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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연우 ]


Are Your Genes Who You Are? | Psychology Today South Africa



유전자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정서를 이해할 때, 단순한 환경 요인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요소 역시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중에서도 유전자는 오랜 시간 동안 생물학적 기반 이론의 핵심으로 간주되어 왔다. 유전자는 DNA의 특정 구간으로,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과 외형뿐 아니라 심리적 성향정서 반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불안에 더 민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감정의 진폭이 작아 스트레스를 잘 흘려보내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성격의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정신질환의 발병 가능성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유전자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한 연구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세로토닌과 5-HTT 유전자


심리학 및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우울증과 관련된 대표적인 유전자로 5-HTT 유전자를 주목해왔다. 이 유전자는 뇌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reuptake)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로,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5-HTT 유전자는 개인마다 다른 형질(allele)을 가지는데, 이는 ‘짧은(short)’ 형태와 ‘긴(long)’ 형태로 구분된다. 연구에 따르면 짧은 유전형을 가진 사람은 세로토닌을 빠르게 재흡수하는 비효율적인 수송체를 가질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기분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들이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은 더욱 예민하고 격렬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우울증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Caspi (2003)의 연구: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이러한 유전적 기전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대표적 연구가 바로 Caspi 외(2003)의 장기 종단적 연구이다. 뉴질랜드의 847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참가자들이 21세에서 26세 사이에 겪은 삶의 스트레스 사건(실직, 이별, 건강 문제, 재정난 등)과 그들의 유전자형, 그리고 현재의 우울 증상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참가자들은 유전자형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짧은 유전형을 두 개 가진 그룹,
하나는 짧고 하나는 긴 유전형을 가진 그룹,
긴 유전형을 두 개 가진 그룹이다.


이후, 그들이 겪은 스트레스 사건의 수와 강도, 그리고 현재의 우울증 및 자살 사고를 측정한 결과, 짧은 유전형을 가진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높았으며, 스트레스 사건이 많을수록 더 강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세 가지 이상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그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다.


단일 요인이 아닌,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는 정신질환의 원인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특정 유전자를 보유했다고 해서 우울증이 자동으로 발병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는 '가능성'일 뿐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개념인 취약성-스트레스 모델(Diathesis-Stress Model)과 일치한다.


이 모델은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될 때 정신질환의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유전자는 취약성으로, 환경은 촉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유전자와 환경은 분리된 독립변수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요인들로 작용하며, 인간의 정신 건강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라는 씨앗, 환경이라는 토양


Caspi의 연구를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유전자는 씨앗, 그리고 삶의 스트레스는 씨앗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씨앗이 있어도 그것이 자라기 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발아하지 않듯, 유전적 취약성이 있다 하더라도 환경이 안전하고 지지적이라면 우울증은 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비유는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이상 ‘이 사람은 원래부터 우울한 사람’이라는 결정론적 시각이 아닌, 환경과 유전이 어떻게 함께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통합적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곧 정신건강 문제를 보다 입체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참고문헌

Caspi, A., Sugden, K., Moffitt, T. E., Taylor, A., Craig, I. W., Harrington, H., ... & Poulton, R. (2003).
Influence of life stress on depression: Moderation by a polymorphism in the 5-HTT gene. Science, 301(5631), 386–389. https://doi.org/10.1126/science.1083968

Canli, T., & Lesch, K. P. (2007).
Long story short: The serotonin transporter in emotion regulation and social cognition. Nature Neuroscience, 10(9), 1103–1109. https://doi.org/10.1038/nn1964

Risch, N., Herrell, R., Lehner, T., Liang, K. Y., Eaves, L., Hoh, J., ... & Merikangas, K. R. (2009).
Interaction between the serotonin transporter gene (5-HTTLPR), stressful life events, and risk of depression: A meta-analysis. JAMA, 301(23), 2462–2471. https://doi.org/10.1001/jama.2009.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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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3 08: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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