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한국심리학신문=신동훈 ]
전통적인 관점의 심리학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했다. 아닌 게 아니라, 심리학은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 심연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을 통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악의 평범성을 심리학적으로 증명했다. 또한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도 인간 내면의 무의식 속 파괴적 에너지와 역동에 주목하곤 했다.
그러나 1990년 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악함 혹은 약함과 더불어 선함과 강함을 아우르며 조금 더 균형 있고 현실적인 시각을 가지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새로운 관점은 전통적인 심리학이 ‘영하의 삶(life below zero)’, 즉 인간의 불행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많은 통찰을 얻었지만, ‘영상의 삶(life above zero)’, 즉 인간의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긍정심리학이 등장했다. 불행하지 않은 상태, 아프거나 병들지 않은 상태(zero state)를 넘어서 어떻게 해야 행복하고 의미와 목적이 있으며 만족스럽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긍정심리학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잠재력과 동기, 역량에 대해 더욱 개방적이고 수준 높은 통찰과 조망을 갖도록 독려한다. 본 기사에서는 MMPI-2 아홉 가지 임상 척도에 대한 긍정적 관점의 용어와 역경 후 성장이란 개념을 소개한다.
MMPI, 즉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는 아주 널리 쓰이는 객관적 심리검사다. 보충척도, 사회적 바람직성 척도 등 매우 구조적인 검사 체계로 검사의 타당도와 임상적 문제 의심 영역을 측정할 수 있다. 이때 임상적 문제 의심 영역이 총 9가지로 분류되는데, 다음과 같다.
단, 심리적∙정신적 문제는 MMPI만으로 진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MMPI는 임상적 문제를 ‘의심’할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문장완성검사(SCT) 등의 투사검사와 더불어 임상심리사나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이 필수적이다. 즉, MMPI에서 8번 임상 척도가 높게 나왔다고 반드시 정신분열증을 갖고 있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한편, 긍정심리학은 MMPI의 임상 척도 아홉 개 중에서 5번(남성성-여성성) 척도를 제외하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여덟 척도들을 새롭게 이름 붙였다.
이것이 긍정의 힘, 그리고 긍정심리학의 역할이다. 긍정은 부정적인 것 속에서 의미를 만들고 이롭고 유익한 면을 찾아낸다. 긍정심리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인지적인 재평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며, 문제 이상의 문제-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도록 시선을 돌리게 한다.
역경 후 성장
역경, 즉 시험과 고난, 위기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은 역경을 지나 보내며 그것을 극복하고 또한 그로부터 회복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역경이 없는 평탄한 삶은 일상의 아주 작은 도전에도 대처할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한다.
역경에 대한 반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반응은 반드시 순차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압도됨의 반응에서 바로 회복이 될 수도 있고, 역경 후 성장을 겪은 이의 심리적 기능 수준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경 후 성장이란 게 정말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역경 후 성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겪고 고통을 느끼면서, 한 사람이 지닌 깊이와 지평이 더욱 깊고 넓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경을 겪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 회복, 더 나아가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며, 동시에 주변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낌없는 심리적∙정서적 지지와 격려, 방법론적인 도움과 지원을 보내는 것이다.
이해와 수용, 공감과 지지, 격려의 공동체 속에서 친밀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쌓을 때, 서로를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역경 후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물론 ‘내’가 ‘너’의 고통과 아픔을, 지고 있는 짐의 무게를 온전히 100%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 한 쪽이 약해질 때 서로가 서로의 짐을 지어주며 손잡고 일으켜 세우며 함께 걷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내가 약할 땐, 네가 강함이 된다. 그리고 네가 약할 땐 내가 강함이 된다. 따라서 나의 약함은 우리 안에서 강함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정태연 외. 사회심리학 2판. (2025). 학지사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mesamis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