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윤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서윤]
타인과의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 혹시나 남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고 남들과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극심하게 두렵다. 불안한 마음에 남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애정을 확인한다. 혼자 남는 외로움이 무섭지만,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받는 것이 더 두려워 대인관계를 아예 단절시키기도 한다.
우리는 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거나 미워하는 사이가 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된다. 누구나 타인과의 갈등은 피하고 싶고 이런 상황을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그러나 애정결핍을 겪는 사람들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크기가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크다. 애정결핍은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아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애정결핍은 타인에게 지나친 애정과 관심을 요구하거나 주변 사람들과 쉽게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불안한 정서를 갖는 증상에 대해 쓰고 있는 단어이다.
통상적으로 애정결핍이 유년시절의 불안정한 가정환경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이것이 고치기 어려운 만성적인 정신적 문제 혹은 성격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통념이다.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여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높이거나 대인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는 경험을 한다면 누구든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만이 겪는 증상이라는 것 역시 명백한 오해다. 애정결핍은 자존감과 크게 연관된 증상인 만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여 모자란 마음을 타인에게 채우려하고 의존하려는 행동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이러한 애정결핍은 우울증이나 데이트 폭력의 피해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애정결핍을 겪는 사람들은 보통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며, 연인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왜곡된 관심을 사랑으로 착각하여 데이트 폭력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애정결핍이 유년시절의 경험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국가적 지원 노력이 확대되어야 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를 겪은 아이들에 대한 보살핌과 정서적 치료에 대한 노력 또한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애정결핍과 같이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정신적 문제를 드라마, 영화 등의 소재로 삼아서 대중들의 편견을 깨는 문화적인 노력도 효과적이다. 예컨대 작년 6월에 방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아동학대를 겪은 주인공들이 애정결핍을 극복해나가는 스토리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주었고 큰 사랑을 받았다.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표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애정결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중요하다. 애정결핍은 당신의 성격도, 만성적인 마음의 질병도 아니다.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은 당신의 꼬리표가 아니다. ‘사람을 낙원으로 삼아선 안 돼. 사람은 움직이는 거니까. 나는 지속가능한 낙원을 가꾸어야 한다.’ 웹툰 「여중생A」의 한 대목이다. 부족한 애정을 타인에게서 채우려한다면 그 끝은 없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비어있는 마음에 타인에게서 받는 애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자신만의 행복한 낙원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그 낙원은 움직이지도, 사라지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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