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A ]



두 사람만 모여도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도 갈등은 일상이다. 하물며 업무 스트레스가 가득한 직장에서라면, 갈등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갈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지만,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통적인 관점에 따르면, 갈등은 소통의 부재, 포용력 부족, 신뢰 결여에서 비롯되며, 조직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본다. 그러나 상호작용론적 관점은 이와 다르다. 갈등이 전혀 없는 조직은 변화나 혁신의 필요성에 반응하지 못하는, 정체된 조직일 수 있다. 오히려 기능적인 갈등은 현 상황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며, 성과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어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갈등을 단순히 회피하거나 억제해야 할 것이 아닌, 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촉진하는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소개하고, 갈등을 건강하게 다루기 위한 심리학적 접근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갈등의 세 가지 유형


갈등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업무 갈등(Task Conflict)은 과업의 내용과 목표에 대한 의견 차이를 의미한다. 이는 팀원 간 아이디어나 해결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드러난다. 


둘째, 과정 갈등(Process Conflict)는 ‘어떻게’ 일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을 말한다. 주로 역할 분담, 업무 절차, 책임 소재 등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나타나며, 팀워크에 혼선을 줄 수 있다. 


셋째, 관계 갈등(Relationship Conflict)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개인적, 사회적 이슈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감정적 긴장이나 불신, 성격 차이 등이 중심이 되며, 이 갈등은 조직 분위기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갈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Wit et al. (2012) 은 위 세 가지 유형의 집단 내 갈등이 구성원의 만족도, 응집력, 그리고 집단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116개의 연구를 메타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세 갈등 유형 모두 만족도와 응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중 과업 갈등은 관계 갈등이나 과정 갈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집단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관계 갈등과 과정 갈등은 일관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반면, 과업 갈등은 일관된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과업 갈등이 반드시 해롭다는 기존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며, 조절 변수와 상황적 맥락에 따라 과업 갈등이 집단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성과로 이어지는 과업 갈등의 전제 조건


과업 갈등이 집단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려면, 네 가지 조절 변수가 중요하다.


첫 번째, 조직 구성원들의 성격 유형에 따라 과업 갈등과 성과 간의 관계가 달라진다. Big5 성격 특성 중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과 정서 안정성(emotional stability)이 과업 갈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방성은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수용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정서 안정성은 스트레스를 침착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Bradley et al., 2013

Bradley et al. (2013) 은 117개 팀을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를 통해, 개방성과 정서 안정성이 높은 팀에서는 과업 갈등이 팀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이러한 특성이 낮은 팀에서는 과업 갈등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과업 갈등 상황에서 개방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팀원이 많은 팀일수록 갈등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과업 갈등이 발생하는 조직 내 위치에 따라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과업 갈등이 조직 내 하위 팀이 아닌 최고경영팀에서 발생할 경우, 과업 갈등과 팀 성과 간의 긍정적 관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최고경영팀 구성원들이 시간적 제약이 크고 과업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높으며,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 과업 갈등이 개인적인 감정의 상함으로 이어져 관계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 번째,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 수준에 따라 과업 갈등과 성과 간의 관계가 달라진다.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 내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실수를 하더라도 창피를 당하거나 배척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과업 갈등을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 


Farh et al., 2010

마지막으로, 과업 갈등의 강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Farh et al. (2010)은 중국의 IT 프로젝트 팀 71개를 분석한 결과, 과업 갈등과 팀 창의성 간의 관계가 역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과업 갈등이 너무 적거나 많지 않은 ‘적정 수준’일 때 창의성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업 갈등이 지나치게 낮으면 문제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부족해지고, 반대로 과업 갈등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관계 갈등으로 번지며 협업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은 조직의 비장의 무기



 

갈등은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며, 팀원들과 개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느냐이다. 조직의 성격, 팀 구성원들의 성향, 그리고 갈등이 발생한 시점과 맥락을 고려해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협화음이 아닌 학습과 성장, 그리고 창의적 성과로 이어지는 자산이 될 수 있다.



< 출처 > 

Bradley, B., Klotz, A. C., Postlethwaite, B. E., & Brown, K. G. (2012). Ready to rumble: How team personality composition and task conflict interact to improve performan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8(2).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30828150_Ready_to_Rumble_How_Team_Personality_Composition_and_Task_Conflict_Interact_to_Improve_Performance 

 

de Wit, F. R. C., Greer, L. L., & Jehn, K. A. (2012). The paradox of intragroup conflict: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7(2), 360–390.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51572721_The_Paradox_of_Intragroup_Conflict_A_Meta-Analysis

Farh, J.-L., Lee, C., & Farh, C. I. C. (2010). Task conflict and team creativity: A question of how much and whe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5(6), 1173–1180.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45706512_Task_Conflict_and_Team_Creativity_A_Question_of_How_Much_and_When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10580
  • 기사등록 2025-07-15 08:26: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