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서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김한서 ]
꿈은 정말 나의 현재 상태를 암시하고 있을까? 어렸을 적 나에게 꿈은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자 무한한 기억들이 내재된 공간이었다. 커가면서 꿈은 더 이상 나에게 의미가 있지도 없지도 않은 공간으로 변했고, 나의 하루를 정리하는 평범한 공간으로 남았다. 그러나 올해는 같은 꿈을 반복해 꾸면서 현실과 꿈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무의식 속 공간이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느꼈다.
여름이 시작될 즈음부터 한 남성이 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로부터 도망칠 때 마다 그는 내 주위 사람들을 헤치려 하였고 어느 날은 집 안까지 들어와 나의 가족을 전부 죽이는 꿈을 꾸었다. 그는 매번 나의 가족을 칼로 찌르려 하였고, 끝에는 나까지 죽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런 불쾌한 꿈이 반복된 지 두 달 즘 되었을 때, 나는 그가 나오는 마지막 꿈을 꾸었다. 나는 이날 꿈 속의 남성을 죽이는 데에 끝내 성공하였고, 그 후로 그는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내 꿈은 무슨 뜻인 걸까?
몇 달 동안 나를 괴롭힌 꿈이 끝난 후, 나는 처음으로 꿈을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검색창에 ‘사람을 죽이는 꿈’이라고 입력하니, 구체적인 상황별로 꿈을 해석하는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르는 사람을 칼로 죽이는 꿈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 성공으로 이루어지거나 그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해결되었다는 등의 의미라고 적혀 있었다.
세세하게 분류된 카테고리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해석을 보며, 이것이 정말 내 꿈이 가진 의미일까 의문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꿈이 내가 처한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노트북을 닫고 그동안 내가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었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았다.
꿈은 꿈을 꾸는 당사자에게만 가능한 공간이자 기억이고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이 무의식의 세계에는 개인이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 존재한다. 꿈꾼 사람만이 처한 상황이 있고 삶이 있기에 꿈의 해석도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석해 보는 것이 좋다. 내가 겪고 있는 일을 모르는 타인이 해석해주는 꿈은, 타인의 관점이 담겨 있어 정작 나의 삶과는 동떨어진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꿀 때 우린 가장 솔직해진다
꿈은 개인의 내면세계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자 수단이다. 우리는 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숨기고 싶었던 감정과 기억들을 마주할 수도, 혹은 처리가 되지 않은 감정과 상황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하루 하루가 불안함의 연속임을 똑바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머리 즉, 무의식은 인지하고 있었고 이것은 나의 꿈을 통해 드러났던 것이다. 내가 방치해 둔 불안이라는 감정은 꿈속의 남성으로 등장하고 말았고, 나는 이 끔찍한 꿈을 꾸고 나서야 나의 현재를 마주볼 수 있었다. 꿈은 생각보다 더 나의 감정에 솔직한 공간이었다.
내가 나의 상태를 모를 때,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매일 꾸는 꿈을 들여다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제의 나는 무슨 꿈을 꾸었던가. 나는 끝이 안 보이는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배 위에 있었나, 혹은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100번째 타고 있었나?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꿈은 어떠한가요?
참고자료
박은경(Park Eun-Kyung), 선혜연(Seon Hye-yon). (2019). 꿈 활용 상담에 대한 체계적 고찰: 심리치료 이론별 접근 중심으로. 교육논총, 39(2): 209-234.
김명수. (2021).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의 “꿈”을 통한 치료과정 사례연구: 옥덴과 비온의 이론을 중심으로. 정신분석심리상담(구 정신역동치료), 5(0), 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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