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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현윤아 ]


영화 <파이브 피트> 포스터.  ⓒ 누리픽쳐스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주인공 ‘스텔라’와 ‘윌’이다. 이 두 주인공은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 두산백과에서 정의하고 있는 낭포성 섬유증은 ‘염소 수송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신체의 여러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선천성 질병’이다. 보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점막 생성 세포의 결함에 의해 호흡과 소화 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게다가 두꺼운 점막 때문에 쉽게 세균에 감염되는데, 낭포성 섬유증 환자끼리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서로의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6피트의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보이는 둘.



여주인공 ‘스텔라’는 최선을 다하는 강한 사람으로, 죽음과 삶 중 삶에 초점을 더 맞추고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매일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일을 해냈을 때마다 줄을 그어가며 목록을 지워나간다. 또,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채널 운영을 진행하며 낭포성 섬유증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스텔라’는 강박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약 카트 등의 사물을 정리할 때마다 대칭이나 직각이 되도록 두는 ‘정렬 행동’이 영화에 등장하며, 체계적으로 모든 게 완벽하게 이행되어야 하는데, ‘윌’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극도로 신경 쓰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텔라’의 강박은 단순히 정리 정돈이나 치료법 엄수에 대한 것에 멈추지 않는다. ‘스텔라’에게는 ‘애비’라는 자매가 있었지만,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애비’의 죽음 이후 ‘스텔라’의 삶은 ‘스텔라’의 강박 대상이 되었다. ‘스텔라’는 작중에서 자매인 ‘애비’의 죽음에는 아무도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자신의 죽음은 모두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애비’가 아닌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 ‘애비’가 세상을 떠났으니 자신은 죽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작중에서 '스텔라'와 '포'의 대화를 통해 환자가 지니고 있는 심적 부담감과 죄책감이 지속적으로 묘사가 된 것을 미루어보았을 때, '스텔라'는 '애비'가 죽기 이전부터 상당한 죄책감과 미안함, 자책 등을 느끼며 스스로를 억눌러왔을지도 모른다.


남주인공 ‘윌’은 B.세파시아 감염자다. B.세파시아는 강력한 박테리아로, 뛰어난 적응력으로 항생제인 페니실린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윌’은 폐 이식 대기자였으나 입원 8개월 전 이 B.세파시아에 감염되어 약물 임상실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작중에서 ‘윌’은 죽음에 초연한 태도를 취한다. ‘스텔라’와의 첫 만남에서도 겨우 인생일 뿐이라며, 어차피 눈 깜짝할 사이에 죽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정해진 치료법을 엄수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는다. ‘스텔라’의 강박 장애를 자극하는, 모든 규칙을 어기고 자유를 갈망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상극’에서 ‘조화’까지.



‘스텔라’의 부탁 이후 ‘윌’은 ‘스텔라’를 따라 치료법을 이행하고, ‘스텔라’는 ‘윌’의 그림 모델이 되어주기로 한다. 영상 통화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 두 사람은 약을 초콜릿에 섞어서 먹어보기도 하고, 아플로베스트를 같이 하며 일상을 긴밀하게 공유하게 된다.


여러 가지 갈등과 화해를 경험하며 ‘스텔라’와 ‘윌’은 정서적인 교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의 감정과 삶의 태도에 대한 큰 변화를 겪는다. ‘스텔라’는 트라우마와 다름없던 ‘애비’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되고, ‘윌’은 삶에 대해 희망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간호사에게 ‘(약물 임상실험이) 실패하면 어쩌죠?’라는 말을 건네며 의지가 없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확고히 했다.

‘윌’은 폐 이식을 진행할 수 없지만, ‘스텔라’는 폐 이식 대기자였다. 따라서 간호사 ‘바프’는 그들이 함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는다. 이전에도 낭포성 섬유증 환자끼리 사랑에 빠졌다가 목숨을 잃게 된 것을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윌’은 스스로 거리를 둬 ‘스텔라’를 멀리한다. 이에 ‘스텔라’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지만, 6피트 거리 유지라는 규칙의 6피트에서 1피트의 거리를 뺏어오겠다는 다짐을 한 영상을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한다. 곧 ‘스텔라’는 ‘윌’에게 5피트 정도 되는 당구 채를 건네며 5피트 거리 유지를 제안하고, ‘윌’은 이를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선택.



‘스텔라’의 소꿉친구 ‘포’ 또한 낭포성 섬유증 환자로, ‘스텔라’의 정신적 지주였다. 이런 ‘포’의 죽음은 ‘스텔라’를 모두를 잃어가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만들고,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치료를 위해 살았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보겠다며 병원 밖으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하는 ‘스텔라’의 걸음에 ‘윌’이 함께 한다. 그러던 중 사고가 발생한다. 빙판이 깨져 ‘스텔라’가 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에 빠진 ‘스텔라’를 ‘윌’이 겨우 건져내고, 인공호흡을 통해 ‘스텔라’를 살린다. 그동안 병원 내부 또한 소란스러웠다. 갑작스럽게 ‘스텔라’의 폐 이식 수술이 결정됐기 때문이었다. 병원 측에서 ‘윌’의 연락을 받게 되면서, 두 사람은 병원으로 복귀한다. ‘스텔라’는 ‘윌’을 사랑한다며 수술을 거부하고, ‘윌’은 그런 ‘스텔라’에게 자신을 위해 수술을 받을 것을 부탁한다. 마지못해 폐 이식 수술을 진행하게 된 ‘스텔라’의 뒤로 ‘윌’이 담당 의사에게 인공호흡을 진행한 사실을 고해하며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스텔라’가 ‘윌’의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폐 이식은 물 건너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감염은 되지 않았고, 폐 이식 수술은 원활하게 이어졌다. ‘스텔라’의 수술과 함께 ‘윌’은 많은 고민을 하다가 ‘스텔라’를 지키기 위해 떠나기로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놔줘야 한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며 ‘윌’은 ‘스텔라’를 위한 이벤트와 절절한 고백을 ‘스텔라’에게 안겨준 후 병원을 떠난다. ‘스텔라’ 또한 결국 ‘윌’을 보내주는 선택을 하며 ‘윌’의 부탁대로 눈을 감아 ‘윌’이 자리를 떠날 수 있도록 했다.




파이브 피트는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병을 알리고,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닿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사람과 사람의 정서적 교류가 낳는 변화, 사랑하기에 지키는 선택을 하게 되는 성숙함을 표현했다. ‘스텔라’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과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또한 강박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강박 행동과 불안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삶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의지를 갖게 하고, 사고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결과가 다소 새롭게 느껴진다. 또한 성숙한 정서적 교류가 가져오는 개인의 성장은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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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26 09: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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