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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사과보다 ‘빨간’ 사과가 더 달다! - 미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
  • 기사등록 2021-11-23 12: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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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맛을 미각으로만 느낄까? 누군가가 사과의 맛을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단순히 단맛이나 신맛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맛이 같아도 아삭하지 않거나, 사과향이 아닌 고기향이 나거나, 과육이 파란색이라면 그것이 사과의 맛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 촉각, 후각을 사용하고 머릿속 기억을 동원해서 뇌가 판단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맛을 지각할 수 있다.


정보들 중에서도 눈으로 보는 색감은 맛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에 대한 정보는 눈 앞에 있는 음식이 어떤 맛일지 예측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보면 레몬과 같은 신맛이 떠오르고, 녹색을 보면 채소처럼 쓴맛이 연상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와 기억은 자연스럽게 맛에 대한 판단에도 큰 영향을 준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찰스 스펜스 심리학 교수는 “미각을 담당하는 뇌는 몇 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는 반면, 시각적 정보에는 뇌의 절반이 관여한다.”고 언급하면서, 맛 판단에서 시각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맛이 같은 초콜릿을 색만 다르게 해도, 사람들은 맛을 다르게 지각한다. 김현지 등(2019)이 진행한 ‘색상 정보가 초콜릿 맛 지각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실험에서는 맛이 똑같은 화이트 초콜릿을 식용색소를 사용해 흰색, 노란색, 녹색으로 다르게 염색한 후 참가자들에게 제공하였다.


참가자들은 세 종류의 초콜릿을 먹은 후 각각에 대한 단맛, 신맛, 쓴맛을 평정해야 했다. 실험 결과, 노란색 초콜릿을 먹은 사람은 신맛을 강하게 지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색상이 맛 지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색채의 영향은 마케팅에서 사용된다.


위의 연구 결과처럼, 색상은 없던 맛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식품회사들은 제품 제작이나 마케팅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비타민 음료의 경우 ‘건강’과 관련된 정체성과 ‘음료수’라는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즉, 건강 음료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달게 만들면 안 되면서도, 음료수이기 때문에 맛있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빨간색과 같은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맛지각에 대한 연구에서 빨간색은 단맛을 느끼게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빨간색 비타민 음료는 실제로는 달지 않더라도, 빨간색 색소 덕분에 더 달게 느껴진다. 실제로 설탕이 첨가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빨간색이 아니라 노란색을 쓰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노란색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신맛을 더 많이 느낄 것이고, 이는 레몬처럼 비타민 C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노란색 비타민 음료 역시 상품의 이미지 및 만족도와 부합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중의 비타민 음료수는 빨간색 혹은 노란색인 경우가 많다.


현재 마케팅 분야에서는 사람들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색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컬러마케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트진로는 맥주 ‘테라’를 출시하기 이전, 다른 회사처럼 갈색의 맥주병에 담을지 다른 색상에 담을지를 고민하였다.


그러나 사전 평가자들에게 ‘청정함’ ‘자연’ ‘천연’ 등의 키워드에 맞는 색을 찾아 달라고 하자, 초록색이 가장 테라와 맞다는 평가가 도출되었다. 현재 테라는 기존의 갈색 병의 맥주와 차별화된 주류로서 급격한 시장 점유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색은 식품 브랜드 평가 및 마케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색채 말고도 미각에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이 있을까?



미각은 다양한 감각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느끼는 맛에 대해서는 맛과 냄새가 조합을 이룬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각과 후각의 동시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음식물에 대한 종합적인 경험을 우리는 ‘향미(flavor)’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감각지각이 어떻게 지각에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심은 인지 및 생물 심리학적으로 내용을 이해해볼 수 있다.


후각과 미각이 맛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차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단, 음식을 입안에 넣었을 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음식을 입안에 넣으면 미각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입 안 깊숙한 코 뒤쪽 통로로 음식 냄새 분자가 향한다. 이 과정에서 후각은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 


놀라운 것은 후각과 미각이 합쳐지는 내용이 뇌의 한 영역에서도 중요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뇌에는 안와전두겉질(orbital frontal cortex/OFC)이라는 부위가 존재한다, 뇌의 이곳에서는 후각과 미각 신경 입력의 합쳐진 것이 맛 지각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색채를 지각하는 시각과 냄새를 지각하는 후각 외에도, 음식물의 촉감과 청각, 그리고 인지적인 기대까지도 맛 지각, 즉 향미에 영향을 복합적으로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Hilke Plassman(2009)의 실험에서 같은 포도주이지만 다른 가격표를 붙여두고 포도주의 맛 지각을 하도록 했다. 그러자 물리적으로는 동일한 포도주라는 자극을 받았지만, 사람들은 더 높은 가격을 가진 포도주의 맛이 더 좋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안와전두겉질이라는 뇌 부위의 반응도, 동일하지만 높은 가격표를 가진 포도주에 더 강렬히 반응했다. 




어쩌면 우리 감각은 생각보다 멍청하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카메라처럼 정확하게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물며 맛 지각에서도 우리는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대상을 담아낼 수 없다. 주어진 시각의 색채적 자극에 따라 사람의 지각은 얼마든지 그 정도가 변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 등이 존재해야만 우리의 맛 지각은 비로소 완성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내용은 결국 우리가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노력해온 결과이다. 예를 들어, 색채지각을 통해 진화적으로 어떤 색채가 어떤 맛을 내며 어떤 색채의 음식을 대개 먹을 수 있는 음식인가에 대해 학습된 것이다.


복합적으로 다양한 감각과 지각이 상호 작용하며 영향을 미치는 것. 우리의 몸은 단순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출력물이 아닌, 생각하는 아주 복잡한 구조의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자 : 김예림, 양다연, 한재원 기자






출처: 

김현지 et al. (2019). 색상 정보가 초콜릿 맛 지각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31(2), 191-197.

Charles Spence(2017). 왜 맛있을까. 어크로스 

How we taste different colours [The Guardians] URL: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wordofmouth/2013/mar/12/how-taste-different-colours

130년 기업 코카콜라, 비결은 식욕 자극하는 빨간색 [EconomyChosun]  URL: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0&t_num=13607856

E. Bruce Goldstein. (2015). 감각 및 지각심리학. 서울:박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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