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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최지현]



“울지 마”


짧은 이 한마디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정을 숨기라는 무거운 명령처럼 다가온다. 눈물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눈물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눈물 앞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시선을 돌리곤 한다. 이처럼 눈물은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가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의 장이다. 이 글은 눈물이라는 감정 표현이 사람들에게 왜 어려운 감정인지,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심리적, 사회적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흘리는 눈물 속 담겨진 마음의 언어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울지마”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일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방어하는 말일 수 있다. 타인의 울음은 강력한 감정의 신호이다. 눈물은 듣는 사람에게도 심리적인 파장을 남긴다. 이를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부르는데, 타인의 감정이 나의 감정처럼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이다. 누군가 슬퍼서 우는 모습을 보면, 듣는 사람도 그 고통의 무게를 함께 느끼게 된다. 그 순간의 감정은 감당하기 벅찰 만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눈물은 인간관계의 역할 구조를 바꾼다. 상대방이 눈물을 보이는 순간, 나는 그 감정을 받아주는 역할이 되어야 하고, 위로하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거나, 누군가의 고통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그 상황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많은 문화에서 눈물은 ‘약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남성이 울면 ‘남자답지 않다’고 하고, 여성이 울면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다. 심지어 아이에게도 ‘그 정도 일로 왜 우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눈물의 크기에 계속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에 점수를 매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눈물을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미국의 윌리엄 프레이 박사는 감정적 눈물은 몸에서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생리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울음은 신체가 긴장을 해소하고 감정을 처리하는 일종의 자연적 회복 메커니즘이다. 감정적으로 흘린 눈물은 카테콜아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카테콜아민은 체내에서 혈관을 타고 이동해 심장을 압박하여 심장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눈물을 흘림으로써 스트레스를 밖으로 배출하면 심박과 호흡이 안정되며, 뇌가 진정 상태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눈물은 네 가지 접근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생리적 접근이다. 눈물은 외부 물질이나 정서 자극으로부터의 보호의 기능과 관련있다. 외부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흐르는 방사성 눈물과, 강한 정서적 스트레스, 고통을 경감하기 위한 심리적 눈물이 있다.

둘째, 정서적 접근은 위로에 대한 지지와 공감적 반응으로, 타인을 조정하기 위해 의도된 눈물도 포함한다. 

셋째, 인지적 접근은 눈물이 긴장으로부터 인지적 불일치를 겪고, 점차 감소되는 단계적 과정에서 발생한다. 

넷째, 사회적 접근은 눈물이 당면한 문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알림 신호로 간주된다. 


즉, 눈물은 단순히 감정이 무너지는 결과가 아니라, 감정을 돌보고 정리하는 능동적인 반응이다. 울음은 ‘감정에 휘둘림’이 아니라 ‘감정을 흘려보냄’에 가깝다.

 



괜찮아 울어도 돼. 어짜피 산타는 없거든.


중요한 건, 감정 표현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눈물은 항상 거창한 이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일이 한 사람에게는 감정을 폭발시킬 만큼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배경과 감정의 무게를 지닌 채 살아간다. 이 것이 타인의 눈물에 점수를 매기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울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약한 것도 아니다. 감정을 다루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어떤 이는 혼자 조용히 정리하며 회복하고, 또 어떤 이는 다른 누군가 앞에서 감정을 털어내며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와 다른 방식의 감정 표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울음을 멋대로 해석하지 않고, 불편하더라도 그 감정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더 건강하게 이해하고 돌보는 방법일 것이다. 

 

 


참고문헌

1) 오효정. (2016). 상담회기 내 상담자의 눈물에 대한 탐색적 연구 (박사학위논문).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2) 박주연. (2008). 애써 눈물 참지 마세요. 주간경향. 뉴스메이커 7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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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7-29 08: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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