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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최유진 ]


결과가 있기 위해선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 없는 결과는 결국 모든 걸 무너뜨리고 만다.

 

모라토리엄.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정치적 이유로 일시적으로 상환을 유예받는 것을 의미하는 경제 용어기도 하며, 국어사전에서는 ‘특정한 부분에 긴급 사태가 발생한 경우 국과 권력의 발동에 의해 일정 기간 금전 채무의 이행을 연장시키는 일’이라고 하였다.


도대체 왜, 심리학 신문에서 경제 용어인 모라토리엄을 아는지 물어보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에릭슨이라는 학자의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


 

미국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은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되는 성격발달단계를 8단계로 나누었고 이를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이라고 명명하였다.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 의하면 단계별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업이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경우 삶에 대해 적응적인 성격과 함께 주요 덕목을 획득하게 된다. 그러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고 이전 단계의 정체감을 통합하지 못할 경우 위기를 경험하며 부적응적인 성격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중,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5단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단계는 ‘자아정체감 대 정체감 혼미(혼돈)’단계로, 이 시기의 주요 발달과업은 자아정체감을 잘 형성하고 발달시키는 것이다. 자아정체감은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가치관과 목적을 의미한다. 

 

 


모라토리엄의 필요성



사춘기에 접어들며 청소년은 신체적, 사회 정서적, 인지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그러한 삶에 대한 적응과 함께 미래의 목표나 목적인 진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청소년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다양한 사회적 압박과 마주하게 되는데 간단한 예로 아직 준비단계이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청소년에게 진로를 결정하고 책임을 지라는 압박이 해당한다.


어떤 청소년은 어른들의 압박에 못 이겨 안정적이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꿈으로 작성하고 부모님께서 바라는 나의 모습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소년은 당연하게도 자신에 대한 의문과 함께 혼란을 경험한다. ‘불안정’이라는 단어가 청소년기를 잘 표현하는 만큼 청소년기를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부분에 해당한다.


에릭슨은 이를 ‘자아정체감 위기 상태’라고 보았으며 청소년은 이러한 위기를 자아정체감 확립을 통해 극복할 필요가 있다. 에릭슨은 ‘모라토리엄’을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사회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미뤄두는일종의 휴식기간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통해 이전까지의 경험과 발달과업을 통합해 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자기인식을 확립하게 된다.


지금의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모라토리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모라토리엄을 통해 청소년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고, 새로운 역할이나 가치에 대해 실험을 할 수 있다. 이는 진로 결정을 넘어서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힘을 얻어 긍정적인 자아상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 유럽 등의 나라에서는 대학에 진학하기 전과 같이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특정 유예기간을 나라에서 ‘제도’를 통해 제공한다. 영국에서는 갭이어(Gap Year), 아일랜드에서는 ‘전환학년제’라고 하며 갭이어의 경우 해외봉사나 여행, 워킹홀리데이,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탐색하여 앞으로의 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심리사회적 유예기를 허용하는 몇몇 문화에서만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문화적 환경에서 심리사회적 유예기를 허용해 나 자신과 다양한 역할에 대한 충분한 탐색 경험을 통해 진로나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에게 모라토리엄이 충분히 제공되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의 의논점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11년 한국갭이어가 설립되었고, 2013년부터 중학교의 정규교육과정으로 포함되는 ‘자유학기제’와 같이 일부분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한국갭이어의 경우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자유학기제는 청소년들이 더욱 주도적이고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청소년기’가 단순히 성인기와 아동기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가 아닌, 자신을 탐색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기 위한 준비 단계로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과가 있기 위해선 과정이 필요하다. 과정 없는 결과는 결국 모든 걸 무너뜨리고 만다.

 

 

 

<참고문헌>

 

정진철 외, 「인본주의 교육철학 관점에서 본 체험중심 진로교육으로서의 아일랜드 전환학년제와 영국 갭이어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농업교육과 인적자원개발』, 2013.

노안영·강영신, 『성격심리학』, 학지사, 2017.

이미리 외, 『청소년 심리 및 상담』, 학지사, 2021.

“갭이어”, 『시사상식사전(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9115&cid=43667&categoryId=43667), 2022.01.16. 검색.

“모라토리움”, 『매일경제』(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165&cid=43659&categoryId=43659), 2022.01.16.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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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25 08: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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