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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수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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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내일 해야 할 일, 사람들과의 관계, 지난 일에 대한 후회, 다가올 가능성에 대한 걱정까지. 우리의 정신은 마치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생각의 고리를 따라 맴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회전에서 빠져나와 ‘지금’에 몰입하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만족을 경험한다. 이른바 '몰입(flow)'의 순간이다.


몰입은 단순한 집중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출신 긍정심리학자이자 '몰입'의 개념을 구성한 것으로 유명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을 “사람이 직접적으로 특정 상황에 처해 활동하면서 집중하거나 푹 빠진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 순간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자의식이 희미해지며, 결과가 아닌 행위 그 자체에 몰두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처럼 기쁨을 주는 상태를 쉽게 경험하지 못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늘 ‘생각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걱정, 분석, 비교, 후회와 같은 내부 대화는 현재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 이런 상태는 심리학에서 ‘루미네이션(rumination)’, 즉 반추라 불리며, 불안과 우울을 키우고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생각에서 벗어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하다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한 연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실험 참가자들이 현재의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이 다른 데로 흘러갈수록, 행복감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심지어 즐거운 활동을 하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현재에 집중하고 몰입한 상태에서는 불쾌한 일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행복감을 느꼈다.


비슷한 흐름의 연구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진은 성인 458명을 대상으로 ‘생각에 빠지는 경향’과 ‘삶의 행복도’를 평가한 조사에서, 생각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생각에 덜 사로잡힌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여겼다. 이 연구는 단순히 순간의 기분뿐 아니라,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전반적인 삶의 질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튀르키예의 이스탄불빌기대학교 연구진은 사무직 직원 383명을 대상으로 직업 만족도, 사고의 반복 경향, 그리고 주관적 행복감을 조사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직업 만족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적었고, 그로 인해 더 큰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 몰입이 직업 환경에서조차 정서적 만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몰입하기 위한 방법


몰입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심리적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이 하는 일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일이 너무 쉽다면 지루함을 느끼고, 반대로 너무 어렵다면 불안을 느끼게 된다. 적당한 도전은 몰입의 첫걸음이다.


둘째,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알림, 소셜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자극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대표적인 방해물이다. 몰입은 단절된 환경, 혹은 조용한 집중의 공간에서 더 쉽게 발생한다.


셋째,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은 몰입을 방해한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마음이 있을 때 몰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마지막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명상이나 심호흡, 혹은 단순히 지금 느끼는 감각을 의식해보는 일은 생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데 효과적이다.




마무리하며


몰입은 단지 일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충만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태도이자 마음의 습관이다. 반복되는 생각의 고리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해야 할 일에 조용히 집중해보자.


우리는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불안이 아닌,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다. 삶은 결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을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만족이 결정된다. 몰입은 그 과정을 더 짙고 선명하게 살아가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몰입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대단한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마음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자료

1)  배종빈. (2024). 생각의 배신.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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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5 08: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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