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국심리학신문 = 정세현]
이미지 출처: Pixabay
“사람들과 웃고 대화도 하는데, 집에 돌아오면 텅 빈 기분이 들어요.”
30대 직장인 oo씨는 요즘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회식도 많고 단체 채팅방에서 하루 종일 알림도 오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사람은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라는 것은 익숙한데 외롭다는 감정은 자꾸 커진다.
사실 이런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30대 직장인 oo씨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5.5%, 2010년 23.9%, 2023년 35.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1인 가구가 증가한다는 것이 반드시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인 가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로움에 놓일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2019년에 실시한 Smith와 Victor의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것은 외로움과 사회적 문제에 높은 연관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처럼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까지 되고 있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을 “신체적 건강에 위협이 되는 글로벌 위험 요인”으로 명시하고 국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이라는 직책을 만들었으며 일본도 2021년 10월 고독사 방지 대책실이라는 기관을 출범시켰다.
실제로 외로움은 우울증, 불면증, 심혈관 질환,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신체,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2022년 서부 노르웨이 응용과학대학(Western Norway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에서 연구한 결과, 외로움이 제 2형 당뇨병 위험인자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같은 해 미국 심장협회(AHA)에서 발표한 연구를 살펴보면 외로움을 느끼거나 사회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뇌졸중과 같은 뇌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이유
외로움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다른 이들과의 교류 없이 나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태일 수도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것이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혹시 다른 이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애정을 받지 못해 외로움을 경험했다면 모두 적어도 한 번은 타인을 통해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은 오히려 외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남들, 친구들, 가족들 혹은 연인과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공간의 제약 없이 몇백 킬로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전화로 대화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과 채팅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이처럼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도 우리는 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외로움의 전기'라는 책을 쓴 킹스 칼리지 런던의 역사학 교수인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Fay Bound Alberti )는 외로움은 슬픔, 질투와 같이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기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외로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오래된 것이 아니며, 18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지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외로움이라는 개념은 시대와 함께 발전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많은 학자들은 외로움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와 내가 원하는 인간관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있을 때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스 대학의 심리학자 샘 카는 외로움이란 어떤 관계 속에서 자신의 본 모습대로 있을 수 없거나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끼게 되며 아무리 가까운 친구나 연인, 가족이더라도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외로움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시카고 대학과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이 2014년에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출근길에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응답을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실제로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출퇴근 시간이 즐거웠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정중하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해보자. 혹시 이것이 어렵다면 안부를 묻거나 감사 인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외로움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2021년에 진행한 연구에서는 과밀한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보다 자연환경에 더 자주 노출된 사람들이 외로움을 28% 정도 더 낮게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자연과 접촉을 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서적인 고립감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외로움은 무조건 나쁜 것이고 느껴서는 안되는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는지를 찾아보며 그것을 하나씩 실천해나가는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외로움이란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없애려 노력하기 보다는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혜롭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1) 이윤정, “WHO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 경향신문, 2023.11.17,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172153005/?utm_source=urlCopy&utm_medium=social&utm_campaign=sharing
2) 통계청, 1인가구비율, 2024.07.30,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5065
3) 성진규, "'이 감정' 많이 느끼면 건강에 악영향...암 생존자 수명도 줄어", HiDoc뉴스,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97
4) 매트 워렌, "당신이 군중 속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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