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선민 ]
살면서 누군가를 위로해야 할 순간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온다. 남자친구와 싸운 친구를, 시험에 떨어진 가족을, 그리고 가족을 잃은 지인을. 그들의 슬픈 눈을 맞닥뜨릴 때마다 당장 슬픔에 잠긴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야 하는 건지, 혹은 더 슬퍼지지 않게 모른 척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야 하는 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되려 미안해졌던 경험을 대부분 해봤을 것이다.
위로란 무엇일까?
가장 좋은 위로란 현실적인 도움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떤 말을 해줘도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데, 그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2년 동안 준비했던 시험에 떨어져 슬픔에 잠겼던 때가 있다. 어떻게든 슬픔을 덜고 싶었던 나는 막막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위로를 바라고 마음을 꺼냈던 나에게 건넨 친구의 말은 조언이었다. 상황이 애매해진 내가 취업 준비를 이런 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는 식의 말들 말이다.
친구는 나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며, 모두 진심으로 건넨 말이란 걸 알았지만, 그때 나는 이건 절대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 순간의 조언과 충고는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비난과도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이제까지 건넨 모든 위로가 실수였다는 걸 알게됐던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위로란 무엇일까? 내 말이 상대방의 상황을 바뀌게 만들지 못해도, 위로될 수 있을까?
나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많다. 남들이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어려움에 빠져 있는지 그들을 마주치는 짧은 순간 동정심을 느낄지 몰라도 금방 까먹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온다. 때로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문제가 생겼을 때, 이러한 사실은 잔인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다소 삭막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에 누군가가 나에게 그저 귀를 기울여 준다면 어떨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없이 그저 들어주는 것이다. 남들이 불편해할까 봐 못했던 이야기, 혹은 이상하게 볼까 봐 숨겼던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 느꼈던 나의 힘들었던 순간에 공감해주고, 내가 힘들었음이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무엇보다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긍정적 수용과 공감적 이해 그리고 진실성
로저스(Rogers)의 인간중심 상담이론의 상담기법 중에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수용과 공감적 이해 그리고 진실성이 있다. 여기서 무조건적인 긍정적 수용은 내담자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무조건 존중하고, 내담자가 하는 모든 표현, 사고, 행동들 그대로를 따뜻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공감적 이해란 상담자가 내담자의 생각, 감정 경험에 대하여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인 것처럼 내담자의 입장에서 듣고 반응하는 것이다. 진실성은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나타내는 반응이 순간순간 상담자 자신이 내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바와 합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모두 상담사가 아니지만, 상담자는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긍정은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며, 진심 어린 공감적 이해는 그들을 받쳐주는 힘이 된다. 진실된 태도가 느껴진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아니다.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그러나 그들과의 관계로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직접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도울 수는 있다.
I am here with you, and for you!
조언, 충고, 평가, 판단은 배제하고 그 사람의 말을 들어줘 본다면, 그들은 당신에게 따뜻함을 느끼고, 삶을 이어갈 힘을 얻어갈 것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줘보는 것이 어떨까? 어떤 충고도, 평가도 없이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도와줘 보는 것이다. "나는 여기 너와 함께 있고, 너를 위해 존재해! (I am here with you, and for you!)”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참고자료
•김춘경 외 4명. (2010). 상담의 이론과 실제.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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