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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송연우 ]




안고 잘 애착 인형이 있다는 건 확실히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

당신은 꿈을 자주 꾸는 편인가? 필자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꿈을 꾸는 편이다. 가끔은 그 내용이 선명히 기억나지만, 주로 깨어난 직후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종종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생생하지만 끔찍한 악몽을 꾸기도 한다. 현실에서 이미 한참 전에 낸 서류가, 꿈에서는 새까맣게 까먹고 내지 못한 서류가 된다든지. 몇 달 전에 성공적으로 치른 시험을, 꿈속에선 준비되지 않은 채로 당장 쳐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든지. (안타깝지만 전부 필자의 이야기다.)

 

잠에서 깨어 이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꿈이 너무 생생한 나머지 현실과 구분이 어렵다면 어떻게 될까? 현실과 꿈을 혼동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왜 이런 ‘악몽’이 현실처럼 다가올 수 있는지,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꿈의 정의



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꿈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해왔다.

 

학자정의
Freud(1900)우리의 무의식에 도달하는 왕도
Jung(1962)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통찰을 일깨우는 역할
Hobson(2002)활성화-종합 이론(activation synthesis theory)에 기반한 ‘단지 뇌간에서 오는 신경전달 물질에 의해 전달되는 화학적 메시지’
Crick & Mitchison(1983)역학습(reverse learning)이론에 기반한 ‘깨어있는 동안 쌓아뒀던 여러 정보 중 더 이상 필요 없는 정보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
Domhoff(2007)
연속성 가설(continuity hypothesis)에 기반한 ‘생시에 경험했던 내용들의 반영’


 




악몽의 정의와 측정



반면 악몽의 정의는 단순하다. 악몽은 흔히 나타나는 사건 수면의 한 형태(Miro´ & Martı´nez, 2005)로, 극도로 불쾌하고 실제처럼 여겨지는 꿈이다(Levin & Fireman, 2002a, 2002b; Miro´ & Martı´nez, 2005; Hartmann, 1984). 물론 악몽을 얼마나 많이 꾸느냐도 중요하지만, 악몽이 자신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즉 악몽으로 유발된 정서적 고통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 유의미하다. Belicki(1985)는 악몽을 경험한 뒤 생시에서 겪는 악몽과 연관된 고통을 악몽 빈도 – 악몽을 꾸는 빈도 - 와 구분하여 악몽 고통이라 정의하였다. 또한 Nielsen과 Levin(2007)은 악몽을 다룬 연구를 진행하며 악몽을 악몽 빈도와 악몽 고통으로 이루어진 두 요인 과정으로 구체화하였다.






악몽의 원인과 극복 방법



Pietrowsky와 Köthe(2003)는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악몽이 개인의 행동과 신체적·심리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약 25%의 참가자가 심리적 고통과 두려움, 좌절을 포함한 생리적, 정서적 불편감을 호소하였다. 거의 절반 정도의 참가자는 악몽을 강박적으로 기억하고 그 메시지를 분석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다. 영국 카디프대학교 심리학연구소는 반복되는 악몽이 심리적인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팀을 이끄는 네타 윈스틴 박사는 "꿈은 축적된 기억에서 무의식적으로 끌려 나오는 일종의 이미지"라며 "꿈을 꾸는 사람의 욕구가 억압될수록 나쁜 꿈을 꿀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평화(2017)에 따르면 미신적인 신념을 더 지지하고 악몽을 자주 경험할수록 악몽 고통도 크게 느낀다.


정리하자면 개인이 악몽에 대해 민감한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꿈에 대한 미신적인 신념을 얼마나 가지는지, 꿈이 생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꿈과 관련된 과거의 경험이 있는지 등 조금 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카를 융이 “꿈꾼 사람이 자신의 꿈을 가장 모른다”라고 말했듯, 우리가 의식적으로 무의식의 내용을 읽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꿈을 해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인지 능력으로 꿈을 가둬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악몽 하나에 매몰되어 걱정하느라 하루를 보내는 것보단, 기억에 남는 꿈을 꿀 때마다 기록하며 ‘나의 무의식’을 따라가려는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 모종의 이유로 억압된 욕구를 꺼내고,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건 전부 우리의 몫이니 말이다.

 

 


<참고 자료>

1. 김세혁. (2017년12월20일). 반복되는 악몽 방치했다간…전문가 "대응 늦으면 큰일 날 수도". 뉴스핌. https://www.newspim.com/news/view/20171220000104

2. 김정린. (2025년06월01일). 의식이 잠든 사이, 꿈으로 무의식과 교감하다. 고대신문. https://www.kunews.ac.kr/news/articleView.html?idxno=44025

3. 전평화. (2017). 꿈에 대한 암묵적 이론 및 악몽대처방략과 악몽고통 간의 관계 [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432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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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27 08: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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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eun53172025-06-30 03:31:07

    악몽에 대한 심리학적 개념을 단순히 ‘무서운 꿈’으로 보지 않고, ‘악몽 고통’이라는 정서적 영향까지 구분해 설명해주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꿈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의 정의와 악몽이 무의식, 억압된 욕구, 심리적 상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차분히 풀어낸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만 후반부에서 독자들에게 제시한 제안(기록, 받아들이기 등)이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되었으면, 독자 입장에서 실천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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