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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공감의 날카로운 칼날 - 공감의 공격성 유발로 인한 혐오를 주의하라
  • 기사등록 2021-10-20 10:07:15
  • 기사수정 2021-10-27 22: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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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예림 ]


살인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사형은 존재한다.

 

사형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니 어찌 보면 사형도 살인의 행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이지만 형식적으로 사형이 존재한다. 또한 사형 시행과 관련한 찬성 여론도 실재로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형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법적인 처벌의 이유 중 하나는 보복성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미 일어난 사건인데 범죄자에 대한 보복이 필요한가. 우리는 피해자의 안타까움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에 공감하고 한 사람의 평온한 삶을 해친 범죄자에게 그 악행에 걸맞은 정당한 응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공감하기 때문에, 법적인 보복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아마 그 공감이 더 커지면 사형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하는 것이다. 

 



공감은 공격성을 유발할 수 있다. 



위 내용에 따르면, 공감은 잔혹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공감이 보복을 유발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공감에 대한 인식으로는 공감과 잔학성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기 어렵다. 공감은 정신분석용어 사전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한다”(feeling into)라는 뜻이다. 공감이 타인을 잘 이해하고 역지사지의 행동을 유발해 더 이타적인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Anneke Buffone과 Michael Poulin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공감이 더 가혹한 처벌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의 피험자들은 두 학생의 경쟁 상황을 파악하고 그중 A 학생이 곤경에 처해있다고 묘사한 에세이를 읽었다. 이때, B 경쟁자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A 학생의 힘들어하는 감정이 더 묘사된 에세이를 피험자가 읽을수록, B 학생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더 많은 핫소스를 주었다. 그 밖에도 Nick Stagnaro 외 공동으로 수행한 일련의 연구에서도 부정적인 사건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질수록 대응 방식에서 더 가혹한 처벌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험자는 납치와 아동학대와 관련한 사건을 들었는데, 피해자에게 공감할수록 이 사건에 대한 더 공격적인 대응 방식을 선택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공감에 의한 공격적인 정서와 행동은 생리학적인 내용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 Anneke Buffone과 연구자들은 감정이입과 관련된 두 가지 신경호르몬인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을 조사했다. 그러자 이러한 감정이입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될 때 더 많은 공격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즉, 공격성의 원인은 성격이라는 한 가지의 요소만이 아니라 감정이입에 의한 충동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감이 혐오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출처: SWEETWATERNOW 


이렇게 공격성을 지닐 수 있는 공감은 자칫하면 우리에게 큰 독이 될 수 있다. 공감의 어두운 면이 한 이해관계의 이익 쟁취를 위해 사용되어 비합리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그저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해석을 하게 할 수도 있다. 한편, 한 이해에 대한 공감은 대립하는 다른 이해에 대한 혐오를 유발하여 사회 전체의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

 

공감의 어두운 면은 정치적으로 사용되어왔다. 미국 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도 공감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바 있다. 그는 케이트(Kate)라는 미국 여성의 이름을, 그가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어필하고자 할 때 사용했다. 케이트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었는데 2015년 한 멕시코 불법체류자의 총에 맞아 숨진 피해자이다. 분명히 이 사건의 제삼자는 범죄 피해자의 안타까움에 대해 공감하고 그 멕시코 불법체류 범죄자를 향한 분노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그 범죄자가 한 집단을 대표하는 자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공감을 통해 유발된 공격적인 감정이,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집단으로의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민자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개개인의 합리적이고 주체적인 판단이 중요한 정치와 관련해서는, 비합리적인 내용을 그저 공감으로 인해 비 판단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성별갈등을 들 수 있다. 한 성별만을 향한 차별적인 공감이 오히려 다른 성별을 향한 혐오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주의해야 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성 평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문제 상황에 공감하며 현재 차별적인 잔재를 없애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 동안 경험해왔던 각 성별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다른 성별을 향한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 성별의 문제 상황에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성별을 배척하거나 공격적인 입장을 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공감으로 인한 성별갈등은, 되려 동등을 강조하려 했던 처음의 인식이 심히 왜곡될 수 있는 문제를 가져온다. 우리는 동등이 아닌 혐오를 외치고 있지는 않은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감의 양면성을 바람직하게 이용해야 한다.


 

물론, 공감으로 인한 공격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주는 때도 있다. 이를테면 법적인 처벌과 관련된 것이다. 서론에서 제시한 사형은 여러 의견이 있으니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다양한 법적인 처벌의 이유 중 하나는 분명히 보복성의 이유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범죄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상황에 여러 가지로 공감하고 범죄자에게 분노하며 이러한 분노는 법적인 처벌로 응징된다. 궁극적으로, 범죄자에게는 범죄를 억제하게 규율하고 이 이야기에 공감한 제삼자는 범죄를 하지 않도록 범죄 예방이 장려된다.

 

하지만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는 공감을 우리가 제대로 된 주체적인 이성이 없이 공감에 휩쓸려버릴 때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공감에 비판적인 인식 없이 그저 공감해버린다면 그것은 주체성을 잃어버린 정치적 도구의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만일 사회적인 갈등에 대해 한쪽 측면에 공감한다고 해서 다른 측면을 그저 무시해버린다면, 어쩌면 그저 단편적인 이야기에 매료돼 사회적 파벌 싸움에 이용되는 도구로서 개인이 전락하여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공감에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공감의 양면성을 알고 이러한 공감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능동성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의 주체성을 잃고 사회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혐오는 모두가 칼을 든 상황에서만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부드러운 방패라고 생각한 공감이 때로는 가장 날카로운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자신의 손으로 그 칼날을 쥔다면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상처입힐 것이고, 그 칼날이 타인에게 향한다면 타인과 더 나아가 사회를 가르는 흉기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Anneke E. K. Buffone, Michael J. Poulin. (2014). Empathy, Target Distress, and Neurohormone Genes Interact to Predict Aggression for Others–Even Without Provocation. the Society f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0(11), pp. 1406– 1422. 

·Gantiva, C., Cendales, R., Díaz, M., & González, Y. (2021). Is There Really a Relationship Between Empathy and Aggression? Evidence From Physiological and Self-Report Measures.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36(7-8), 3438–3458.

·공감이 공격성 촉발…. 미묘한 인간 심리 [코메디닷컴]. (2014). http://kormedi.com/1212688/. 

·트럼프 트위터 미스터리… 文대통령 만찬 중 올라온 4건 [국민일보]. (2017).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580187&code=61111211&cp=nv.

·Ground Punishment in Empathy. https://www.persuasivelitigator.com/2015/10/ground-punishment-in-empathy.html.

·The Dark Side of Empathy [The Atlantic]. (2015). https://www.theatlantic.com/science/archive/2015/09/the-violence-of-empathy/407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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