했던 사람이 갑자기 활기찬 노란색에 끌린다면, 마음이 더 밝고 에너지 넘치는 변화를 갈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PPT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색깔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자. 엘리엇 교수의 연구처럼 맥락을 고려한 색상 선택이 중요하다. 신뢰감을 주고 싶다면 파란색을, 창의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높은 채도의 색상을, 안정감을 전달하고 싶다면 낮은 명도의 색을 선택하라. 색깔은 말보다 먼저 상대방의 무의식에 도달하는 강력한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색깔 취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자.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깔 안에는 성격과 현재 마음 상태, 그리고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숨어있을 수 있다. 

 

새로운 색에 도전하자. 평소 입지 않던 색의 옷을 선택하거나, 늘 사용하던 색상과 다른 컬러로 공간을 꾸며보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이 될 수 있다.


마음의 무지개를 그려보자




그녀가 보라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색상이 이쁘다는 감정도 있겠지만, 창의성과 특별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거일 수도 있다. 

 

힘든 일이 있던 날 무의식적으로 검은 옷을 입고, 중요한 발표 전에는 파란색 셔츠를 선택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평소 입지 않던 밝은색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색깔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색깔이 우리 마음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이런 선택을 '그냥 기분'이라고 넘길 때가 많다. 

 

이제는 색상의 의미를 인지하고 주변을 살펴보자. 동료가 평소와 다른 색 옷을 입고 왔을 때, 연인이 특정 색을 유독 좋아할 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신호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색깔은 말하지 않는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새로운 언어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박지연. (2023).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색의 마법, 색에는 힘이 있다. 고대신문.

(http://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40987)

2) Daniel Urban. (2014). Who are we and why? The Lüscher color test. Schirn mag.

3) Andrew J. Elliot. (2012). Clor in Context Theory. Scispace.

4) 오상헌. (2021). 내면에 숨겨진 심리와 성공, 균형 컬러를 발견하는 컬러심리상담. Interview.

(http://www.interviewm.com/news/articleView.html?idxno=1800)

5) 김민지. (2022). 색이 주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컬러의 힘. ART insight.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8668)

6) 민지영. (2019). 시각적 주의 향상을 위한 교과서 색채인지에 관한 연구. 한국일러스트레이션 학회.

7) 언디자이닝. (2020). 컬러가 전달하는 심리 메시지. UNDESIG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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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30 08: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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