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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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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늘 상상하며 살아간다. 로또에 당첨되면 돈을 어떻게 쓸 지와 주변에는 어디까지 비밀로 할 지, 살짝 느껴지는 편두통에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걸리면 어떻게 해야할 지, 또는 재난 상황에 고립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까지. 현실적인 걱정에서부터 비현실적인 공상까지, 상상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상’하는 행위는 종종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럴 생각할 시간에 행동하라”, “쓸 데 없는 상상하지마라” 등의 말은 한번쯤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상상을 게으름이나 회피로 보는 시선은 사회 기저에 많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실험과 사례들이 상상이야말로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고, 심리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준다. 지금부터 그 대표적인 사례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상상만으로 식욕이 줄어든다?


상상은 단순한 생각을 넘어 실제 신체 반응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상상만으로 식욕이 줄어들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생각만으로도 음식에 대한 욕구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험의 내용을 살펴보자.


실험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초콜릿 30개를 먹는 장면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3개만 먹는 장면을 떠올렸고, 세 번째 그룹은 전혀 관련 없는 사물을 상상하도록 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초콜릿을 마음껏 먹게 했는데, 흥미롭게도 가장 적게 먹은 집단은 '30개를 먹는 상상'을 했던 첫 번째 그룹이었다.


그 이유는 ‘습관화’에 있었다. 습관화란, 특정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가 점차 그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반응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초콜릿을 먹는 상상을 충분히 반복하면, 실제로 먹지 않았더라도 뇌는 이미 그 자극을 경험한 것처럼 인식한다. 그 결과 실제 식욕이 줄어드는 것이다.


단, 이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상이 단순해서는 안 된다. 초콜릿의 질감, 향기, 씹는 소리, 혀끝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까지 오감을 총동원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뇌는 진짜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습관화가 일어난다. 상상 속에서 충분히 먹은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상상은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꾼다


이처럼 구체적인 상상은 단순한 식욕 조절을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충분히 상상하는 행위’를 심리학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Image Training)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상황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보고, 그 안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미리 연습하는 심리적 훈련 기법이다.


이러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상상력의 힘을 가장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 활용했지만, 오늘날에는 심리 치료, 자기계발, 프레젠테이션 준비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구소련 선수단이 활용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당시 선수들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몬트리올 경기장의 사진을 보며, 그곳에서 실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매일 머릿속에 그렸다. 시합의 긴장감, 관중의 시선, 경기 흐름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반복 훈련을 이어갔다.


그 결과, 선수들은 낯선 장소에서도 마치 익숙한 곳처럼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 경기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반복해온 ‘상상된 경험’이 실전의 긴장을 낮추고, 자신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마무리하며


상상이 현실을 바꾼다니, 어쩌면 허황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연구와 사례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식욕을 줄이고, 불안감을 낮추고, 중요한 순간을 준비하며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까지 상상의 힘은 분명한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상상하느냐’다. 대충 떠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오감을 동원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릴수록 뇌는 그 상황을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반응한다. 반복된 상상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행동을 바꾸며, 결국 삶 전체를 바꿔놓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상상은 허황된 것이나 단순 현실 도피 수단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현실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훈련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사전 연습이 될 수 있다. 오늘 떠올린 단 한 장면의 상상이, 내일의 선택을 바꾸고, 일상의 패턴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인생을 조금씩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상상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참고자료

1)  폴커 키츠, 마누엘 투쉬. (2022). 마음의 법칙.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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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18 08: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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