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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D(estroyed). P(ersonality) - 나의 부서진 인간성(Destroyed Personality)의 기억
  • 기사등록 2021-10-12 11:47:39
  • 기사수정 2021-10-12 14: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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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는 나의 부서진 인간성(Destroyed Personality)의 기억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가 공개 후 

지금까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탈영병 체포 임무를 부여받아 복무하는 

D.P (Deserter Pursuit, 군탈체포조)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는 

여전한 군대의 부조리함, 가혹행위 등을 

무서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해 극찬을 받았다. 


는 '군대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특별하다. 

카메라는 인간성을 짓밟고 부조리를 강요하는 

대한민국 군대, 

나아가 사회 속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을 

담담히 지켜본다. 

그리고 탈영병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마주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부조리에 길들여져 

가해자가 되고,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춘들을. 

드라마는 우리가 살면서 외면했을, 

애써 무시했을 한국 사회의 문제와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묻는다. 

'1953'이라는 숫자가 적인 군대 수통처럼, 

정말 우리 사회는 바뀌지 않는 거냐고. 


관객을 휘어잡는 배우들의 연기와 

프라이머리(Primary)가 감독을 맡아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담아낸 OST까지. 

궁금해서 1화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그 자리에서 6화까지 봤을 정도로 몰입해서 감상했다.


그러나 가 내게 

정말 특별한 작품인 이유는 따로 있다. 

"너의 마음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내가 드라마로 만들어봤어, 어때?"

라고 물어봐 주는 것 같아서, 

앉은자리에서 전부 다 봐야만 했다. 

나에게 D.P는 살아오면서 밑도 끝도 없이 쌓여온, 

그러나 계속 외면한 

부서진(Destroyed) 마음(Personality)의 

자화상이었다.


번호 없는 경주마 인생의 종착역


첫 취업 이후, 참 쉴 새 없이 달려왔다. 

22개월 동안 가스라이팅과 꼰대질, 

비웃음만 경험하며 열정과 희망은 바닥났다. 

점심시간에 뭘 먹어야 할지 대답을 못해서 

답답하다는 말을 들었고, 필요 없으니까 

회의 들어오지 말라는 날들이 늘어갔다. 

상사들이 원하는 모습이 나올 때까지 

사람을 깎아내리는 게 고통스러워서 

어렵게 이직했지만, 

옮긴 곳에서도 생각조차 못 한 

불합리한 이유로 쫓겨나듯 나왔다. 

첫 번째로 이직한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일하고 엘리베이터 1층 버튼을 누르며 생각했다. 

"뭘 잘못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 지경이 된 건데?"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친구들과 

스터디 멤버들의 소식은 내 마음을 

화로 속 쇳덩이가 만들었다. 

더 뜨겁게, 더 혹독하게 내려쳐야 

가치를 인정받는 귀한 강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퇴사한 다음 날부터 

이직을 준비하는 나에게 

너무 급한 것 아니냐며 말렸지만, 

아무것도 안 들렸다. 

빨리 이직해서 빨리 성장해야 한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로 이직한 곳에서도 

정규직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정신이 나간 상태로 살았다. 

식사는 어느새 입에 음식을 털어 넣는 

단순노동이 되었고,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겨우겨우 숨을 고르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렇게 시간은 지났고 

하늘이 온 세상의 비를 퍼붓는 것 같던 

7월의 어느 날, 

난 한 손으로는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움켜쥐고 

토해내듯 말했다.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그... 내가 힘든 게... 

치료가 필요한 거 같아, 엄마"


뭐라도 해야 바뀌니까. 뭐라도.


직장에서 겪은, 

그리고 학교에서 시달린 집단 따돌림과 

번아웃으로 망가진 마음을 되찾고 싶었다. 

뭐라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영화와 드라마들을 정주행 하고, 

못 만났던 사람들도 실컷 만나고 

전시회도 보러 다녔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바깥을 싸돌아다녀도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글 하나 쓰기 챌린지'가 

눈에 들어온 것도 그때였다. 

머리와 가슴에 마구잡이로 엉킨 마음을 

글로 하나하나 풀 수 있지 않을까,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니 

그걸 주제로 쓰면 어떨까 

막연한 마음으로 일단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며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는 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었고, 

이전부터 내가 의지했던 

영화와 드라마의 힘을 빌려 글의 형태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생 참 많다고, 

그렇게 바쁘게 안 달려도 되니까 

영화하고 드라마 좀 보면서 쉬라고 말하는 

글을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는 그 과정에서 만난, 

내가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게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이다.


왓챠로 별점을 매긴 영화와 드라마가 

어느덧 852편이 되었다. 

 이외에도 내 기억에 남은, 

벼랑 끝에서 나를 구해준 작품들이 선물해준 

위로를 글로 적어 단 한 명이라도 

공감과 위안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렇게, 를 시작으로 

글을 쓰고 있다. 

별 것 아니겠지만 뭐라도 해야 뭐든 바뀌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작품들과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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