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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_The Psychology Times=박은지 ]



사진출처: pixabay.com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야 한다. 게으름은 죄악이다. 그는 쉬면서도 불안함을 느꼈다. 일정을 짜면서 남는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을 어떻게든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할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빽빽한 스케줄을 보고 만족감을 느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게으른 자신을 자책하고, 지켰다면 성공적인 하루를 보낸 것이다. 습관처럼 대외활동 사이트를 뒤적거리고, 끊임없이 할 일을 찾았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지금 뭘 하는 거지? 왜 이걸 하고 있지?’



슈드비 콤플렉스 



위 이야기의 ‘그’는 필자인 ‘나’이면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청년은 자기계발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동질적인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을 비교 대상으로 놓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는 이렇듯 자기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고 언제나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상태를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라고 명명했다. 

 


왜 나는 편히 쉬지 못할까? 



‘슈드비 콤플렉스’의 원인은 다양하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미래는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소득의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사람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결국 여기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방책은 자기를 채찍질하며 남들보다 나은 상품이 될 수 있도록 가꾸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심화로 인해 개인들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 또한 자기계발로 변하였다. 즐거움이나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여가를 보내기보다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가 없는 여가’를 보내는 것이다. 

 

사실 자기계발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미셸 푸코는 자기계발이 사회 구조에 의해 지속적으로 강제되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변화 시켜 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즉, 자기계발 활동은 노동시장이라는 구조적 압력의 영향을 받는 예속적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식화된 동기’가 부여되어 있을 때 자아실현을 향한 ‘지침’이 되는 주체화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식화된 동기’일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떠한 성찰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달리다 보면 그 끝엔 허무와 소진된 자신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당신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계속되는 남들과의 비교, 자기비하,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충분한 존재이다. 이제는 지쳐있는 자신을 안아주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해주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오로지 나로서 존재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뭘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선 늘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이다. 일로부터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으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아무리 빠른 자동차라도 브레이크와 핸들이 없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인생의 브레이크와 핸들은 자신에 대한 ‘물음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나의 불안은 무엇 때문인지, 왜 쉬는 것조차 편히 하지 못하는지, 늘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결국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어떤 속도로, 어디를 향해 갈지는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모든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필요는 없다. 당신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이 글이 목적지를 잊은 채 달려가는 당신에게 제동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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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건순, 김남진, 오세일. (2017). 한국 대학생의 자기계발과 삶의 질. 사회과학연구, 24(2), 259-294.

심재명. (2019). 대학생의 여가유형에 따른 회복경험. 관광연구논총, 31(4), 165-194.

이훈, 박정은. (2013). 취업준비 중인 대학생의 여가 경험 분석 -자기계발 강박 현상을 중심으로-. 관광학연구, 37(10), 205-229.

학규석, 「사회심리학의 이해」, 학지사, 2017.

[네이버 지식백과] 슈드비 콤플렉스(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57926&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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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2-10 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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