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국심리학신문 = 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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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세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만 같은 날이 있다. 내가 결심했던 의지가 한없이 흔들리는 날 말이다.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 많은데 머릿속은 갖가지 생각들로 가득 차서 집중하지 못하거나 꽤 오랜 기간 다이어트를 잘 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어 잠 못 드는 밤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나는 왜 의지가 이렇게 약할까…?’라는 자책 섞인 의문이 든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에 앞서 먼저 “의지력”이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자. 의지력이란 본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결심한 바를 실천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의지력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쉽게 지치지 않고 자신이 목표한 일을 달성하지만 다른 이들은 쉽게 지치고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운동이나 청소를 미뤄두고 쉬고 싶어지는 자신을 보며 괜히 자책하고 다른 사람이 퇴근 후에 운동을 가고 영어 공부를 하며 자기 개발에 열중하는 것을 보며 나는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과연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은 의지력을 타고났기 때문일까?
의지력은 정말 소진될까?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로이 보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력을 연료에 비유했다. 수많은 결정과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휴식과 재충전이 없다면 의지력이라는 에너지가 점차 소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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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도 존재한다. 우선 첫 번째 연구는 참가자들을 모두 배고픈 상황으로 만든 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무를 먹게 하였고 다른 한 그룹은 초콜릿 쿠키 옆에서 무를 먹게 하였다. 그 결과 쿠키 옆에서 무를 먹은 사람들이 무만 먹은 사람들보다 2배 더 많이 포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피로를 느끼고 의지력이 점차 낮아지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소비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24개의 종류의 잼 중에서 원하는 잼을 고르도록 한 실험이 있다. 한 그룹은 본인의 마음대로 잼을 골랐고 다른 그룹은 6가지 종류의 잼을 제외한 뒤 나머지 중에서 잼을 고르도록 하였다. 그 결과 선택지에 제한을 둔 그룹이 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포기하였다. 이 실험을 통해서 선택의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되었을 때 의지력이 더 빨리 소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가지 실험을 통해서 우리의 의지력은 외부의 통제나 유혹에 의해서 더 쉽게 고갈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유혹을 피해 다니고 자신의 의지를 통해 일을 해야만 의지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의지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믿음이 의지력을 결정한다.
의지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의지력이 정말 한정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2010년 비엔나 대학에서 동기부여 심리학을 가르쳐온 심리학자 베로니카 잡은 여러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의 주된 목적은 의지력의 소진 여부가 사람들의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베로니카 잡은 설문지를 만든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참가자들을 의지력이 제한된 자원이라고 믿는 그룹과 의지력은 충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믿는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후 정신적 집중도를 측정하는 검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의지력이 한정적이라고 생각한 그룹은 초반에 집중한 후 그 이후의 과제들을 수행할 때 집중력이 현저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의지력에는 제한이 없다고 생각한 그룹은 어려운 과제 후에도 꾸준한 집중력을 보이며 의지력을 무한대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베로니카 잡의 연구는 일상생활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의지력이 고갈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바쁜 날일수록 오히려 더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았다. 반대로 의지력이 쉽게 소진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피로를 핑계로 충동적 행동에 빠지는 경향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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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밸리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수인 조 프랜시스의 연구도 베로니카 잡의 실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3주 동안 추적 연구한 결과 의지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의지가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의지력이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운동할 가능성이 더 높고 간식이나 과자의 유혹에 덜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오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의지력이 한정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후라는 시점부터 자신의 에너지가 거의 소진됐다고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의지력은 훈련할 수 있다.
만약 지금까지 스스로가 쉽게 지친다고 생각했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의지력의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자제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통해 의지력은 자신의 믿음에 달렸으며 무한하다는 사실을 접했다면 당신의 의지력은 더 증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당신이 알게 된 의지력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눈다면 의지력을 더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의지력이 무한하다는 본질은 어린 시절부터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스탠포드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연구진들은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의지력을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고 이를 꾸준히 훈련한다면 자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효과를 확인하고자 어린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이 책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후 더 큰 보상을 위해 작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만족감 지연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이 책을 접한 어린이들이 더 많은 자제력을 보였다.
이외에도 의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즐겁게 몰입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취미로 악기를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집중해서 퍼즐을 맞췄던 순간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뇌는 집중하는 시간을 에너지의 고갈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의지력이 제한된 것이 아니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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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지력은 단순히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의지력이 쉽게 고갈된다고 믿으면 실제로 더 빨리 지치게 된다. 반대로 나는 조금 더 이겨낼 수 있다고 믿으면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물론 쉼 없이 계속 무언가를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적당한 휴식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에너지를 한정 짓지 말고 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예전보다 더 향상된 의지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데이비드 롭슨, "정신건강: 의지력을 무한하게 만들어주는 사고방식", BBC KOREA, 2023.01.07,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4195413
2) 이강봉, "의지력을 너무 혹사하지 말라!-지나친 억제로 ‘자아 고갈’ 초래 ", The Science Times, 2016.05.16,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150942
3) 박진영, "부족한 의지력을 탓하지 마세요", 동아사이언스, 2018.02.24,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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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갓생'을 살겠다는 이유로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거나, 다양한 공부를 하는 등 '너무 많은' 일들을 하루 일정에 집어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계획한 일을 지키지 못할 때마다 그 의지도 꺾이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의지력을 '훈련'할 수 있다는 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 듯합니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는 말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