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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건강한 기대를 품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기대의 좌절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은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e)은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며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 개인의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자, 세계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들려주지요. 책에서 전하는 모든 이야기가 두고두고 생각해볼 만한 깊은 의미를 갖지만 저는 기대의 좌절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 구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1944년의 성탄절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의 일주일간 수용소의 사망률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추세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같은 증가가 열악한 노동 여건이나 우리에게 공급되는 음식의 악화 혹은 기후의 변화나 새로운 전염병에  있지 않았다(...)

단순히 대다수의 죄수가 ‘성탄절까지는 다시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하는 가냘픈 희망에 기대를 걸고 살아왔던 탓이었다.”


고통과 비탄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어떤 마음의 선을 잡고 그럼에도 계속 가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가 마마음에 세워둔 기대의 마지노선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만큼 기대는 우리 마음의 중심이 되지요.



꼭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마음의 마지노선을 매일 같이 그으며 삽니다. '조금만 더', '이때까지만', '아이들이 클 때까지만'을 중얼거리며 우리 삶의 힘겨움을 견디고 넘어가지요.


그것은 때로 우리 삶에 대한 기대가 되기도 하고 우리 자신에 대한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 우리가 관계 맺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기대에 우리 마음을 많이 담은 만큼, 기대의 선을 높이 세워둔 만큼, 기대가 무너질 때,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힘들어집니다.


이를 ‘기대치 위반 효과’라 부릅니다.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피그말리온 효과’만큼이나 기대에 대한 균형감각, 현실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우리 마음을 설명해주지요.



기대가 무너지면 삶도 함께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해곤 했지요. 어쩌면 건강한 삶을 산다는 것은 건강한 방식으로 기대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기대를 잘 살펴보고 수시로 미세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기대들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 우리의 소망과 결핍 그리고 우리 자신의 경험치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일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대로 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기대를 주고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는 우리를 힘나게 하기도 하고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대는 우리를 힘나게 하는 그만큼 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 대한 기대 때문에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미 관계 속에서 굳어진 기대가 있고 마음의 관성, 관계의 관성에 서로를 가두기가 쉽지요. 게다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우리를 타인의 기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힘든 순간 우리 마음을 살펴보면 기대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 압도감이 우리 마음을 뒤덮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실에서 저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삶의 허망함과 그럼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반복되는 강박적인 마음의 굴레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만나왔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했지요


자신의 삶을 세밀히 돌아보면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타자의 선택이었던 것, 자신의 삶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방식으로 계속되어왔다고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과연 우리 삶이 기대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한 번도 없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찬찬히 돌아보면,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리 크고 오래가는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에게 누군가가 어떤 기대를 저버렸다며 실망스런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표정은 이미 그 사람의 얼굴에서 지워졌습니다.


그 표정이 이미 우리 마음속에 새겨졌다고 해도 우리는 그 표정을, 제대로 해체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맞지 않은 기대를 한 것은 ‘그의 일’ 일뿐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이란 타인의 기대를 묵묵히 수행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기대와 우리가 품는 기대를 꾸준히 미세조정해나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큰 칭찬을 하고 응원을 하며 기대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큰 칭찬을 해준 사람도, 아무리 큰 기대의 말을 전한 사람도, 그 사람은 이미 그 말을 내뱉은 후, 이미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따라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나의 역량으로, 나의 속도로, 나의 방향으로 역시 묵묵히 나의 삶을 걸어 나갈 필요가 있지요.



그러다가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의 기대와 딱 맞아떨어졌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할 일입니다.


또 그러다가 우리가 하는 어떤 일이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 역시 괜찮습니다. 그것은 역시 무거운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아쉬운 일일 뿐, 더 나은 다음을 기약하면 됩니다.


모든 기대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

과거에 뿌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유영해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진화 중인 만큼

기대도 매일 다시 살펴야 합니다.


가장 좋지 않은 기대는 부정적인 기대가 아니라 고정적 기대인지도 모릅니다. 세상 모든 것은 매일 변해가고 있고 우리는 그 한복판에서 매일 진화 중입니다. 우리의 기대는 매일 조금씩 변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대는 변하더라도 우리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중심 가치만은 변하지 않을 테니 변해도 괜찮습니다.


그 모든 것이 변해간다고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은 어찌 되었든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일 것이고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들일 것이며, 괜찮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이 세상 역시 그럭저럭 괜찮은 세상일 겁니다.


우리가 세상에 가졌던, 누군가에게 품었던 기대는 자주 배반당할 것이고, 또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기대의 무게가 때로는 버겁고 가끔은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이 모든 기대들을 수시로 미세 조정해나가며 우리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겁니다.


기대와 더불어 더 자유로운 삶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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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14 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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