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이지현 ]
@unsplash 동물권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비건(vegan: 채식주의)은 이제 일부 극소수의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하나의 트렌드로써 자리하고 있다. 한국 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20년 기준 150만 명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 이들 중 완전 채식을 지향하는 비건도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안전한 먹거리에 관한 관심과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중시경향에 따라 비건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게다가 유명인들이 자신들이 비건임을 밝히면서 요즘은 식문화 뿐 아니라, 패션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비건을 하나의 트렌드로 반영하여 더 굳건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누구를 위한 트렌드?
이런 트렌드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얼리어댑터라고 자부했다. 비록 채식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건 문화를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비건의 가장 하위 단계인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비건 가방을 구매하고,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고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나는 고기를 먹었다. 나 스스로의 양면성에 혼란스러운 동안, 나에게는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왜 비건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을까?
이유 있는 확산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먹는 행위’이다. 따라서 고기를 먹던 사람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 건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을 채우기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다. 그럼에도 채식 위주의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식물성 화장품 등이 유행한다.
나는 이러한 변화에는 몇 가지의 대표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을 수도, 자신을 윤리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일 수도, 다이어트를 위한 채식이나 이타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기중심적 가치와 이타적 가치가 비건 푸드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한 결과, 두 가치 모두 비건 푸드 소비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인적인 이유이든 사회적인 이유이든, 어느 한 쪽의 가치라도 관심을 두면 이는 비건 소비를 촉진했다.
또한, 실제 비건 패션 제품의 구매의도에 관한 연구 결과, 자신이 비건 패션제품 구매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주변 사람들이 비건 패션제품 구매에 대해 지지해줄수록, 윤리적 책임감을 많이 느낄수록, 비건 패션제품 구매가 윤리적 자아정체성에 적합하다고 생각할수록 이에 대한 구매의도가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옮고 그름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육식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동물들의 먹이사슬을 우리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기에, 어쩌면 인간은 그 동물의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또 하나의 동물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때로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비건은 이제 막 트렌드로써 도약을 했을 뿐이다. 아직 비건과 우리의 의식에 관한 연구는 몇 가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이 ‘비건’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누구를 위해서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당신의 움직임이 이타적인 마음에서 시작한 것인지,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한 건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변화가 세상에 큰 발전을 가져올 한 걸음이라는 것은 안다.
나는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고 비건 트렌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고기를 먹는다. 이 기사를 작성하며 여러 글을 읽고 영상을 보는 동안도 역시 고기를 먹었다. 나는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육식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내가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 직업을 선택하긴 어렵겠지만,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당신 또한 당신의 변화된 방식에 대해 혹여나 유행에 그저 휩쓸리는 것이 아닐지는 한 번 재고해봐야 하겠지만, 당신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도약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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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Sung, Yeon), 임도연(Im, Do-Youn), 두영택(Doo, Young-Taek). (2021). 비건 트랜드 상품 만족과 재구매 의도에 미치는 서비스품질 연구. 상품학연구, 39(3): 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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