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10년 동안 그리던 대학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활동은 OT이다. 1학년 및 2학년 선배들은 신입생을 챙기기 위해 바쁘고,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대학 생활 꿀팁을 챙기는 데 정신이 없다. 모든 것이 처음인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말이 잔소리인지 조언인지 분간하지 못한 채 열심히 듣고 있다. 선배들은 자기 경험과 지금까지 대학 생활에서 느낀 점들을 회상하느라 정신없다.
그런데 며칠 뒤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선배들은 신입생들의 순수한 열정에 자극받아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는다.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막연했던 대학 생활이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어간다. 누가 더 많이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처음보다 더 풍성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의 효과를 인정받아 오늘날 직장, 아르바이트, 대학 등 많은 조직에서는 멘토와 멘티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각자의 경계를 넘어서며 성장한다는 '자기 확장 이론'의 심리학적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최근 이런 인간관계의 아름다운 역학을 가장 극적인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포뮬러 원 트랙에서 벌어진 한 베테랑과 신인의 만남을 통해서 말이다."
꼰대와 신입에서 멘토와 멘티 되기
조슈아(왼)와 소니(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즈는 한때는 누구보다 빛나는 유망주였지만 레이싱에서의 큰 사고를 당한 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아가려는 중년 레이서였다. 그에게는 이제 돈도 명예도 필요 없고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반면 신예 조슈아 피어스는 뛰어난 재능에 자신만만하고, 성공에 대한 갈증이 넘쳐났다. 그는 돈과 명예, 인기 모든 것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 덩어리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F1 레이싱에서의 그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팀 순위 10위에 들지 못해 경영원 박탈의 위기에 몰린 APXGP 팀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소니는 조슈아를 성급하고 자만한 신입으로, 조슈아는 소니를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로 여겼고 결국 같은 편끼리 경쟁하며 차를 파손시키는 소모적인 갈등만 반복했다.
하지만 케이트의 중재로 시작된 카드 게임과 여러 레이싱을 거치면서 소니와 조슈아는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했다. 소니는 조슈아의 순수한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발견했고, 조슈아는 소니의 깊은 경험과 레이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았다.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본 순간, 이들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소니는 조슈아에게 자신의 모든 경험을 나누기 시작하였고 조슈아는 소니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에너지와 패기를 소니에게 전해주었다. 둘이 함께할 때 각자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기 확장으로 준비된 레이서 되기
출처: 브런치스토리
우리는 그들의 상황을 통해 멘토와 멘티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자기 확장 이론은 이러한 힘을 더욱 심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심리학자 아서 아론은 인간은 타인과 깊은 관계를 통해 상대방의 자원, 능력, 관점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며 자아의 경계를 확장한다는 자아 확장 이론을 주장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의미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며 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소니의 변화가 바로 이 이론의 생생한 예시다. 그는 조슈아의 무모한 용기와 순수한 열정을 받아들이며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우승 의지를 되찾았다. 조슈아의 에너지가 지치고 노쇠한 소니의 에너지와 일부가 되면서, 그는 다시 한번 정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조슈아의 변화는 더 구체적이었다. 소니의 레이싱 라인 읽기, 타이어 관리법, 압박감 속에서의 침착함 등 기술적 노하우를 흡수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니의 실패 경험까지도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어 레이싱에 대한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생각하여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시니어와 주니어는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성을 띠고 있다. 소니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조슈아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소니는 잃어버린 열정을, 조슈아는 부족한 경험을 소니를 통해 채워나간 것이다. 결국 둘 다 이전보다 더 완전한 레이서를 위한 준비를 한 것이다.
성장을 위한 준비
출처: 익스트림무비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소니처럼 상처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조슈아처럼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자 혼자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곳을 함께 준비하며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직장에서 만나는 후배, 가정에서 만나는 자녀, 때로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까지.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확장할 수 있는 무수한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그 기회를 알아보는 눈과 열린 마음을 꼭 생각해야 한다.
F1 트랙에서 증명된 것처럼, 부족한 우리지만, 서로를 통해 위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오늘 당신은 누구와 함께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참고문헌
1) 최현민. (2017). 멘토링 유형과 멘토의 기능적 특성이 멘티의 자기효능감과 조직몰입 변화에 미치는 영향. 한국농-산업교육학회.
2) 김철홍. (2025). 이유 찾기 위한 달리기, 김철홍 평론가의 <28년 후>, . 씨네21.
(https://cine21.com/news/view/?mag_id=107957)
3) Lillian T. Eby. (2020). The Psychology of Workplace Mentoring Relationships. SS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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