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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권다미 ]



현대인의 삶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감정은 고립되어 간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음 깊숙한 고독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 찾아온다. 바로 “위로”가 “사랑”으로 착각되는 그 순간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상처를 공감해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때, 우리는 흔들린다. 그 따뜻함을 향한 본능적인 갈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욕구다. 고된 삶 속에서 지친 영혼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그 기대 속에서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 위로가 때로는 ‘사랑의 감정’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거나, 결혼 생활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 감정의 왜곡은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마음의 틈을 통해 들어온 작은 배려와 관심이, 곧 나를 위한 열정으로 오인된다. 그렇게 ‘고마움’은 ‘호감’으로, ‘호감’은 ‘감정’으로, 그리고 마침내 ‘감정’을 사랑과 활력으로 착각해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행동의 끝은 종종 도덕의 선을 넘는 외도, 즉 상간 관계로 귀결된다.

 

위로는 사랑이 아니다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위로는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으나, 위로 자체가 곧 사랑은 아니다. 위로는 감정을 안정시키는 행위이며, 대상의 고통에 반응하는 인간적인 본능이다. 사랑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단순한 공감이나 친절 이상의 책임과 선택을 동반한다.


일시적인 위로는 확실히 마음을 달래준다. 따뜻한 말, 자상한 눈빛, 부드러운 터치—이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착각을 일으킨다. 고통이 멈춘 것 같고, 이전보다 내가 더 살아 있는 것 같으며, 이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바꿔줄지도 모른다는 환상까지 품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위로의 효과는 진통제와 같다. 고통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고, 상처는 그대로인데 감각만 마비되었을 뿐이다.


상처받은 이들의 착각 — 가정의 소외 vs 상간자의 따뜻함


결혼 생활 중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이 착각에 더 쉽게 빠진다. 배우자의 무관심, 반복된 갈등, 지친 일상은 감정적으로 탈진한 상태를 만든다. 이 상태에서 외부의 다정한 누군가가 등장하면, 그 존재는 마치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다정함’이 자신을 정말로 이해 해주는 운명의 사람이라 믿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성적인 접촉까지 이어지면 착각은 더 굳어진다. "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는 치유 되었다"는 믿음, "이 감정은 진짜 사랑일 수밖에 없다"는 자기 확신이 강해진다. 이 감정은 결코 건강한 사랑도, 진정한 행복도 아니다. 오히려 위로에 대한 중독일 수 있다. 누군가의 따뜻함 없이 버티지 못하는 감정의 의존, 그것이야말로 진짜 위기다.

 

상간자의 심리 — 감정인가, 게임인가


이러한 ‘착각의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종종 상간자가 된다. 그리고 이 심리는 상간자의 삶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인생을 즐기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위로와 사랑의 경계를 더욱 쉽게 넘나든다. ‘그냥 좋으니까’, ‘그 순간 행복했으니까’, ‘서로 위로해 주고 있었을 뿐’이라는 말들 뒤에는 책임 없는 감정 소비가 숨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 믿고, 그것이 옳다고 정당화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사랑은 도피처가 아니라 선택이다. 위로는 회복의 시작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행복이 될 수는 없다. 순간적인 위로와 감정의 폭발을 진짜 사랑이라 믿는 사람은 결국 더 깊은 외로움에 빠지게 된다.

 

관계란, 도피가 아닌 책임에서 비롯된 성장


사랑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인생에 발을 들이는 일이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다. 그 안에는 위로도 있고 갈등도 있으며, 상처도 있고 회복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함께 견디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일시적인 감정 소비에 불과하다.


우리가 위로를 받는 순간, 자신에게 꼭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이 감정은 내가 정말 원했던 사랑일까? 아니면, 단지 지금의 고통을 잊기 위한 도피일까?”


정말 중요한 건 위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위로를 느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가이다. 진짜 사랑은 감정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함께 책임지는 사람과 나누는 것이다.

 

삶의 고비마다 누군가의 위로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그 위로를 ‘행복’이나 ‘사랑’으로 착각하게 될 때, 우리는 더 큰 상처를 만들어낸다. 외로움 속에서 건져 올린 위로가 진짜 사랑일 수 있다는 희망은 때로는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그만큼 위험하다. 상처받은 감정은 쉽게 위로에 무너지고, 그 위로는 쉽게 사랑으로 오인된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위로를 넘어, 함께 삶을 책임지고자 할 때 시작된다. 위로는 감정이고, 사랑은 선택이며,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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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07 1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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