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연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정연 ]
누군가의, 어쩌면 당신의 삶을 변화 시킬 <30</span>일>이라는 게임 제목은 여러 게임들 사이에서 이목을 확 끌었다. 계속해서 게임 설명을 읽어보는데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한 고시생의 ‘사망 진단서’가 등장했다. ‘당신은 사망진단서 속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쩌면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30>일은 그렇게 홀린 듯이 나를 게임 속으로 이끌었다.
인디 게임 <30</span>일>은 30일 동안, 로얄고시원 총무 ‘박유나’가 되어 공시생 ‘최설아’의 자살을 막는 게임이다. 자살을 막는 게임이라니, ‘더브릭스’에서 제작한 인디게임 <30</span>일>을 직접 체험해봤다.
#. 고시원 사람들과, 30일, 그리고 공시생 ‘최설아’
게임 <30</span>일>은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게임들이었다. 왜 하필 30일이었을까? 게임을 제작한 ‘더브릭스’는 30일 정도가 아무것도 정보가 없는 완벽한 타인을 만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기까지, 적절한 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30일’이라는 전제를 깔았다고 한다.
또한 ‘고시원’이라는 설정은 팀원들이 직접 ‘고시원’에서 살아봤기에 담을 수 있는 배경이었다고 한다. 게임 속 등장인물인 고시원 총무를 비롯하여 공시생 ‘최설아’ 역시 그들이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시원에 살고 있는 대학생, 할머니, 아저씨들 등 제각기의 사연들을 담고 있는 인물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 정신과 자문을 통해 실제로 만들어진 가상의 상황들
게임은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하기 전 무수히 많은 시도를 보낸다. 직접적으로 ‘죽고 싶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인들이 알아주길 위한 마음 반, 이러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반이 섞인 ‘양가감정’을 수반하는데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가 있다.
게임 <30</span>일>은 이러한 부분도 구현해냈다. 공시생 ‘최설아’의 상태 메시지가 ‘할 수 있어’에서 ‘....’와 같이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어 가는 부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오랫동안 바뀌지 않는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와 같은 아주 작은 부분들은 게임의 엔딩을 바꾸는 ‘단서’로 사용되었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의 자문을 구하여 시나리오를 짠 덕분인지, 게임의 현실 고증 또한 매우 높았다. 게임에서 실제로 제시하는 상황들이 마냥 교육적이지 않으며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유로로 볼 수 있는 ‘사이드 스토리’는 더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최설아’를 비롯한 고시원 사람들이 ‘마음이 아픈’ ‘예민한’ ‘자살을 호소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게임 캐릭터에게 어떤 사연이 얽혀있는지 시나리오를 짜놓아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줬다.
#. 게임으로서의 탄탄함
필자는 사실 공시생 ‘최설아’의 자살을 막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정신건강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생 최설아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알게 모르게 씁쓸함을 느꼈다. 게임은 게임 유저의 선택에 따라 늘 달라진다. 최설아를 비롯하여 고시원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매번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필자는 게임을 하며 무엇이, 어떤 상황이 최설아의 상황을 악화 시켰는지 생각해보았고, 게임이 끝나자 다시 한 번 최설아를 살려보겠다며 게임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게임 <30</span>일>이 단순히 ‘자살’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온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여 유저들의 흥미를 이끄는 것도 확인하였다.
#. 함께 위로하고 연대해요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신가요?’라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전문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살예방센터의 전화번호와, 주변에 자살을 시도하려고 하는 지인을 돕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뿐만 아니다.
게임<30</span>일>은 게임뿐만 아니라 네이버 공식 카페를 제작해서 카페에서도 유저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카페의 ‘세상의 모든 설아에게’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설아와 같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 혹은 고통을 호소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남기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살’ 문제는 이제 언급하기 입 아플 정도로 현대인들의 심각한 화두이다. 이미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단체에서 노력 중이지만 그렇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필자는 부동의 사망률 1위 ‘자살’의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침’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많은 신호를 보낸다. ‘만약에 내가 없으면 어떨 것 같아’라는 말이나, 통장, 소지품 등을 정리하는 등 간접적인 신호부터, 직접 ‘나 죽고 싶어’라는 말을 하기까지, 무수한 신호들을 보내지만 주변 지인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게임 <30</span>일>은 그저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살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며 여러 가상 상황들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느끼게 해줬다. 각종 단체에서 진행하는 포스터나 형식적인 자살 강의 내용보다는, 오히려 이 게임을 하는 것이 자살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법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및 사진 제공 : 더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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