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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laying on bed


걱정을 한 가득 안고 갔지만 아가를 순식간에 낳았다.


임신 중의 마음, 산후의 심리상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모두 심리학과 연관이 되어있지만 출산하는 그 순간조차도 심리적인 것이 그토록 큰 영향을 끼칠 줄은 몰랐다. 첫째 아이는 낳은 지 8년이 지난 터라 얼마나 어떻게 아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통증을 참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얼른 아가를 낳았던 것뿐. (해치웠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간호사가 "이제 마지막 기회예요! 지금 무통 안 맞으면 끝이에요!" 할 때 "안 맞는다구요!!!"라고 소리 질렀던 것 딱 한 장면만 머릿속에 있다.


그래도 한 번 겪었던 것인지라 겁이 덜컥 들어, 아니면 너무 자세히 유튜브를 보고 공부하고 가서 겁이 났었는지 걱정을 한 가득 안고 병원으로 갔다. 아가는 뱃속에서 너무 커버려서 38주 1일에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 그렇게 토마토와 야채만 먹어도 아가는 뱃속에서 신나게 커버리더라. (태어난 후에도 먹성은 여전하다) 유도제를 쓰게 되면 더 아프다느니 더 오래 걸린다느니 너무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가서는 의사가 약물 사용에 대해 미리 확인하는 타임에 소심하게 "너.. 너무 길어지면 무통주사 맞을 수도 있구요.."라고 눈치를 보고야 말았다. 사실 일반 항생제조차도 이상반응이 와서 먹지 않는 편인데 마취제는 후폭풍이 두렵기도 하고, 그게 아가한테 영향을 미쳤을 때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첫째 아이가 치과 신경치료를 받으며 맞은 마취주사 때문에 3일을 앓아누웠으니, 신생아는 오죽하랴.


환복하고 누워 링거와 유도제를 맞으면서 6시간 동안 무반응. 사실 진통은 거의 없었지만 이때가 더 괴로웠다. 자궁이 안 열리니 의사, 간호사가 와서 자궁 마사지를 계속하는데, 이 통증이 어마어마하다. 6시간 내내 의사가 가까이 와서 장갑만 껴도 공포감이 최고치를 찌른다. 통증은 역시 공포감이 더해졌을 때 더 우악스럽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양수를 터뜨렸다. 다행히 바로 진진통이 시작되었다.


아, 유튜브에서 호흡을 하라고 했지. 


배운 대로 호흡을 해본다. 그런데 대체 왜 호흡을 하라는 걸까. 아파서 악쓰고 몸에 힘을 주며 옆에 있는 남편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꾹 참고 숨을 쉬어본다. 호흡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지나가는 간호사가 계속 몸에 힘을 빼란다. 나 힘 안 주고 있는데? 몇 번 해보니 자궁문이 열리도록 몸을 완전히 이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을 주면 자궁문은 계속 꽉 조인 채로 진통만 계속 온다. 호흡이라는 것은 진통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방법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프지 않다, 하아아아- 아프지 않다, 하아아아-


아파서 죽을 것 같지만 진진통은 아픈 것이 아니라 자궁이 열리는 과정임을 인지하고 숨을 아래로 내려보냈다. 온몸의 관절, 특히 골반이 늘어나는 듯 상상하며 해파리처럼 몸을 이완시켰더니 엄청나게 빨리 진행이 되었다. (남편은 내가 소리도 안 내니 덜 아픈 줄 아는 것 같았다. 살짝 억울한데? 머리채라도 한 번 잡았어야 하는데)


4cm 열려있던 것이 40분 만에 10cm까지 다 열렸다. 무통주사를 넣을 여지도 없었다. 이것도 생각의 차이였구나, 싶다. (그 출산하는 와중에 진통 수치에 시간까지 확인하면서 이런 생각하고 있던 나도 참 어이없다) 그 와중에 간호사가 참 이뻤다. 실력도 좋은데 저렇게 이쁘기까지 하다니, 멋지네 하면서 힘주기를 시작한다. 힘주기 시작하니 그 뒤는 일사천리. 사실 첫째 때는 힘주는 법도 몰랐다. 배가 아니라 얼굴과 팔다리에 힘을 주니 아가가 나올 리가 있나. 대변을 보듯이 아랫배(특히 자궁)에 힘을 주어 아가를 밀어내면서 대여섯 번, 이것도 3-40분이 채 안 걸렸다. 간호사들이 어찌나 재빠르게 잘하는지, 뱃속의 아가를 같이 밀어 내주고 진통 박자 맞춰 설명도 칭찬도 열심히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길래 숨을 너무 길게 참고 나올 때까지 밀어냈더니 얼굴에 핏줄이 다 터졌다. 얼굴이 호떡이 되겠군. 그래도 시원하다. 해방이다. 10개월의 무거운 몸에서 탈피할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다. 나는 사실 출산 자체보다 10개월의 임신기간 동안이 더 아프고 힘들었다. 입덧부터 환도와 온갖 관절 통증으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노산이라 체력도 없는 데다 아가 더 클까 봐 먹지도 못하는데 빈혈까지 있어 아주 종합 통증 세트였다.


결국 출산과 진통도 마음의 문제였다. 처음에 자궁 마사지가 공포심 때문에 더 아팠던 것처럼, 공포심을 지우고 출산 과정을 이해하니 빨리 진행이 되어 힘들지 않고 끝냈다. 아프지 않지는 않다. 아프다. 화내고 소리 지르고 싶도록 아프다. 대체 왜 이런 식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신에게 가서 따져 묻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 하지만 그 진통을 얼마나 마음으로 잘 다스리는지, 아기와 일체가 되어 아가가 잘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지에 따라 엄마도 덜 힘들다. 진통에 맞서 싸우려 힘 주면서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체력은 바닥나고 통증은 더 크게 다가올 테니까.


쉬이 상상할 수 없었던 네 가족이 완성되었다. 아직도 넷이라는 것이 잘 와닿지 않는다. 첫째가 둘째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을 날을 상상하며 꼬물락 거리는 아가를 안아본다. 대화가 통하기까지 또 생떼와 투정의 날들에 나는 마음 다스리기를 해야겠지. 빨리 크자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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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25 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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