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한국심리학신문=김동연 ]
* 허구입니다.
여기는 제1회 문학X심리학 올림픽입니다. ‘문학X심리학’은 이번 올림픽에 처음 공식으로 채택된 경기인데, 간략히 그 배경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는 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를 두고 문학계에서는 심리학계가 자신들의 작품을 훔쳐 가 써먹는다고 주장하며, 일종의 저작권료를 요구하였습니다. 한편, 심리학계에서는 자신들은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여 용어로 정리하는 것이 업무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문학을 심리학에 사용함으로써 그 작품의 인지도가 상승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양편의 갈등이 불거지자, 다른 학계에서 이를 중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 해결 방안으로 두 학계가 함께 올림픽을 출전하여 화합의 장을 마련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못마땅해했지만, 문학과 심리학을 향한 대중들의 관심이 지대해질 것을 기대하며 동의하였다고 합니다.
대회는 국가대항전으로 이루어지며, 예선을 치르며 올라온 5개국이 참가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대륙별로 진행하려 하였으나, 용어의 사용 수나 편차 등을 고려하여 그 기준을 허물었습니다. 이제 출전 국가와 대표 작품 및 관련 용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후보국 소개
첫 번째 후보국은 독일입니다. 다수가 예상한 대로 독일은 대문호 괴테를 앞장세웠습니다. 그의 걸작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이에서 심고한 끝에, 후자를 낙점했다고 합니다. 1774년 간행한 <젊은 베르트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끝내 자살합니다. 이후 소설의 독자들은 베르테르에게 심히 공감하여 그를 모방한 자살 시도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 하며 ‘모방 자살’이라고도 합니다.
두 번째 후보국은 영국입니다. 영국에서는 독일에 대항하여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가져올 듯싶었으나, 제임스 매슈 배리 경의 <피터 팬>을 출품했습니다. 아마 동화의 광범위한 속성을 이용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이 동화에서 유래한 ‘피터 팬 증후군’은 피터 팬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합니다. 그 밖에도 심미주의 소설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역시 강력한 후보였는데,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국적 분류가 모호하여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도리안 그레이 증후군’은 ‘나이가 들면서 늙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정신질환’입니다.
세 번째 후보국은 일본입니다. 이번 대회 유일한 아시아 출전국으로, 아쿠타가와 류뇨스케의 <라쇼몽>을 내세웠습니다. 사실 소설보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더 유명하다고 할 수 있으나, 소설 역시 못지않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라쇼몽 효과’는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억을 재편집하는 현상’입니다.
네 번째 후보국은 스페인입니다. 세계적인 대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 키호테>입니다. 명성에 비해 소설을 읽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는데, 돈 키호테가 풍차로 달려가는 장면 자체는 많이들 연상하실 겁니다. 이러한 돈 키호테의 무모한 모습에서 착안하여 ‘키호티즘’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용어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적 현실을 부정하고 보다 높고 가치 있는 환상적 현실 내지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의 성격’을 일컫습니다.
다섯 번째 후보국은 그리스입니다. 사실 그리스는 방대한 신화를 가지고 있기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아졌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비롯해 카산드라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 페넬로페 콤플렉스, 메데이아 콤플렉스, 이카로스 콤플렉스 등 그냥 알고 있는 신화에 ‘효과’나 ‘콤플렉스’만 붙이면 될 정도입니다. 자체 예선전을 치렀을 정도였는데, 그 결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낙점되었습니다. 신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끝내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유래하였으며, 그 의미는 ‘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는 적대적이지만, 이성인 어머니에게는 호의적이며 무의식적으로 성(性)적 애착을 가지는 복합감정’입니다.
새로운 대회를 기대하며
이상 쟁쟁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다섯 국가입니다. 사실 프랑스 역시 여섯 번째 후보국으로 선정되어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 자리매김했으나, 출품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탈락하였다고 합니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스탕달 증후군’을 내세웠습니다. 작가 스탕달이 1817년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레니의 작품인 ‘베아트리체첸치’를 감상한 후,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무릎에 힘이 빠지는 등의 경험을 자신의 저서에 기록하면서 유래되었습니다. 즉, ‘예술작품을 감상한 뒤 정신적인 흥분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증후군의 경우 문학 작가에게서 비롯된 것은 맞으나, 문학 작품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기에 주최 측에서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스탕달의 대표작 <적과 흑>에서 따와 ‘적과 흑 증후군’이었다면 가능했겠지만, 일화 자체가 소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예선전에서 탈락한 국가나 문학에서 유래된 심리학 용어가 드물어 출전하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국도 마땅히 사용되는 용어가 없어 선정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 작품에서도 문학에서 유래된 새로운 심리학 용어를 모색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문학X심리학’은 이번 올림픽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달에 각 작품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모여 토론 대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참고 문헌
1) 이동귀. (2016).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경기도: 21세기북스
2) 시선뉴스 [Website] (2016). 늙음을 인정할 수 없는 ‘도리안 그레이 증후군’ [지식용어]
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042
3) 아시아엔 [Website] (2024). [김용길의 영화산책] ‘라쇼몽’…사람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
https://kor.theasian.asia/archives/370171
4) [네이버 지식백과] 키호티즘(시사상식사전)
5) [네이버 지식백과] 스탕달 증후군(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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