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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강다희 ]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집단이 존재하며, 각 집단은 규범을 형성해 개인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National Geographic Channel의 브레인 게임4에서는 사회적 학습을 통해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을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

 

실험 보조자들은 알림음이 들리면 모두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고 다시 앉는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 행동을 반복한다. 이 규칙을 모르는 실험 참가자는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더라도 보조자의 행동을 따라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실험 보조자 모두 그 공간을 나와 참가자가 혼자 남게 되더라도 그 행동을 계속한다. 새로운 실험 참가자가 들어오면, 그 두 번째 참가자도 첫 번째 참가자를 따라 행동하게 된다. 계속해서 새로운 실험 참가자가 들어오더라도 앞의 실험 참가자들을 따라 소리가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이들은 새로운 규칙을 따르게 된다. 첫 번째 참가자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규칙이 어느새 모두에게 당연한 사회적 규범이 된 것이다.

 


끊이지 않는 ‘악습’


때로는 규범 중에도 우리가 잘못됐다고 여기는 규범, ‘악습’이 있다. 이 악습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매번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대학 신고식으로 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 대물림으로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과 군대 외에도 많은 집단에서 여러 형태로 악습은 존재할 것이다. 잘못된 관습인 악습은 우리 모두 옳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끊이지 않는 악순환으로 계속해서 고통받게 된다.


악습의 반복을 보여주는 침팬지 집단행동 실험이 있다. 실험실에 침팬지 5마리를 넣어놓고, 사다리와 그 위에 바나나를 둔다. 침팬지는 바나나를 먹으러 사다리를 올라가지만, 사다리에 오르면 물을 맞도록 설계되어있다. 5마리의 침팬지는 모두 사다리를 오르다 물을 맞고, 사다리에 오르지 않게 된다. 이때, 5마리 중 1마리를 새로운 침팬지로 바꾸면 사다리에 오르면 물을 맞는다는 것을 모르는 새 침팬지는 바나나를 먹으려 사다리에 오르려 한다. 물을 맞은 4마리 침팬지는 새로운 침팬지가 올라가는 것을 말리고, 새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들과 싸우게 된다. 그리고 이 싸움은 결국 4:1의 일방적 집단폭행으로 변질하고 만다. 4마리의 침팬지 중 1마리를 새로운 침팬지로 교체하면 또다시 집단폭행 상황이 반복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먼저 교체되어 폭행을 당한 침팬지도 집단폭행에 가담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침팬지를 모두 교체하고 더 이상 물에 맞아본 침팬지가 없더라도 새로운 침팬지에 대한 집단폭행은 계속된다. 처음에는 새로운 침팬지가 물에 맞지 않게 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그 목적은 사라지고 집단폭행의 강도는 더 강해져만 간다. 바나나는 처음 그대로 사다리 위에 있지만, 더 침팬지는 바나나에 흥미를 잃고 구타할 새로운 침팬지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새로운 침팬지가 들어올 때마다 집단폭행을 당하고, 자신도 구타할 새 침팬지를 기다린다.

 


결코 닮고 싶지 않던 사람을 닮아가는, 적대적 동일시


악습의 반복을 방어기제 중 하나인 ‘적대적 동일시(Hostile Identification)’로 설명하기도 한다. ‘동일시’는 개인이 타인의 태도와 행동과 닮아가면서 불안을 완화시키고자 하며, 경우에 따라 불안의 요인이 되는 누군가와 닮은 행동을 하려는 태도다(이선형, 2012). 동일시 중에서도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닮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는 것을 ‘적대적 동일시’라고 한다. 자신이 악습을 행하는 대상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하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행동과 태도의 일치 경향성, 인지 부조화


인지 부조화 이론은 사람들이 기존의 태도에 반대되는 행동을 취하는 경우 부조화라는 불편감을 경험하며, 이에서 벗어나고자 태도를 행동에 맞추어 변화시킨다고 본다(이재만, 정경은, 2014). 인지 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지게 되면 인지 부조화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공격(aggression), 합리화(rationalization), 퇴행(regression), 고착(fixation), 체념(resignation)과 같은 것을 보이게 된다(김종재, 2010). 

 

집단의 가입조건(신고식)이 엄격할수록 집단에 대한 충성도와 호감도가 높아지는 인지 부조화를 보여주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자신이 어렵게 들어온 집단일수록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일치하게 유지하고자 집단에 대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꿔 평가하게 된다. 악습으로 자신이 고통받은 경험으로 오히려 집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 따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닮아 악습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악습을 합리화하며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일치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자. 우리도 어쩌면 위의 침팬지 집단행동 실험처럼 본래 상대를 위하려 했던 목적과 모두가 바라는 바나나를 잊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자신도 구타하기 위한 새로운 침팬지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또다시 고통받을 새로운 침팬지를 기다리기보다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자.

 


참고자료

•새내기 괴롭히는 과학적 근거-자원 축적 많은 집단일수록 신고식 까다로워. [사이언스타임즈]. (2017). URL: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새내기-괴롭히는-과학적-근거-있다/

•이선형. (2012). 연극치료에서 투사 연구. 드라마연구-38 : 209-234.

•이재만, 정경은. (2014). 개인-조직 가치 적합성과 집단응집력의 관계에서 인지부조화의 매개효과. Tourism Research, 39(1), 85-105.

•투덜트TwoDult. (2017. 01. 09) [투덜트] '집단행동 이야기' - '흥미로운 침팬지 실험'.

 https://youtu.be/_YU7qxUcM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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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24 09: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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