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정연 ]
#. 행복이 뭔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지향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혀 다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작게는 ‘행복’하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고, 예쁜 옷을 사 입는 것부터, 크게는 ‘행복’을 위해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고, 좋은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또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카페에서 파는 민트 초코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로또가 당첨되어 수십억은 벌어야만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행복은,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굉장히 다양하고 주관적이기에, 객관적이거나 수치화 시켜서 행복을 정의할 수 없다.
#. 행복이라 착각했던 것들
고대 나는 학생이란 신분에 걸맞게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내어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남들이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럴듯한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것,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고3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지금 공부 해면 미래 남편의 얼굴이 바뀐다’라고 붙여 놓은 학급 급훈처럼 모두가 ‘열정’과 ‘성공’을 강요할 때, 나는 그것이 정말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사회가 정의한 행복의 틀에 나를 가둬두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좋은 성과를 내어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분명 그것도 ‘행복’의 한 종류였다.
그런데 그렇게 매 순간 나 자신을 치열함 속에 던져 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종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행복하자고 한 일’들인데, 그 점점 그 과정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더욱더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느꼈고,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꼈고, 그 스트레스가 편두통이나 열감과 같은 신체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나만을 위한, 내가 오롯이 만족하는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시 찾아 나선 나만의 행복
나는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기분이 울적할 때면, 그냥 이어폰을 꼽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차단한 채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진다. 하늘이 너무 쨍하게 맑고 그 하늘에 걸려 있는 구름이 너무 예쁠 때도 나는 행복했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것도, 복숭아가 가득 올려져 있는 와플을 먹을 때도 나는 행복했다. 나를 멈추고 돌아보니, 세상은 온통 행복한 것 투성이었다. 꼭 자극적이거나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사회적 기준에 나를 욱여넣은 그런 행복 말고도 내가 진심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차고 넘쳤다.
#. 내가 정의한 행복 : 손톱 깎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강박증’에 대해서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강박적인 생각을 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 이 증상은 일반 인구 가운데 평생유병률이 2~3%를 차지하고 정신과 외래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드물지 않은 정신 질환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특유의 강박증’이 있다. 바로 손톱에 대한 청결 강박증이다. 남들과 달리 아주 조금만 손톱이 길어도 손톱을 바로바로 잘라내어야 해서 애를 먹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늘 손톱 길이에 매우 예민하여 손톱깎이를 늘 가지고 다닐 정도다. 그런 나에게, 얼마 전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타인과 사회가 말하는 ‘행복’에 맞추었을 때는, 자극적이고 짜릿한 성취감에 행복해했지만, 늘 신경증으로 인해 편두통으로 고생을 하고 짜증을 부렸다. 그런데, ‘나만의 행복’을 찾고 ‘나만의 행복’으로 삶을 채워나가던 중, 어느 날, 내 손톱이 아주 길어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잘라내지 않고는 도무지 견디지 못할 길이로 말이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진정한 행복을 마음껏 즐기느라, 내 강박 증세 중 하나인 손톱 깎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았구나.
그날 이후로 나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했다. 행복은 손톱 깎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참고문헌
1) https://www.tfmedia.co.kr/news/article.html?no=102111, 조세금융 신문 건강 칼럼, 강박증 발생 원인과 특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