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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라면보다 맛있는 음식은 남이 끓인 라면이다. 특히 예고 없이 찾아온 라면 냄새는, 꼬르륵, 배를 자극한다. 운 좋게 한입 뺏어 먹는다면, 호로록, 이보다 탁월한 풍미가 어디 있으랴. 남이 끓인 라면은 무척이나 맛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라면을 끓이는 동안 그 냄새에 후각이 둔감해져 음식 맛이 덜 느껴진다고 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코를 쑤시는 라면이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근거이다.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수고가 들어가지 않아서라고 한다. 원래 손 안 대고 코 풀 때가 가장 시원한 법이니까. 아무쪼록 명확한 해답을 내리진 못하겠지만, 공통점은 조리 과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을 얼마큼 넣었는지, 추가로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하물며 수프와 면 중 무엇을 먼저 넣었는지까지. 어쩌면 무슨 라면인지도.

 


비교의 콜로세움



비단 라면만이 아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유명한 속담이 있지 않은가. 심리학에선 이를 ‘상향 비교’라고 한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거나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뜻하는 이 용어는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상향 비교에 관한 연구는 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이하 SNS)’와 연결되었는데, 그야 그럴 것이, SNS는 비교의 콜로세움으로 거듭난 지 오래다.

 


SNS의 확산을 통해 우리는 손쉽게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역으로 우리네 삶 역시 타인에게 비친다. 서로를 본다는 행위의 장단점은 극명하다. 시각은 단순히 시선으로 그치지 않고, 평가와 인정으로 확장된다. 자연스레 콜로세움은 파놉티콘으로 변모하고, 단순히 일상을 공유하는 장소로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치 전투에 임하는 검투사처럼 시험대에 올라가 볼거리를 자처한다.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 완전무장 하듯이,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고 약점을 감춘다. 콜로세움의 이면은 마치 달의 뒷면처럼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의 단면만을 보고서 자신의 전면과 비교하며 지레 겁먹는다. 이윽고 타인이 무언가를 쉽게 쟁취하는 것과 같은 심리가 발현된다. 비가시적인 부분에 타인의 노력이 얼마만큼 소요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궁금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력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단편적으로 보이는 현상만을 시기한다. 그렇게 비난의 검을 휘두르지만, 이내 그 칼날은 자신을 향한다. 그러나 그 방향은 인지되지 못한 채 슬며시 스며온다.

 

물론 운이 커다란 작용점인 것은 부정하지 못한다. 간혹 외모가 출중해서 인생을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고, 모종의 이유로 좋은 기업에 취직한 사람도 보일 것이다. 흔히들 벼락부자, 벼락스타라 불리는 사람도 종종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극히 일부인 점을 잊지 말자.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함부로 탐했다간 탈 나기 십상이다. 내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떡은 내가 만든 떡이다. 그들의 인생이 멋있는 이유는 내가 끓인 라면이 아니고, 내가 빻은 떡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라면



굳이 없는 이론을 하나 만들어보자면, ‘라면이론’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남이 끓인 라면(Ramyun/Ramen)이 맛있는 이유는 내가 끓인 라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끓인 라면이라면(If), 그 맛이 안 날지도 모른다. 라면을 먹고 싶을 때마다 매번 타인의 것을 뺏어 먹을 순 없는 노릇이다.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명한 요리사는 라면을 뺏어먹고서, 맛있다는 탄식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신과 상대의 조리법을 비교하면서 사용된 재료나 과정 등을 궁금해할 것이다. 자신이 만들 음식이 라면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것은 남이 끓인 라면이 아니라, 남이 라면을 끓이는 과정이 아닐까. 우리에겐 비교할 대상보단 비견될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끓인 라면이 가장 맛있지 않을까. 만약 당신이 겪는 현상이 라면이론이라면, 우선 라면부터 끓여보자. 그 또한 족히 맛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1) 김해인, 이동형. (2024). 청소년의 자기개념 명확성과 우울의 관계: 소외에 대한 두려움과 SNS 상향비교의 순차적 매개효과 검증. 중앙대학교 한국교육문제연구소,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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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0 08: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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