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서
[한국심리학신문=유영서 ]
여름철이 되면 극장가에서는 약속한 듯이 공포영화가 줄지어 개봉하곤 한다. TV에서는 괴담 소개 프로그램이 방영을 하고, 영화 채널에서 밤마다 공포영화를 방송해 주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는 폐가 체험 영상, 공포 라디오 등의 컨텐츠가 몇 년째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추리소설, 호러소설의 인기 또한 마찬가지다. 익숙한 장소에서 나타나는 낯선 존재, 가위에 눌리며 들리는 이상한 소리, 어느 날 갑자기 덮쳐오는 좀비 떼와 끔찍한 살인마 등 무서운 장면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면서도 공포물을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뭘까? 무섭고 자극적인 경험을 의도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스트레스 해소와 현실 도피
‘나이트메어’와 ‘스크림’의 감독인 호러물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은 “공포영화는 단순히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설하도록 돕는다”라고 이야기했다.1) 현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은 공포물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팬데믹과 경기 침체 등의 외부 요인이 존재할 때 사람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컨텐츠를 찾곤 한다.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좀비와 바이러스, 서바이벌 등의 컨텐츠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러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현실 도피와 같은 상황을 접하며 스트레스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통제된 상황 속 공포
공포영화 및 괴담 컨텐츠는 아무리 무섭고 잔인한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공포영화를 봤다고 해서 내 방에 갑자기 귀신이 생겨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안전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면 오히려 그것이 불안감을 해소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공포영화를 보면 뇌의 일부가 위협을 현실로 인식하여 몸에서 투쟁 및 도피 반응이 일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분비되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혈압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호흡이 가빠지기도 한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대응하거나 도망갈 수 있도록 근육이 긴장되기도 한다. 이에 맞추어 뇌에서는 고통을 줄이고 기분이 좋아지도록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방출한다. 공포 속에서도 묘한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는 이유다.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오게 된다.2)
사회적 연결 및 소속감
공포영화는 혼자서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사람들과 같이 볼 때 더 재미있게 느껴지곤 한다. 물론 공포영화를 더욱 제대로 즐기기 위해 빵빵한 사운드와 큰 화면을 찾아 영화관에 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과 같이 무서운 영화를 관람할 때 집단 속의 소속감을 느끼며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크다. 무서운 장면에서 혼자만 놀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같이 놀라는 것을 보고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같은 반응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더욱 편하게 해소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데이트를 할 때 일부러 공포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금기된 것에 대한 호기심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중에 사회적 금기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공포물에는 이 사회적 금기를 다루는 내용이 흔히 등장하곤 하는데, 실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소재들이 흥미를 유발하고 궁금증을 자극하게 된다. 죽음과 시체, 귀신, 정신 병동, 사후세계 등의 소재들은 실생활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만큼 공포물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얻는 요소이다. 호기심에 대한 충족이 쾌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포물과 일상물의 밸런스
기사를 쓰고 있는 나 또한 어릴 때부터 공포물을 즐기며 웬만한 공포 컨텐츠는 다 섭렵한 상태이다. 특히 지금 같은 여름이 되면 공포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아무리 재미있고 스릴 있는 경험이라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자극적인 컨텐츠만 접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실제로 무섭고 자극적인 드라마만 몰아봤을 시기에 일상생활 속 불안감이 높아졌던 경험도 있다. 사람은 시청각적인 자극에 큰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듣느냐가 정신 상태를 크게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을 위해 공포물은 최소한의 텀을 두고 시청하도록 하자.
*참고문헌
1) 백봉삼, 공포물 콘텐츠, 사계절 인기 장르된 이유…”스트레스 때문”, 지디넷코리아, 2023.03.29.
2) 김근정, 할로윈에 공포 영화 어때요?...운동할 때와 비슷한 행복감, 코메디닷컴,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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