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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하지영 ] 


만일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지하철이 온다면 탑승할 것인가?


넷플릭스의 TV 시리즈 <러시아 인형처럼>의 주인공 나디아는 지하철을 타고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옛날 그녀의 가문이 잃어버린 많은 양의 금화의 존재를 깨닫고 나디아는 이를 찾기 위해 할머니의 젊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군분투를 펼치는데, 결국 금화를 되찾지 못한다.


이 TV 시리즈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훈은 아무리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해도 결국 지나가버린 과거의 사건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나디아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지하철 역사에서 혼란함을 느끼다가 영문모를 깊은 지하실로 빨려 들어가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이 지하실은 지나가버린 시간들의 틈을 메우지 못해 생겨버린 커다란 공간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메우지 못한 과거의 시간’, 이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과거를 돌릴 수 있을 거란 ‘믿음’


 

개릿 에반스(Gareth Evans)는 믿음을 자신에게 귀속할 때 우리의 시선은 밖을 향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이에 답하기 위해 나는 나의 심리상태에 더해 국제 정세나 지정학적 상황들까지 같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마음 상태에 대한 자기 지식(self-knowledge)의 문제에서 내적 관찰(inner-observation) 모형을 대체하는 대안적인 모형을 제시하는 현상을 ‘믿음의 투명성(transparency)’이라 하는데 이 현상은 흔히 우리가 행하는 믿음에 대한 판단이 정당성을 가진 판단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나디아가 시간 여행을 함으로써 금화를 찾으려고 했을 때, 가문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내적 관찰, 즉 욕심은 있었지만 과거로 갔을 때 닥치게 될 역사적인 사건이나 그 시대에서만 사용된 화폐의 수단과 가치, 이런 것은 고려하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빈손으로 현재에 돌아오게 된다. 이는 믿음으로 무언가를 수행하려 할 때 자기 지식의 부재가 동원되었다고 볼 수 있다.

 


‘후회’는 제거해야 할 감정?


 

나디아가 믿음을 도구로 하여 과거 여행을 시작할 때 이는 후회라는 감정에서도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즉 후회의 대상을 제거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정인숙(2019)에 따르면 후회의 기준을 잘했다, 못했다는 경험적 행위의 토대에서 판단하면 단순히 슬퍼하기 쉽기 때문에 후회라는 감정 뒤에 감춰진 바람으로 ‘행복하고 싶음’이 존재함을 알고 후회를 위해서는 질책이 아닌 성찰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한다. 그래야 현재에서 미래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가지고 태어난 논리성은 영원이고 감정의 다양함은 무한임을 증명한다.

 


지금 살아 숨 쉬는 것들에 대한 존중


 

나디아는 빨려 들어간 지하실에서 결국 감정의 자기이해를 통한 성찰로 지하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메우지 못한 과거의 시간’이 무엇인지 여기서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완전하지 않아 나를 힘들게 하는 방해 요인들이라 치부해버리면 그런 불완전 속에서는 결국 행복을 찾을 수 없다.


감정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안심과 불안 그리고 즐거움과 고통이 모두 짝을 이룬다. 이 중 부정적인 감정을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비합리적인 믿음을 가진다면 결국 메워지지 않은 채 자기실현을 돕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 속 빈 공간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현재 드는 감정이 무엇이든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빈틈없이 이어주고 긍정적인 자기성장을 돕는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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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표기

권홍우 (2021). 믿음의 투명성에 대하여. 범한철학회. 115-116.

정인숙 (2019). 후회의 자기이해.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3-5,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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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08 07: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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