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우
[한국심리학신문=신연우 ]
“사람은 타고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심리학에서 이 질문은 오랜 시간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우리가 가진 성격, 감정 반응, 심리적 취약성은 과연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환경과 경험이 만든 결과일까?
이 복잡한 퍼즐을 풀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연구 방법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인간 행동의 유전적 원인을 연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혼재된 변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한 가지 특별한 연구 방법에 주목했다. 바로 쌍둥이 연구다.
쌍둥이 연구는 인간 행동에 있어 유전과 환경이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보통 일란성(MZ) 쌍둥이와 이란성(DZ) 쌍둥이를 비교한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화되어 100% 동일한 유전정보를 공유하며, 성별과 대부분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이 같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두 수정란에서 생겨나며, 일반 형제자매와 유사하게 약 50%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쌍둥이 연구에서는 주로 일치율(concordance rate)이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이는 특정 특질이나 질병을 두 쌍둥이 중 모두가 공유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기본 가정은 이렇다: 만약 어떤 심리적 특성이 유전적 영향이 크다면,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율이 이란성 쌍둥이보다 높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실증적으로 탐구한 대표적 연구가 바로 Kendler 외(2006)의 대규모 쌍둥이 연구이다. 연구팀은 스웨덴 쌍둥이 등록부(Swedish Twin Registry)에 등록된 약 15,500쌍의 일란성 및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우울증의 유전 가능성을 조사하였다.
연구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이었다. 연구자들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주요 우울 장애(MDD) 병력을 평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DSM-IV 기준을 바탕으로 질문을 조정하였다. 또한 참가자들이 공유한 공동 환경과 개인 특유의 환경적 요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수집하였다.
결과는 매우 명확했다. 일란성 쌍둥이의 우울증 일치율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 일란성 쌍둥이에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쌍둥이들이 함께 살아온 연수는 우울증 발병률과 큰 관련이 없었으며, 전쟁 전후 세대로 구분했을 때도 유전과 환경의 영향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울증이라는 정신 질환이 단순히 환경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일정 부분 유전적 영향이 존재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완전히 일치하므로, 이들의 일치율이 높다는 것은 우울증이 유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물론 유전적 요인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쌍둥이 연구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이다. 유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타래와, 삶이라는 복잡한 환경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실험적 단서라 할 수 있다.
우울증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질환이 아니다. Kendler의 연구는 유전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환경적 요소—스트레스, 인간관계, 경제적 어려움—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결국, 심리학이 추구하는 것은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쌍둥이 연구는 지금도 다양한 심리학적 특성을 탐구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유전과 환경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려는 과학적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과학적이고 인간적인 이해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Kendler, K. S., Gardner, C. O., Gatz, M., & Pedersen, N. L. (2006).
The sources of co-morbidity between major depression and generalized anxiety disorder in a Swedish national twin sample. Psychological Medicine, 36(6), 787–796. https://doi.org/10.1017/S0033291706007544
Kendler, K. S., Gatz, M., Gardner, C. O., & Pedersen, N. L. (2006).
A Swedish national twin study of lifetime major depression.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3(1), 109–114. https://doi.org/10.1176/appi.ajp.163.1.109
Polderman, T. J. C., Benyamin, B., De Leeuw, C. A., Sullivan, P. F., Van Bochoven, A., Visscher, P. M., & Posthuma, D. (2015).
Meta-analysis of the heritability of human traits based on fifty years of twin studies. Nature Genetics, 47(7), 702–709. https://doi.org/10.1038/ng.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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